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붙이는 글 | 고리횡포 근절 및 폭리제한법 제정을 촉구하는 법학자-변호사 공동선언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지난 2월 15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해 「대부업등록및금융이용자보호법안」을 논의, 의결하였다. 법안의 골자인즉 대부업의 최고이자 상한선을 연리 60%를 기준으로 ±30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으며, 제도권금융기관의 대부, 금액 3천 만원 이상의 대부, 개인과 개인간의 대부, 대통령령이 정하는 규모이상의 기업의 대부행위 등은 이자제한의 적용범위에서 제외된다. 또한 부칙으로 이자제한을 3년간 한시규정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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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리제한법안에 설명하고 있는 참여연대 김남근 변호사 ⓒ 오마이뉴스 김시연 |
이 법안에 따르자면, 최대 연리 90%까지의 고금리도 합법화 될 수 있으며, 이 또한 3년간만 한시적 규제를 받게된다. 사회와 제도가 발전할수록 시장금리가 안정화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면, 이 규정들은 근대화 이전인 1960년대(연리 40%)보다도 못하며, 고려시대(연리 33.3%)에 비교해서도 뒤지는 시대 역행적인 기준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너무 많은 예외를 설정함으로써 법 집행의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개인간 거래로 위장한 대부업자, 이자제한 적용을 받지 않는 3천 만원 이상 규모의 대출만 성행하는 경우, 신용카드사, 상호신용금고 등 제도권 금융기관의 고금리 등에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이다. 결국 이런 식으로는 대부업자들을 등록시켜도 선량한 풍속에 반하지 않게 영업을 하도록 유도하고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이 법은 '금융이용자보호'라는 그럴싸한 명칭과는 달리 '고리대금 합법화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지난해 이 법 제정의 논의과정에서부터 우리 법조인들은 지난 98년 폐지되었던 이자제한법 부활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사금융의 폭리, 제도 금융권의 고금리, 개인간 고금리 대부 등 민사일반의 대부행위 모두에 적용될 수 있는 기준으로서의 폭리(이자)제한법을 제정하는 것이 법의 이념인 정의와 형평에 부합하며, 외국의 입법례에 비추어도 타당하기 때문이었다. 사채업자의 양성화와 등록을 목적으로 한 '대부업법'은 입법 취지도 다를뿐더러 그 다음 순서가 마땅한 것이다. 그럼에도 국회에 제출되었던 시민사회단체의 입법청원안 등은 제대로 심의조차 되지 않은 채 재정경제부가 주도한 '대부업법안'을 기준으로만 일방적인 논의가 진행되었다. 우리는 이처럼 상식적인 우선 순위마저도 도외시한 채 고리대금을 합법화에 치우친 졸속적인 법안을 서둘러 제정하려는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사채업계의 이익단체 결성을 전후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한 집중적인 로비가 진행되었다는 항간의 소문이 결코 소문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우리는 애초 이 법에 관한 논의가 극심한 사채폭리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제기에서 출발한 점을 주목하여 반사회적인 폭리일반을 규율하는 '폭리제한법'의 입법을 촉구하는 바이다. 그럴 경우 '대부업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은 대금업자의 등록과 관리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법으로 초점을 맞추어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98년 정부는 IMF 구제금융의 권고를 받아들여 '이자제한법'을 폐지한 바 있으나, 이는 당시의 비정상적인 고금리 상황만을 생각한 지나치게 근시안적인 정책결정이었다. 당시의 사정이 그러했다면 오늘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이를 부활시키는 것은 또한 당연한 조치가 아니겠는가. 미국, 독일, 일본, 대만 등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아도 일반법 또는 특별법을 통하여 이율을 제한하고 있지 폭리를 시장기능에 방치하는 나라는 없다. 폭리를 규제하는 것은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당연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주장은 사회적 규범과 상식에 반하는 폭리를 제한하는 것이지 결코 이자일반을 제한하자는 것은 아니다. 서민의 생활과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는 살인적인 사채폭리가 엄연히 존재하고, 300만명에 이르는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는 현 상황에서 대부업자의 등록은 급한 일이 아니다. '이자는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부정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는 시장에서 자유조절기능이 작동할 때 설득력이 있는 것이지 인간의 탐욕성에 그 근거를 둔 폭리문제는 시장논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다. 마치 이는 연리 300% 이상의 비현실적 금리가 횡행하는 현실도 시장의 금리이기 때문에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에 다름 아닌 것이다. 상식과 선량한 풍속에 어긋나는 폭 리의 근절은 합리적인 규제의 관점에서 모색되어야 한다. 서민 생활에 닥친 위기를 뒷전으로 한 막연한 시장논리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정부와 국회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일단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위원회의 '대부업등록및금융이용자보호법'을 백지화 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입법취지가 다른 폭리일반을 제한하는 '폭리제한법'을 우선 제정한후 사채업자 양성화 등에 관한 '대부업등록법' 입법에 관해 논의할 것을 촉구한다. 지난 여름 검찰과 국세청이 사채폭리 및 폭력을 조사하자 1,000여개가 넘는 대부업회사들이 자진 등록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부업을 등록으로 유도하는 것은 단지 높은 고금리를 보장해주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폭리제한법의 경우 금리현실과 외국의 입법례 등을 참고할 때 연리 40% 정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이율을 정하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되며, 이를 넘어서는 이율에 대해서는 채무자에게 반환을 청구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신용카드남발로 인한 신용불량자가 급증하고 있는(전체 신용불량자의 1/3에 이름) 현실에 대해서도 적절하고도 시급한 대책이 절실함을 호소한다. 정부와 국회는 신용카드 발급 시에는 반드시 본인여부에 대한 철저한 확인, 소득증명서류의 첨부가 있도록 하고, 미성년자인경우에는 반드시 부모 동의서를 필하도록 하는 등 신용카드 발급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여신전문금융업법의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신용불량자등재제도가 채권회수 및 채무자압박의 수단으로 남용, 악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신용불량등재제도의 개선도 시급하다. 벌써 300여만명이 신용불량자에 등재된 현실이 이를 잘 말해주며 이런 추세대로라면 신용불량자가 더 늘어날 것이다. 신용불량등재제도의 합리적인 개선을 통해 경제활동가능인구의 신용불량등재 남발로 인한 개인의 엄청난 피해와 국가경제에 끼치는 악영향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것이다.
우리 법률가들이 특정법률에 대하여 혼연일체가 되어 의견을 표명한 바는 일찍이 없었음을 고백한다. 오늘 우리가 중지를 모아 폭리제한법 제정을 호소하는 것은 파탄지경으로 흐르고 있는 서민금융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우리 법률가들의 견해와 호소에 귀 기울여 서민금융생활의 안전망을 만드는 일에 조속히 착수하기를 촉구한다.
2002. 2. 21
고리횡포 근절 및 폭리제한법 제정을 촉구하는
법학자-변호사 공동선언 참여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