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오스본의 ‘역사적’ 내한 공연, 그 첫 번째
오지 오스본의 그야말로 ‘역사적’인 내한 공연이 어제 저녁 8시, 서울 잠실 실내 체육관에서 있었다. 수천의 팬들은 온-오프 라인을 통해 이번 공연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왔고, 드디어 어제 저녁 이들은 그들의 다짐대로 “확실히 죽어 볼 수” 있었다. 공연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며, 2002년 월드컵이라는 큰 이벤트를 비롯하여, 높아진 락 팬들의 욕구 등을 계기로 앞으로도 대형 뮤지션들의 공연이 연타를 날릴 것으로 기대된다.
오지 오스본은 누구인가?
우리가 펠레, 베이브 루스, 마이클 조던, 혹은 비틀즈나 엘비스 등의 ‘역사적 거물들’을, 이른바 요약, 정리를 하게 될 때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의 지난 행적과 쌓아온 업적이 너무나도 거대해 몇 마디 문장으로는 도저히 제대로 요약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오지 오스본의 경우에도 해당된다. 이미 올해로 만54세인 오지 오스본은 블랙새버스라는 6,70년대의 명그룹에서의 활동을 시작으로 7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솔로 활동 등, 오랜 세월에 이르기까지 영미 대중문화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초대형 뮤지션이다.
오지 오스본은 음악적 요소 외에도 악마주의 논쟁을 중심으로 미국을 비롯한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끊임없는 숙청 대상으로 자리매김 해왔으며, 진정한 의미의 ‘엽기’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영미 출신의 최고 기타리스트들과 함께 음악 활동을 해온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로, 총평을 하자면 오지 오스본은 모든 논의를 제쳐두고서 최소한 하드 락, 헤비 메틀이라는 현대 대중 문화의 한 장르에 있어 그야말로 살아있는(또한 현재 진행형으로서)전설이라는 것이다.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으로 공연은 거의 정시에 시작되었다. 예전의 공연들이 30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 정도 지연되는 것이 다반사였음을 기억한다면 이는 아주 바람직한 변화이다. 이번 공연이 처음인 만큼, 공연 곡들은 그의 블랙새버스 시절과 솔로 시절을 총망라한 베스트로 이루어졌다. 이제는 락 음악의 클래식이 되어버린 수많은 명곡들을 걸출한 기타리스트 잭 와일드와 살아있는 전설 오지 오스본의 라이브로 듣게 된 팬들의 반응은 광분 그 자체였다.
군부 독재의 철권 통치와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보수주의로 인해 오지 오스본의 공연을 언제나 그림의 떡으로만 바라본 한국의 락 팬들은 그 갈증을 씻어내려는 듯 시종일관 공연을 적극적인 자세로 즐겼다. 많은 곡들 중 그래도 큰 반응을 모은 곡은, 솔로로서 처음 발표한 앨범 Blizzard of Ozz의 수록곡 Mr. Crowley와 Crazy Train 등이었는데 수많은 팬들이 이번 공연을 위해서 지포 라이터를 준비해(심지어는 비흡연자들도) 기회가 될 때마다 공연장의 분위기를 달구기도 했다.
우리 나이로는 환갑을 향하는 오지 오스본의 공연시간이, 그를 애타게 기다려온 팬들의 욕구와는 달리 짧을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할는지도 모르겠다. 공연은 앙코르곡을 포함, 약 1시간 30분이 좀 더 되는 시간으로 끝이 났다. 공연 끝난 후에도 많은 팬들이, 역시 더 설명이 필요 없는 명곡이자 팝 팬들에게도 사랑 받아온 ‘Goodbye to romance'를 불러주길 간절히 원하며 끝까지 오지를 불렀지만 끝내 밴드는 다시 올라오지 않았고 무대는 철수되기 시작했다. 이 곡은 팬들에게는 물론이고 오지 오스본 그 자신에게도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 곡인데, 아마도 그는 옛날의 기억들(아름다울 수도 있고 슬플 수도, 어쩌면 불쾌할 수도 있을 것이다)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을는지 모른다.
음향에 있어서는 공연장의 특성이 말해주는 듯 공명감이 좋은 편이었으나 전체적인 사운드는 불만족스러웠다. 더구나 이런 초특급 뮤지션의 공연이라는 것을 떠올린다면 크게 아쉬운 부분이다. 세월이 흘렀건만 지난 98년 메탈리카 공연의 사운드와 비교할 때 크게 나아진 부분을 찾아볼 수 없었다.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는데, 결코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오지 오스본의 아들 뻘 되는 젊은이들은 그들의 ‘젊은 형’을 기쁘게 해주기에 손색이 없는 매너를 선보였다.
