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연, 안성기, 신은경, 이재은, 정준, 이민영...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아역탤런트로 연예계에 첫 발을 들인 후 성공했다는 것이다.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연예인들이다. 하지만 현재형이 아닌 과거형으로만 기억되는 이름들도 있다. 노희지, 이건주, 예솔이... 가끔 명절 특집 프로에나 TV에 등장하는 이들의 현재 행보를 알고 있다면 당신은 상당한 TV매니아가 아닐런지.
현재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아역 배우 권오민 군. 그는 '용의 눈물' 김재형 프로듀서의 재기작이며, 16년 만에 강수연이 TV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SBS 사극 '여인 천하'의 진정한 히어로(?)이다. 사극 '여인천하'의 동호인이 최고의 남자배우로 뽑은 이 어린 배우는 벌써 팬클럽까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 뒤에는 손을 잡고 연기학원에 다니고 방송국의 문을 두드리던 그의 어머니가 있었다.
'여인천하'의 세자역으로, 근엄한 연기를 펼치던 권오민 군은 이제 MBC 현대극 '선물'로 다시 팬들 앞에 선다고 하는데 이제 권오민 군을 '세자'로 만들어 '어마마마'의 자리에 선 그의 어머니와 함께 '아역배우의 엄마'라는 타이틀의 코드를 풀어보도록 하자.
권오민(6)
- SBS 대하사극 '여인천하'로 데뷔
- 현재 MBC 미니시리즈 '선물'에 출연중
1. '여인천하'의 세자
- 어떻게 '여인천하'에서 세자역을 맡게 되었나요?
"연기학원을 9개월 정도 다녔어요. 어렸을 때부터 끼가 있어서... '용의눈물'의 채시라 씨 흉내를 너무 잘 냈거든요. 사극의 말투나 어휘를 그대로 흉내냈어요. 그게 계기가 되서 '여인천하'의 오디션을 보게 됐고 세자역으로 합류하게 됐죠.
- 다른 인터뷰 기사들을 보니 권오민 군이 김재형 PD나 전인화 씨와 굉장히 친하던데...
"모든 배우들과 친해요. 애가 붙임성이 있어서 모든 배우들이 다 이뻐해 주거든요. 36개월 때부터 '여인천하'에 출연했으니까 거의 배우들 밑에서 드라마와 같이 컸어요."
- 세자역할로 인기를 많이 얻었는데, 언제 실감하시나요?
"팬레터와 선물을 많이 받아요. 이제는 밖에도 데리고 못 나가죠. 다들 알아보니까. 하지만 이제는 만성이 돼서 괜찮아요. 그래도 경복궁에 야외촬영 나가면 난리가 나요. 큰 보디가드 두 명이 지켜도 어떤 사람들은 꼬집고 만지고... 애가 그런 게 무서워서 이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아직 어려서 팬들에 대한 의식은 잘 없고 순수하게 연기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요."
- '여인천하'의 눈물연기가 화제였는데, 권오민 군이 감정을 어떻게 잡나요?
"처음에는 눈물연기의 의미를 몰라서 그냥 슬픈 생각을 했데요. 그런데 이제는 '여인천하'에서 슬픈 대목을 생각하면서 눈물연기를 해요."
2. 아역배우의 어머니
- 권오민 군이 연기를 굉장히 잘하는데, 대본연습은 어떻게 하나요?
"연기연습을 따로 시키지는 않아요. 예전에 연기학원을 다녔는데 이제는 시간이 없어서 못가죠. 그냥 엄마랑 같이 연습해요. 하다보면 저도 반은 연기자가 돼요. 대본 맞춰주다 보면 연기도 늘고 공부도 많이 하게 되구요. 엄마가 연기 선생님이고 매니저고 그렇죠. 어려서부터 일부러 책을 많이 읽어줬어요. 자면서 열 권씩 아침에도 심심하면 열 권씩 계속 읽어 줬거든요. 그랬더니 어느새부턴가 글을 읽더라구요. 그게 대본읽고 감정잡는데 많은 도움이 되죠."
