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이 끝났다. 부시 미 대통령은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와 북한과의 대화의지를 밝혔다.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강경정책이 한발 후퇴했으니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부시를 겨우 달래 논 정도라고 보인다. 여전히 부시 정부의 한반도정책의 전환 의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구체적인 북한과의 대화 프로그램도 제시되지 않았다.
부시의 이번 태도는 일시적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에 돌아 간 얼마 후 그의 태도가 변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를 비롯한 부시정부의 강경파들이 한반도정책을 결정하고 있으며, 호전정책으로 미국인들의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꼬리 내린 부시, 미국 정부내 강경파 여전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한반도정책에서 한국민은 반응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번에 미국정부가 신경을 곤두 세웠던 것은 한국민의 부시반대열기였다고 한다. 각계각층의 시민사회단체와 지식인을 비롯한 국민들이 ‘전쟁반대, 부시반대’를 주장하며 성명서를 발표하고 항의시위를 전개했다.
특히 일반 국민들이 반미행동에 나선 것은 놀라운 일이다. 영국의 파인넨셜 타임즈(Financial Times)가 한국의 분위기를 ‘반미 친중’으로 지적한 것도 의미롭다. ‘악의 축’이 태평양을 경계로 아시아와 미국으로 갈릴 것이라고 예측되기도 한다. 지속적이고 슬기로운 반전평화운동이 요청되고 있다.
그런데 이어지는 부시의 행태를 보면서 ‘선택’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필자는 지난 미국 대선때 미국현지에 있으면서 미국 대선에 대한 평론을 국내에 여러차례 보낸 적이 있다. 그때 주목한 것은 앨 고어 민주당후보와 조지 부시 공화당후보의 정책의 차이였다.
특히 한반도에 대한 두 후보의 정책차이는 명확했다. 고어가 클린턴 정책을 계승해 동북아에서 친중국 북한 포용의 평화정책을 내건 반면 부시는 클린턴 정권의 중국 우선 정책을 일본 우위 정책으로 바꾸고 미 일 한 군사동맹체제를 강화해 대북 강경정책을 표방했다는 점이다.
지난 미국 대선의 교훈은 '선택'의 중요성
부시가 당선된다면 햇볕정책은 후퇴하고 한반도에 전쟁분위기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한반도 평화를 내건 앨 고어 후보 당선을 고대했고, 고어를 돕는 운동에 참여했다.
그 때 국내의 일부 지인들로부터 고어나 부시나 똑같다, 둘 다 보수당으로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일 할턴데 뭐하러 고어를 돕느냐는 의견을 들었다. 그러나 둘 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일할 것이라는 점은 맞지만 확연한 정책의 차이를 무시하고 지극히 원론만 주장하는 것은 현실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시집권 이후의 현실이 그것을 반증하고 있지 않는가.
'선택’이라는 것은 현실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대통령선거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도 ‘선택’의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된다. 최근 각종 언론들에서 나타난 대선후보들의 노선과 정책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당선을 겨루는 후보들로만 보자면 노무현 후보의 진보적 정책과 이인제 후보의 보수적 정책은 분명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이회창 총재의 보수성은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훨씬 매판적 보수성을 띠고 있다.
다 똑같은 것이 아니다. 그들의 노선과 정책의 차이는 매우 큰 것이며, 국민들의 생활과 국가정책의 기본을 바꿀만한 것이다. 지금이야 말의 차이로 보일지라도 권력을 잡으면 그 차이는 엄연한 현실이 되어 대의정치 체제로는 수년간 속수무책이 될 수 밖에 없는 힘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부시 선택이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갔다면 한국에서 보수의 선택은 민주주의와 통일, 민중생존권을 위한 개혁을 거꾸로 돌려버리게 될 것이다. 지방에서의 보수, 반개혁후보의 선택은 지방자치와 분권을 후퇴시킬 것이다. 부시반대가 중요한만큼 대선과 지방선거에서의 올바른 ‘선택’이 필요하다. 지역과 파벌, 돈과 세력에 끌려다니지 말고 이제 나라와 지방을 살리는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때다.
후회는 늘 나중에 있는 법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