항상 문제가 되어왔던 안전 요원들과 공연 진행 요원들의 운영도 보기 좋은 대목이었다. 숫자도 많지 않았고 경찰은 한 명도 없었지만(지난 95년 리처드 막스의 내한 공연에는 수많은 경찰들이 몰려와 공연장의 분위기를 완전히 망친 바 있다.) 특별한 사고나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고 관객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지나친 개입으로 분위기를 꺾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한 안전 요원은 익살스런 진행으로 잠깐이나마 큰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조금 터프한 팬들의 이기적인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 공연장을 찾은 팬들의 수준은 높았으며 질서 유지 또한 시작부터 끝까지 잘 되었던 듯 싶다. 또한 무대와 관객의 거리가 이렇게도 가까울 수 있다는 것 역시 놀라운 점이었다. 이제는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스탠딩 시트(일반적으로 플로어 석에서 의자나 좌석없이 서서 즐기는 락 공연의 전형적인 모습)도 물론 문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까운 무대와 스탠딩 시트는 공연 문화의 혁신적이고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된다.
위의 내용들 외에도 아쉬웠던 점들이 몇 가지 있는데, 우선 관객의 수가 너무 적었다는 점이다. 그나마 공연장이 아담했기에 망정이지 예전처럼 올림픽 체조 경기장이나 펜싱경기장에서 진행되었다면 참혹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공연에 사람이 없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인구가 천만이 넘는 대도시에서 오지 오스본과 같은 대형 뮤지션의 공연이 고작 그렇게 작은 공연장에서 진행이 되었고 그나마도 반 정도를 간신히 채웠다는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공연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밴드의 공연 내용이 훌륭했고, 친절하고 많은 도움이 된 진행 요원들의 노력을 비롯한 기획사의 진행도 전체적으로 볼 때 훌륭했다고 볼 수 있었다. 참고로 오지 오스본은 무대에서의 여러 돌출 행동으로 유명한데, 어제 공연에서는 크게 사건화 될 문제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또 국내의 유명 뮤지션들도 공연장을 찾아 관객들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반미’ 감정
공연이 한참 무르익을 때쯤 이 시대 가장 숭배 받는 기타리스트 중 하나인 잭 와일드가, 잠시 퇴장해서 휴식을 취하는 멤버들을 뒤로하고 홀로 무대에서 화려한 애드립을 선보였다. 그의 명성만큼이나 다양하고 화려한 기량을 확실히 보여주던 중 미국 국가인 ‘스타 스팽글드 배너(Star Spangled Banner)'를 연주하기 시작했는데(이는 공연 전부터 온라인을 통해 팬들이 우려하던 바였다. 잭 와일드는 공연 때 미국 국가를 즐겨 연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순간에 공연장의 분위기는 가라앉고 말았다. 몇 분전까지도 엄청난 호응을 보내던 팬들이 갑자기 가운데 손가락을 세우기 시작하는가 하면, 콩글리시로 욕을 하기 시작했다. 고개를 떨구고 인상을 쓴 팬들, 한순간에 어색해진 분위기에 어쩔 줄 모르는 팬들 등 반응은 다양했으나 이번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보편화된 반미 감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간간이 호응을 유도하던 잭 와일드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던 듯 무안한 표정이었고, 극도로 분위기가 어색해져 가고 있을 때 다시 오지 오스본이 나타나 다행히도 이 사태를 성공적으로 수습했고 나머지 공연은 좋은 분위기에서 무리 없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잭 와일드는 정말 뛰어난 능력을 가졌으며 비음악적 요소로서도 인기 만점의 기타리스트이지만 대중 매체에서 확인하게 되는 그의 몰상식한 발언과 생각은 결코 존경받을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어제 공연에서도 시종 무성의한 모습(다른 멤버들과는 뚜렷이 대조되었던)으로 일관했고 이는 ’미국 국가 연주 사건‘과 별도로 빈축을 사기에 충분했다.
공연을 보고
주지했듯이 공연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아쉬운 점대로 남기고 어제 모인 수많은 락 팬들은 이런 카타르시스를 계속해서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 군부독재 정권 동안 사전 심의를 통해 난도질당한 오지 오스본의 수많은 걸작들이 온전한 모습으로 다시 팬들에게 선보여져야 할 것이며(공교롭게도 어제 그는 일 집의 명곡, Suicide Solution을 들려주었는데, 이 곡은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도 공식 라이선스 반에 삽입되어 있지 않다.) 또한 아직까지도 터무니없이 비싸기 만한 티켓값이 제 자리를 찾아, 더 많은 이들이 다양한 문화 생활을 누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로서 처음 올리는 글입니다. 오자나 문법에 어긋나는 것이 있다면 허락 없이 수정해 주셔도 좋습니다. 물론 저보다 훌륭한 기사가 먼저 있다면 어쩔 수 없겠죠? 수고하세요. 종종 문제 의식 있는 기사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진은 찍을 수 없었습니다. 금지되어 있었거든요. 아쉬운 점입니다. 오마이뉴스의 특성상 내가 오마이뉴스 기자요, 그러니 내게 촬영할 기회를 주시오 할 수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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