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푸른색 당구대 위에서 당구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찼을 한 당구장. 당구대 사이 사이로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더니 이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찼다.
하나 같이 한손에는 손가방을 들고 파란색 남방을 입은 모습이다. 이들의 얼굴에는 사뭇 긴장감이 돌았고, 일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이들은 서울시 봉천동에 위치한 한독운수(대표 기갑표) 소속 기사들이다. 이들이 교대시간을 늦추면서 당구장에 모인 이유는 뭘까? "회사측에서 불법이라고 회사 강당을 못쓰게 하여 당구장에 모이게 되었다"고 한 택시기사가 설명해준다.
노동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노조활동의 자유를 사측에서 방해한다는 것이다.
사실유무를 살펴보기 위해 찾은 회사에는 당구장보다 더한 긴장감이 흐른다. 주차장 가득한 택시들과 굳은 표정의 일련의 사람들. 노조측과 사측이 붙인 대자보들이 일련의 사태를 짐작하게 한다.
"집회를 불허한 것은 노조측이 외부인사와 같이 하겠다 하여 시설물보호차원에서 지시한 것이다. 하지만 총회 자체를 막는 것은 아니다"고 사측은 설명한다.
또한 사측은 "작년 11월 26일 이미 체결된 임금협상안을 노조측이 문제시하여, 무리하게 재협상을 요구하며 이제는 상급단체 변경을 통보"했다고 주장하며, "당시 노조위원장과 부위원장 총무가 체결한 것으로 2002년 10월 31일까지 유효하므로 재협상은 없다"고 못박는다.
작년 서울시 택시요금이 오를 당시 한독운수도 노조와의 협의하에 서울시 중재안을 받아들여 임금은 17.2% 인상된 84만원, 가스(gas)는 25ℓ지원에서 가득으로 협의를 끝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중재안이 서울시 등록업체 평균을 기준으로 제시된 것이라는데 있다.
즉 한독운수의 경우 택시요금 인상 전 타결된 임금협상이 기본급이 낮게 책정되어 서울시 중재안을 택하더라도 25% 요금 인상에 따른 월급인상 효과가 전혀 없고 도리어 임금하락의 효과가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사측은 어느 정도 인정한다.
"어느 정도 월급 인하 요인 때문에 (임시총회 등) 저러는 것이다"고 전제한 후 "그러나 사측 입장에서도 4대보험료와 가스비인상 등으로 손해가 있다"고 주장하며 "일부 노조원들이 무조건적인 재임금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번 합의한 임금협상안을 3개월도 안되어 다시 할 수 있나?"며 난색을 표명했다.
이러한 양측의 갈등은 감정싸움으로 이어져 사측은 "일부 노조원의 유언비어에 현혹되어 부화뇌동하지 말 것"과 민주노총 산하로 들어가면 '노조위원장이 지회장으로 격하'되고 '집회 참가로 인한 손실이 발생'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였고, 노조측은 사측이 주장하는 것은 '사실무근'이며 노조활동을 방해하려는 '압력수단'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공방을 하고 있다.
한독운수 노조 부위원장 양정환(48) 씨는 "사측이 노동법31조 1항을 들어 총회를 불허하는 것은 억지다. 31조 1항은 임금에 관한 조항이지 총회에 관한 조항이 아니다. 또한 부위원장인 나에 대해 자격여부를 따지는데 작년 퇴직금 중간 결산때 사측에서 사표제출 후 재입사하여야 한다고 하여 그렇게 한 것이다. 사측이 필요하여 취한 행동을 이제야 거론하는 것은 자신들 논리의 빈약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한 후 "임금협정때는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경솔하게 판단하였다. 때문에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한독운수 노조는 상급단체를 '전국택시노조연합'에서 '전국민주택시연맹'으로 바꾸기로 대의원 대회에서 결의를 보고 이날 인근 당구장에서 임시총회를 개최한 것이다.
약 200여명이 모인 임시총회는 민주택시연맹 강승규위원장과 오춘삼 서울본부장 등이 지원 격려차 함께 하여 임시총회안건인 상급단체변경에 따른 변화를 설명하였다.
약 1시간의 노조원들의 토론 후 이어진 찬반 투표에는 좁은 당구장에서의 투표진행이라 약간은 소란스러웠지만 큰 사고없이 진행되었다.
결과는 261명 조합원 중 199명 참석, 찬성 189표, 반대 7표, 무효 3표로 원안이 가결되었다.
한독운수 노조원 이아무개(33) 씨는 "대한민국 초유의 당구장 노조총회가 무사히 치러졌고, 노조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이후 사주만 배불리는 임금체계가 노동자들의 실익으로 바뀔 수 있도록 민택과 노조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고 말한다.
구경 나왔다는 인근 주민 백아무개(봉천1동) 씨는 "서민들은 택시비 인상으로 서비스개선이 나아지길 바란다. 그러나 기사처우개선이 이루어지질 않고 사주의 이익만 늘어난 것을 확인하고 씁쓸하다. 아무쪼록 이러한 처우개선이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져 시민들이 편안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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