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움을 잠재워보라

3월 8일 세계 여성들의 울부짖음

등록 2002.02.26 11:55수정 2002.02.26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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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노동조합의 특성을 가진 여성노조의 주요 사업 중의 하나가 상담을 통한 조직화이다. 그러다 보니 상담을 통해 일하는 여성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전화가 울린다. 사무실에 혼자 남으면 사람 없는 줄 알고 더 전화가 많이 온다. 누가 듣기라도 하는지 모기만한 목소리로 물어온다.

"궁금한 것이 있어서 전화를 했는데요, 제가 일은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월급이 작아서 그래요. 하루에 얼마를 일하게 되어 있나요?"

법정근로시간과 연장근로시 수당에 관한 이런저런 권리를 알려주고 이름과 연락처를 물어본다. 누가 오니 전화를 끊고 나중에 다시하겠다고 하며 급하게 전화를 끊는다.

난 알고 있다. 그녀는 다시 전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가 연락처와 이름을 묻는 것은 그녀의 질문이 해결됐는지 알려고 할때나 나중에 더 좋은 해결방안이 나와 보충 연락을 하려 할 때 보통 쓰여진다.

그러나 그녀가 그 이후 전화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가 되었는지 아니면 그녀가 혼자의 힘으로 당당하게 요구하여 문제가 해결되었는지, 아니면 아무일 없었다는 듯 묵묵히 일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모기만한 목소리의 그녀들


무척 궁금하고 잘해 나가길 바랄 뿐 내가 그 이상 함께 해줄수 있는 일은 없다. 면역이 될만도 하지만 그런 그녀들의 반응에 내가 화가 난다.

또 전화가 온다. "임금을 못받았습니다. 입사한 지는 얼마 안됐지만 월급을 한번도 받지 못했어요, 회사가 부도가 난다고 하는데 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그만두면 저만 손해인 것 같고 해서 방법이 없는지 궁금해서 전화를 했는데 노동부에서는 한번 오라고만 하네요"


돈을 받을수 있는 이러저러한 방법을 알려주며 이름과 전화번호를 또 물어본다. 흔쾌히 대답하고 더 좋은 방법 있으면 연락달라고 넉살까지 부린다.

짧은 전화통화지만 그들의 요구와 의지를 잠시나마 느낄수 있고 그들의 의지만큼 나는 힘을 내서 일할 수가 있다.

100년 가까이 외쳤지만 모든 것은 그대로

우리는 지역정보지에 이런 저런 제목을 달아 여성노동자무료상담이란 글귀로 안내되고 있고 우리의 바람은 어려운 일을 당하는 일하는 여성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우리를 통해 쉽게 해결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그녀들의 상담은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그리 시끄럽지도 당차지도 않다. 피해자인 그녀들이 마치 가해자인양 풀이 죽어서 전화를 하고 제대로 물어보지도 못하고 전화를 끊는 경우도 많다.

다가오는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 94주년을 맞고 지역에서도 여성노동자대회를 개최할 것인데 우리들의 이런 쪼그라든 모습으로 결의를 다질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듯한 여성대회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부끄럽게도 전북여성노동자회에 들어와 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보고서야 그러한 날이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3.8일을 떠올리면 절절하게 느껴지는 미국 섬유공장의 여공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고 그녀들이 감금당한 채 일하다 불에 타죽은 일은 맞벌이를 위해 아이들을 방안에 두고 일하러 나간 뒤 불에 타죽은 아이들의 죽음을 기억하게 하고,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에서 감금당한채 불에 타 죽어간 여성들의 울부짖음을 기억하게 한다.

빵과 참정권을 위해 외쳤던 우리의 할머니와 어머니들의 외침이 누군가는 모든것이 해결되었다고 하나 '모든 것은 그대로'이다. 빵을 요구했던 우리의 할머니와 어머니를 이어 지금 여성들은 월 474,600원이라는 임금도 받지 못하여 최저임금을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재생산을 위해 희생되는 어머니의 모성은 법적용에서도 멀어져 있다. 이런 우리의 현실을 모기처럼 작은 소리로 윙윙거릴 게 아니라 화통처럼 시끄럽게 외쳐야 하지 않을까?

시끄럽게 외쳐 나를 알리자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여성들이길 바란다.
여성의 장점이 많다고들 하나 정작 그 장점을 개발할 기회를 갖지 못한 여성들이 많으니 나의 장점을 찾아 잠시침묵하고 외쳐보자.

내 목소리로 소리내지 못하면 물건을 두드리면서라도 나의 존재를 알려야 하지않겠는가. 그래야 그 시끄러움을 잠재울 생각들을 할것이 아닌가.

여성들이여 3월 8일을 기해 우리의 요구를 소리쳐 외치자!

덧붙이는 글 | 박미란 기자님은 전국여성노동조합 익산전주지부에 있습니다.

위 기사는 <주간인권신문> 평화와인권 281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박미란 기자님은 전국여성노동조합 익산전주지부에 있습니다.

위 기사는 <주간인권신문> 평화와인권 281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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