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산업의학전문가들이 LG정유 노동자 특수검진 축소·조작과 관련해 각각 성명서를 내고 책임자 처벌과 제도개혁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22일 오후2시 과천정부종합청사 앞에서 250여 명의 조합원이 참석한 가운데 특수검진제도 개혁촉구를 위한 결의대회를 가졌다.
민주노총은 이날 특수검진제도가 불신을 받는 이유는 "LG칼텍스정유 노동자 특수검진결과 조작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사업주는 노동자들의 실제 건강상태와는 무관하게 특정 직업병에 일정한 유소견자 규모를 벗어나지 않을 목적으로 검진제도를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또 "검진기관은 전문가의 양심에 따른 객관적 판정이 아니라 사업주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 검진제도가 단순한 돈벌이 대상이 되고 있다"고 개탄하면서 "LG칼텍스정유 노동자 특검 조작 관련자들에 대한 신속한 처벌과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투쟁하겠다"는 강력한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노동부 관계자에게 전달한 요구안에서 ▲김병원 검진기관 지정취소 ▲사업주 처벌 ▲노동부 관련 공무원 직무유기 처벌 ▲안전보건진단과 안전보건개선계획 작성 명령 등 노동부 조치를 요구했다.
또 특수검진제도와 관련해 ▲노동환경, 검진기관에 대한 노동자 알 권리 보장과 사업주 정보제공 의무 위반 시 처벌 명문화 ▲검진결과에 대한 노동조합의 감사권 보장과 검진과정에 대한 노동자 이의 제기권 보장 ▲검진의 형식성 극복 ▲노동자건강진단제도개선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했다.
원진녹색병원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 등 42명의 산업보건전문가와 교수들도 LG칼텍스 특수검진 조작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혁을 정부당국에 촉구했다.
이들은 22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특수검진은 90년대 이후 끊임없이 그 실효성과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유해작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수가 축소 보고되어 검진대상자가 누락되는 점, 검진을 받는다 해도 평균 3분 이내에 끝나버리는 졸속성, 검진 실시 후 설명이나 사후관리가 없는 점 등"을 들어 근본적인 특수검진 제도개혁을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다음은 산업보건전문가들이 발표한 LG칼텍스정유 특수검진 결과 조작사건 관련 성명서 '전문'이다.
LG-Caltex정유 특수검진 결과 조작사건과 관련한 산업보건전문가들의 입장
우리 산업보건 전문가들은 여수산단 LG-Caltex정유의 특수검진 결과 조작사건이 현행 특수검진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관련자 전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 제도개혁을 실시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
특수검진제도는 세계 최악의 산업재해 발생 위험 속에서 일하는 우리 노동자들의 "직업병을 조기발견 하고 유해환경으로부터 건강권을 지켜내기 위"해 1년에 1∼2회 실시하고 있는 우리나라 산업보건의 중심제도로, 매년 60여만명의 노동자가 검진을 받으며, 이에 들어가는 비용만도 150∼200억원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특수검진은 90년대 이후 끊임없이 그 실효성과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유해작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수가 축소 보고되어 검진대상자가 누락되는 점, 검진을 받는다 해도 평균 3분 이내에 끝나버리는 졸속성, 검진 실시후 설명이나 사후관리가 없는 점 등, 특수검진제도의 문제점을 계속해서 제기해왔다.
우리 산업보건 전문가들 역시, 사업주에게 부여된 검진기관 선택권은 노동자건강에 대한 최선의 양심적 판단을 방해할 수밖에 없으며, 근골격계질환이나 유기용제중독 등의 현대 직업병을 검진할 수 없는 문제점 때문에 특수검진제도의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올해 노동부 산하에 특수검진제도 개선위원회를 두고 제도개선안을 만들고 있지만, 당사자인 노동자의 참여가 배제된채 검진 대상과 항목 등의 기술적 개선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현재 논의로는 근본적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정부는 이번 사건이 비도덕적이고 비양심적인 특정 회사나 검진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특수검진제도에 내재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임을 명심해야한다. 우리는 현행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사업주가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떠나 검진기관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하기 어렵고, 건강검진의 당사자인 노동자가 그 과정의 판단이나 정보에서 제외되어 어떤 권리도 행사할 수 없는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포함한 특수검진제도의 개선 계획을 세워야할 것이다.
우리 산업보건전문가들은, 노동자들의 불신과 분노의 대상이 되어버린 특수검진이 노동자 건강을 보장하는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근본적 제도개혁을 실시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2002년 2월22일 / 산업보건 전문가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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