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대합실에서 바라본 철도파업

등록 2002.02.25 19:19수정 2002.02.26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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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파업 첫째날인 25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 풍경은 예상과는 달리 짜증스러운 표정만은 아니었다. 일부 시민들은 파업 때문에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불평을 늘어 놓기도 했지만, '그래도 고통을 나눠가져야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는 시민도 더러 눈에 띄였다.

다음은 이날 서울역에서 만난 5명의 서울 시민의 토막 인터뷰 내용이다.

1>낮 12시 서울역 대합실에서 만난 서경자(50. 서울) 씨.

"보통 천안으로 가는 기차가 10분 간격으로 있는데 파업 때문에 1시간이나 기다려야 하네요."

-불편하시죠?
"몸으로 느끼는 것은 불편하죠. 하지만 무조건 파업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는 거 아니예요. 잘은 모르지만 파업하는 내막이 있겠죠. 자주 기차를 타고 다니는데 승무원들이 너무 힘들게 일하는 것 같아요."

-불편을 겪지 않으려면 빨리 해결되어야 하겠네요?
"빨리 해결되는 게 아니라 잘 해결돼야겠지요"

2>친구의 장례식에 가기 위해 서울역에 왔는데 파업으로 인해 부산으로 가는 기차를 타지 못한 김성석(58. 용인) 씨.


"민영화는 나와 상관없는 일인데 우리에게 피해가 안 왔으면 좋겠네요. 나라가 어려운 상황인데 조용했으면 좋겠어요. 서민들이 생활하는데 걸림돌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우리 같이 장사하는 사람들은 물건을 정확한 시간에 전달해야 하는데 철도가 제대로 운행되지 않으면 엄청난 피해를 입습니다."

3>반환창구에서 표를 반환하고 나오는 차정준(50.광양) 씨.


-방금 차표 반환하시던데요
"어제 아들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졸업식을 마치고 오늘 15:50분 기차로 광양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15:30분 기차가 취소되는 바람에 열차표를 반환했습니다. 아침에 철도파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고속버스 표를 끊었습니다."

-불편하시죠?
"감내해야죠. 불편하다고 투정부리면 노동자들은 평생 파업 못할 겁니다. 약자의 편에서 본다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죠."

4>대합실에서 만난 이 아무개(25.부산) 씨.

"주말도 아니고 평일인데 좌석이 없으면 어떡합니까? 저는 오늘이 주말인 줄 알았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6시간 동안 어떻게 서서 갑니까. 좌석 구하기 위해 30분간 돌아다녔습니다."

5>막 휴가를 나온 해병대 송모(23) 씨.
"몸으로 직접 피해를 느끼니 안 좋죠. 자기 주장만을 하기보다 서로 양보해서 장기 파업까지는 가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현장에서 5명의 시민들을 만나본 결과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시민의 발'을 볼모로 잡아 파업을 벌인다고 광분하는 시민은 보기 드물었다. 다소 불편함을 호소할 뿐 막무가내로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없었다. 오히려 대부분의 시민들은 양측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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