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위해 빈 수많은 소원들

딸이 그 동안 잘 자라준 것이 고맙기만 합니다

등록 2002.02.22 04:11수정 2002.02.2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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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제 저녁때의 일입니다. 아내가 외식을 한 지 오래 되었으니 오늘 나가서 저녁을 먹자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두 아이가 좋아합니다. 아내와 딸은 산채비빔밥을 먹고 싶다고 하고, 아버지와 아들은 감자탕을 먹고 싶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들이 하도 졸라대는 바람에 감자탕을 먹기로 결정하고 나갔습니다.

아내와 함께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올해 4학년이 되는 딸아이의 브래지어를 사야겠다고 내게 말했습니다. 처음 듣는 말은 아닙니다. 전에도 몇 차례 내게 그런 말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하는 것이 있다면서 그것은 아빠가 사주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난 아내의 말에 조용히 웃기만 하고 대답은 하지 않았습니다.


딸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난 유별나게 부성애를 느낍니다. 이 세상 모든 아빠가 다 그러하겠지만 그 아이에게 가는 사랑은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합니다. 주위에서는 너무 그렇게 예뻐하고 정을 주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하지만 그렇게 마음이 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딸이 그만큼 자라난 것이 대견하고 기특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자라도록 주위에서 도와주고 관심을 준 많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습니다. 딸은 아빠에게, 아니 가족 모두에게 참 많은 추억거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아픔이 많았기에 그에 정비례하여 기쁨도 많이 전해주었습니다.

딸은 다른 아이보다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성장이 늦어 부모의 애를 많이 태웠습니다. 갑상선에 이상이 있다고 하여 지금도 매일같이 약을 먹고 있는데, 현대 의학으로는 평생동안 약을 먹는 것 이외에 딴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의학이 지금보다 더 발달하여 수술을 하면 낫게 된다든가 아니면 약을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만 먹으면 낫게 된다든가 하면 참 좋겠는데 아직은 힘든 모양입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약을 먹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딸은 집에서 돌잔치를 간단하게 했는데 그 때까지 서지 못해서 보행기를 탄 상태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두 살 위인 아들녀석이 워낙 건강하게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더 그런 생각이 드는 지도 모릅니다.


딸아이가 두 살 때의 일입니다. 그 때는 계단이 높은 집에 전세로 있었는데, 좁은 터에 많은 계단을 만들다보니 폭이 매우 좁았습니다. 어른들도 위에서 내려오려면 밑을 잘 살피고 조심해서 내려와야 했습니다. 늘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해 여름방학 때에 보충수업을 하고 일찍 집에 왔습니다. 날이 아주 따뜻했습니다. 아내가 차려준 점심을 먹고 자리에 누웠습니다. 오전에 여러 시간을 계속 이어서 수업을 했기 때문에 몸이 많이 피곤했습니다. 아내는 빨래를 개고 있었고, 두 아이는 엄마 옆에서 즐겁게 놀고 있었습니다.


얼마쯤 잤을까요. 별안간 아내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네 살짜리 아들녀석의 비명소리와 울음소리도 들려왔습니다. 눈을 번쩍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세상에 이게 웬일입니까. 아내가 이마인지 머리인지 깨져서 피가 흐르고 있는 딸아이를 안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게 아닙니까. 아내는 이마에다 뭔가를 뿌렸습니다. 나도 부랴부랴 옷을 입고 딸을 받아 안고 뛰었습니다. 얼마나 아픈지 그 어린 것이 끊임없이 우는 것이었습니다.

안고 뛰면서 속으로 하느님께 제발 이 아이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빌었습니다. 불구가 되어도 좋으니 제발 생명만은 지켜달라고 빌었습니다. 고마운 어느 분의 도움으로 차를 타고 가까운 병원 응급실에 갔습니다. 얼마나 눈물이 나왔는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병원에서 이것저것을 검사하고 응급 조치를 한 다음에 이마를 꿰매는 일을 했습니다. 그들은 나에게 아이를 꼭 잡고 있으라고 했습니다. 깨끗한 흰 천을 상처 부위에 대고 꿰매기 시작하는데 마취를 했다고 하지만 아이는 자주 몸을 움직였습니다. 그 시간이 나에겐 참으로 슬프고도 가슴 아픈 기나긴 시간이었습니다.