- 아역배우는 혼자 활동할 수가 없어서 항상 옆에 계셔야 할텐데 아이 때문에 어머니의 생활을 너무 많이 포기할 것 같아요.
"가족생활이 모두 아이 위주가 돼 버려요. 하지만 그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해요. 엄마는 아이의 무조건적인 추종자면서 후원자잖아요. 후원자로서 오민이 옆에 있겠지만 언제든 연기를 안 한다 그러면 그만두게 할 생각이에요."
- 아역배우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묻히는 연기자가 많은데 어렸을 때 인기 있던 연기자가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요? 일종의 인기금단증상이라고 할까.
"연기를 계속은 못 시키죠. 솔직히 학생이 되면 공부도 해야 하잖아요. 공부도 아니고 연기도 아니고 그렇게 되면 안 돼요. 아이가 어렸을 때 소중한 꿈을 가질 수 있게 해주고 성인이 되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다시 결정할 수 있게 해줘야죠. 그럴 수 있을 때까지는 공부해야 하고... 다 커서 연기를 안 하게 되면 "네가 애기 때 이렇게 인기가 많았던 아이란다"하는 경험으로도 이야기해 줄 수 있구요. 보통 아이일 뿐인데 애기 때 경험이 오래 남아서 스트레스를 줄 것 같지는 않아요. 크면서 공부하면 학생이라는 신분에 자신을 다시 맞출 수 있지 않을까요?"
- 아이가 연기를 하기 싫어하는데도 억지로 시키는 어머니도 계신가요?
"그럼요. 너무 많아요. 솔직히 저는 이제 경험을 하고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르니 눈에 많이 보이거든요. 끼가 없는 애들은 대본 읽을 때 많이 차이가 나요. 그런 애들은 끝까지 못버티죠. 무조건 이쁘니까 탤런트 시키겠다는 건 너무 단순한 생각이에요. 아역배우라는 게 얼굴보다 적극적으로 연기를 하고자 하는 끼와 마음이 있어야 하거든요. 인기에 집착하지 말고 엄마들이 미련을 버려야한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결국은 엄마 때문에 자기 진로를 못 찾게 되니까."
- 아무리 연기자라고 해도, 권오민 군은 아직 어린아이인데 촬영슛 들어가면 하기 싫다고 할 때도 있지 않나요?
"그렇지는 않죠. 하지 않으면 안 되는구나하고 아니까요. 안 한다고는 안 하는데 졸릴 때는 '조금 있다가 하자' 그래요."
- 권오민 군이 자신이 연기한 것을 모니터 하나요?
"꼼꼼히 해요. 시선 처리라든가 그런 걸 알게 하려고 제가 시키기도 하죠. 처음에는 너무 어리고 비중도 적어서 안 했는데, 점점 비중이 커지면서 모니터를 했어요. 오민이가 '여기 이상해'하면서 다시 한 번 연기해 보고 그래요. 오민이는 끼가 있는 거죠. 끼가 있고 하겠다는 생각이 있으니까 열심히 하는 거예요. 대본도, 어른도 못 외우는 것을 외워서 완벽하게 연기해내요. 그러면 감독님이랑 배우들도 감탄하죠."
- 어머니의 많은 생활을 포기하시고 권오민 군의 활동을 뒷바라지하시는 건데, 어떨 때 보람을 느끼시나요?
"옛날엔 '세자'라고만 사람들이 불렀는데 근래 들어 이름을 불러줄 때요. 아역상을 받았을 때도 너무 보람 있었어요. 배우들이 그런 상 받으려고 1년 동안 얼마나 고생하는데요. 오민이한테 고마웠고 자랑스러웠어요."
- 일반적으로 아역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에 대해 "아이를 앞세웠다"라는 인식이 강한데...
" '어유 넌 어려서부터 효자 노릇한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안타까워요. 어떻게 애를 앞세워서 돈을 벌려고 하겠어요. 벌면 얼마나 번다고... 오히려 투자하는 거에요. 아이 장래를 보고서. 아이가 끼가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대뜸 아이보고 '너 얼마 버니?' 이러는 사람들이 있다니까요. 그런 사람들하고 저는 눈도 안마주쳐요. 너무 싫어서..."
