테러방지법안은 테러위협을 빙자한 '간판 사기'이며, 테러방지와는 거리가 먼 '악의 법'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이나 지속적인 '대테러전쟁' 밀어붙이기는 전세계 평화 애호 세력뿐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으로부터도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대테러전쟁에 편승하여 테러방지법안을 졸속 처리하려는 것은 국민에 대한 테러행위이다.
테러행위를 유발할 수 있는 정치적 불안요인을 해소하고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국회의 임무일진대 무슨 근거로 국정원의 막강 권력만 키우는 테러방지법안을 추진하려는가?
테러범죄에 대한 예방과 처벌은 현행법으로 충분하다는 데 국가인권위원회와 대한변호사협회 등은 의견을 같이 했다. 테러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기존의 형사법이 어디 한두 가지던가? 형법,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군형법, 항공법, 항공기운항안전법, 철도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원자력법, 전기통신사업법, 군사시설보호법,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 특정금융거래정보의보고및이용등에관한법률, 범죄인인도법 등 부지기수다.
어디 그뿐인가. 일반적인 경찰과 검찰 외에 대검찰청 공안부, 법무부 출입국관리국, 건설교통부 항공국, 관세청, 해양경찰청, 경찰청 경찰특공대,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령부 등 테러행위에 관한 정보의 수집, 분석 배포에서부터 테러행위의 예방과 진압, 수사와 처벌을 위하여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받은 국가기관이 수두룩하다. 2002년 월드컵대회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과 안전대책위원회도 이미 존재한다.
반면, 이런 국가기관의 권력 남용으로부터 인권을 보호하고 침해된 인권을 구제하기 위한 법과 제도는 미흡하고 아쉽기만한 것이 현실이다. 경찰력의 행사는 이미 과도하며, 국가보안법 등 국제인권법이 보장하는 인권을 침해하는 법이 다수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테러방지법의 제정은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대테러대책기구의 비대·방만을 초래하여 테러대책의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국민의 인권보장에 적신호인 요소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테러방지법안이 규정하고 있는 테러 개념의 모호성은 가히 위협적이다. "정치적·종교적·이념적 또는 민족적 목적"과 "그 목적을 추구하거나 그 주의 또는 주장을 널리 알리기 위하여"라는 요소를 범죄의 지표로 삼고 있다.
또한 "국가안보 또는 외교관계에 영향을 미치거나 중대한 사회적 불안을 야기"한다는 역시 불확정하고 모호한 요소를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다. 어떤 행위를 처벌할 목적이라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그 구성요건을 엄격하게 한정하여야 할진대 테러방지법안의 태생적인 모호성은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과 적용의 남용을 부를 것이다.
가중처벌, 국가보안법의 불고지죄와 유사한 "테러범죄미신고죄",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인 동향파악과 출국조치 등 법안이 가진 인권침해 소지를 일일이 따지지 않더라도 법안의 모호성 자체가 인권침해의 온상이 될 것이다.
게다가 대테러대책기구의 중심을 장악하는 것이 국정원이다. 대테러활동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대테러센터'를 그 자체 조직과 정원이 공개되지 않는 '국가정보원'에 둘 뿐만 아니라 그 조직을 국정원장이 정하게 되어 있다. 물론 대테러센터의 조직과 정원도 공개하지 않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전반적인 법체계에 비추어 볼 때 대테러대책기구의 정점에 있는 국가대테러대책회의 운영 중심인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국정원장이 맡게 될 것이 확실하다. 국민의 감시로부터 은폐된 비밀조직을 대테러대책의 이름으로 국정원이 장악하여 주요 국가기관을 주무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온갖 비리와 공작, 인권침해의 대명사인 국정원의 권한 확대는 기름에 불을 붙이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
정치적 불안요인 제거, 고용과 사회보장의 확대, 차별방지를 위한 제도 도입, 인권과 평화를 존중하는 가치관의 보급, 소수집단을 포괄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 확대 등 테러방지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많기만 하다. 애꿎은 집회시위에 동원돼 낭비되는 경찰력의 테러대처능력부터 강화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미국 주도의 '대테러전쟁'에 일방 편승하고, 국정원의 전용무대를 개설할 테러방지법안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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