딸은 오빠와 같이 현관문 밖에서 놀다가 굴러 떨어진 것입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계단이 22개입니다. 하늘의 도움으로 딸은 다행히 이마에 꿰맨 자국만 조금 남았을 뿐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금도 생각납니다. 집에서 엄마가 치료를 할 때에 이마에 큰 거즈를 붙이고 아빠가 공부하는 방에 들어와서 재롱을 부리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딸아이는 다른 아이보다 뭐든지 한 걸음씩 늦었습니다. 그 애를 키우면서 내가 즐겨 썼던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뭐만 하게 해주세요"입니다. "걸어다닐 수만 있게 해주세요", "똥오줌만 가릴 줄 알게 해주세요", "말 한 마디만 하게 해주세요", "책을 제대로 펴고 그림이라도 볼 수 있게 해주세요", "한글만 깨우치게 해주세요" 등등입니다.

비록 다른 아이보다 많이 늦었지만 딸은 위에서 내가 소원으로 빌었던 수많은 "뭐만 하게 해주세요"를 하나도 빠짐없이 다 해서 아빠와 엄마의 마음을 눈물이 나도록 기쁘게 해주었습니다. 아내는 그 애가 말을 하도 하지 못해서 이루 말할 수 없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어느 날 "엄마"라는 말을 하여 - 난 직장에 나갔을 때입니다 - 애를 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엉엉 울었다고 합니다.

지금 생각하니 하늘이 나를 그동안 많이 사랑하여 딸아이를 무사히 잘 크도록 이끌어준 것 같습니다. 나의 욕심(?)을 하늘은 한 가지씩 다 들어주었습니다. 아직도 "뭐를 하게 해주세요"라고 소원을 빌고 싶은 것이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하지 않으렵니다. 그동안 너무나 과분하게 많이 받았기 때문에 더 욕심을 내면 받은 것을 잃어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외식하고 오는 길에 아내는 두 아이를 데리고 딸의 브래지어를 사러 가게에 갔고 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빠가 사주면 좋다고 아내가 말했는데 몸이 피곤하다고 하여 그냥 먼저 왔습니다. 혼자서 오며 날이 갈수록 귀여운 딸아이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하늘이 도와준 아이가, 정상적으로 커나가도록 하늘이 보살펴준 아이가 바로 딸아이입니다. 누구보다도 정성스럽게 사랑으로 잘 키워야 됩니다.

어젯밤에 잠이 들려는 딸아이 옆에 누웠습니다. 딸의 손을 가만히 잡아주었습니다. 그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습니다. 양 볼도 만져보았습니다. '아빠의 행복이란 것이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딸 옆에 누워있는 게 그렇게 마음 편할 수가 없었습니다.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거실에 있던 아내가 딸이 자는 방에 들어왔습니다. 샛눈을 뜨고 봤더니 장승처럼 서서 나와 딸을 내려다봅니다. 얼굴은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아내의 마음도 무척 행복했을 것입니다. 아내는 두 번 와서 나를 깨웠지만, 안방에 이불 펴놨으니 건너가서 자라고 했지만 난 딸아이 옆에 있는 것이 좋고 잠이 곤하게 와서 건너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딸아이랑 오랜만에 잠을 같이 잤습니다.

덧붙이는 글 | 어젯밤에 거실에서 딸이 내게 브래지어를 하니 등이 가렵다고 하여 웃었습니다. 얼마나 단잠을 잤는지 새벽 2시에 눈을 떴는데도 피곤하지 않았습니다. 한참 꿈나라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딸아이를 보며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났습니다. 지금쯤 딸아이는 꿈나라에서 아빠를 만날 것입니다. 아빠랑 손을 잡고 재미있게 놀고 있을 것입니다. 그 아이에게 아빠의 정을 지금보다도 더 많이 안겨주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어젯밤에 거실에서 딸이 내게 브래지어를 하니 등이 가렵다고 하여 웃었습니다. 얼마나 단잠을 잤는지 새벽 2시에 눈을 떴는데도 피곤하지 않았습니다. 한참 꿈나라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딸아이를 보며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났습니다. 지금쯤 딸아이는 꿈나라에서 아빠를 만날 것입니다. 아빠랑 손을 잡고 재미있게 놀고 있을 것입니다. 그 아이에게 아빠의 정을 지금보다도 더 많이 안겨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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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즈음 큰 기쁨 한 가지가 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오마이뉴스'를 보는 것입니다. 때때로 독자 의견란에 글을 올리다보니 저도 기자가 되어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우리들의 다양한 삶을 솔직하게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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