3. '어머니'란 이름으로
- 얼마전 아침 토크쇼를 봤더니 오민이가 어머니보다 전인화 아줌마가 더 좋다고 했는데, 섭섭하진 않으셨나요?
"방송인데도 그렇게 말하더라구요. 처음엔 너무 섭섭했어요. 방송국에 오면 전인화 씨랑 있느라고 전 오민이 얼굴도 구경하기 힘들어요. 하지만 애니까... 애가 뭘 알고 그랬겠어요? 엄마가 연기 가르치면서 무섭게 하고 그러니까 잘해주는 전인화 아줌마가 좋다고 한 거겠죠.(웃음)"
- 그래도 어머니 없으면 불안해서 혼자서는 연기를 잘 못하지 않나요?
"그럼요. 엄마의 힘이 되게 커요. 녹화하다가도 엄마가 옆에 있어야 되구요. 지금은 잘 몰라도 나중에 알아주겠죠. 아니, 지금도 알아요. '우리 엄마가 제 매니저에요' 그러면서 다른 사람한테 무조건 저한테 뭐든 물어보래요. 촬영 끝나면 '엄마 고생하셨습니다' 그러고요."
- 권오민 군이 촬영장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또래 아이들과는 너무 떨어져있는 게 아닌가요?
"그게 제일 걱정이에요. 그래도 방송국에 오면 여기가 놀이터고 친구도 있고 하니까요. 하지만 한창 친구들과 뛰어 놀 나이인데 대인관계 경험도 적어지고... 될 수 있으면 친구들하고 정기적인 모임을 가져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그래야 아이들도 스트레스를 풀죠."
- 권오민 군을 연기자로 키우시면서, 이건 참 싫다고 느끼신 점은?
"아이가 밥도 제대로 못 챙겨먹고 촬영할 때요. 정말 안타깝죠. 부모 마음으로 아파서 걸음도 못 걷는 애를 나오라고 할 때는 정말 엄마로서 괜히 시켰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 어머니로서 아역배우인 권오민 군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자만하지 않고 윗사람 알아보는, 겁을 아는 아이가 되었으면 해요. 아역 배우들은 어린애라고 이뻐만 해주니까 나중에 거만해지는 아이를 많이 봤거든요."
- 권오민 군이 연기를 언제까지 계속 할까요?
"아이가 어떤 길로 나가든 진로가 중요한데 끼를 일찍 발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오민이가 따라주면 끝까지 연기를 시킬 거에요. 애들은 억지로 연기를 못키거든요."
누군가 "아역 배우에는 자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아이와 변신하는 아이의 두 종류가 있다"고 했다. 전자의 경우 결코 '아역 배우' 이상이 될 수 없지만 후자는 흘러가는 대로 자신을 녹여나가 그 이상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여부를 떠나 더욱 중요한 것은 결코 '아역 배우' 이상이 될 수 없는 아이를 어머니의 무모한 욕심으로 배우라는 틀 속에 가둬버렸을 경우이다. 아이 자신이 그려 볼 기회가 없었던 미래는 엄마가 그려놓은 대로 만들어지지도 않은 채 결국 그 누구도 원치 않는 방향으로만 흘러가게 된다.
권오민 군은 현재 명실상부한 '스타'다. 그러나 아역배우들이 커가면서 아역의 이미지를 벗는데 성공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에는 별로 이견이 없을 것 같다. 권오민 군이 10년, 20년 뒤에도 '스타'로 남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의 어머니 말대로 '끼'가 있다면 그는 과거형이 아닌 언제나 현재형의 스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마마마'의 '왕세자 끼테스트'를 거친 '세자"'낙점이 옳았다면 말이다. 하지만... 아니어도 상관없다.(고 오민이의 엄마는 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방송웹진 자임(http://zime.fbc.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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