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우리 주가가 37%나 올라 러시아와 중국과 함께 세계 주요 주식시장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2월 21일까지 미국의 나스닥 지수가 12% 떨어지는 등 세계 주가가 평균 5% 정도 하락했으나 우리 종합주가지수는 14% 상승했다. 이만큼 우리 경제의 체질이 좋아졌을까?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처음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주도로 그 이후에는 각 경제 주체의 자발적 노력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다. 이제 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이것이 최근의 주가 상승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우선 거시적 측면에서 우리 경제가 안정성장 국면에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지난 20년간의 평균 8%에서 이제 5% 안팎으로 낮아졌지만 경상수지 흑자와 더불어 환율, 물가, 금리 등 거시경제변수가 안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업들의 투자도 양에서 질 위주로 변하고 투자의 효율성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지난 해 민간소비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60%까지 올라오면서 극심한 수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소비 증가로 우리 경제가 성장을 하고 있다. 수출 품목이나 수출 대상국가의 다변화도 긍정적이다. 지난 해 미국 정보통신(IT) 산업의 침체로 반도체 등의 수출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자동차나 선박 수출이 늘어났고 중국으로 수출이 증가하면서 중화권(중국, 홍콩, 대만)이 미국을 제치고 제1의 수출 시장으로 바뀌었다.
금융시스템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1980년부터 1997년까지는 기업들이 은행을 포함한 간접금융시장에서 평균 36%의 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나 1998년 이후에는 그 비중이 크게 낮아지고 있으며 2001년 들어서는 9월까지 14%에 그쳤다. 이와는 달리 직접금융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996∼97년 기업의 외부자금 조달 가운데 직접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42%였으나 2001년 3분기까지 98%로 높아졌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패턴이 간접금융에서 직접금융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위험분산 기능이 개선되는 추세로도 볼 수 있다. 1997년 경제위기 이전에는 직접금융시장과 대출시장이 기업금융을 담당하였지만 신용위험은 은행 등을 통하여 정부가 부담했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 이후로는 직접금융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민간의 신용위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회사채가 무보증으로 발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기업의 부실이 과거처럼 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다음으로 미시적 측면에서도 은행과 기업이 이익을 내는 경제 주체로 변모하고 있다. 1997년 이후 은행들의 구조조정으로 시중은행의 점포 수와 인원이 지난 3년 동안 각각 23%와 40%씩 줄어 들었다. 또한 은행들의 고정이하 부실 채권 비율이 1999년말 12.4%에서 지난 해 말에는 3.0%까지 낮아져 은행의 체질이 개선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1997년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은행들이 지난 해에는 3조8천억 원의 흑자를 냈다. 부채비율과 금리가 크게 낮아지고 기업들의 투자가 양에서 질로 변하면서 투자의 효율성도 개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의 이익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거시적으로 우리 경제가 안정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미시적으로는 금융기관과 기업이 이익을 창출해낼 수 있는 주체로 변하고 있다. 여기다가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여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또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위험이 높은 주식 투자 비중을 크게 줄였던 금융기관도 저금리 시대에 적응하면서 주식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
이런 여러 가지 요인들을 반영하여 미국 등 선진국들의 주가가 떨어져도 우리 주가는 오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직 한 번의 고비는 남아 있다.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경제가 나스닥 시장의 거품 붕괴와 함께 'W'자형 2중 침체(double dip)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다가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 심화와 더불어 올해 상반기까지는 엔화 약세가 더 지속될 전망이다. 경상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6%로 매우 높은 만큼 미국 경제의 2중 침체와 엔 약세가 앞으로 몇 달 동안 우리 주가의 '차별화' 현상을 약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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