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기업은행 엽총강도 사건이 발생 80일이 되도록 수사에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데다 사건해결의 결정적 역할이 기대되는 제보마저 끊겨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사건개요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3시14분께 대구시 달서구 월암동 기업은행 성서공단지점에 20대로 보이는 복면 강도가 침입, 엽총으로 은행직원과 손님들을 위협한 뒤 현금 1억2600만 원을 털어 달아났다.
범인은 은행으로 들어가 천장을 향해 3발을 쏘았고, 검정색 스포츠 가방 2개를 던지며 창구직원에게 "현금을 넣어라"고 협박, 현금이 담겨진 가방을 들고 밖에서 기다리던 공범과 함께 성서공단쪽으로 달아났다.
사건발생 3시간후인 이날 오후 6시15분께 사건에 이용됐던 승용차가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 동산맨션 105동과 106동 사이에서 불탄채 발견됐고 차에는 사건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엽총 2정이 있었다.
경찰 수사
경찰은 범인들이 사전에 은행을 털기 위해 총포사에서 총을 강탈한 것으로 보고 은행 폐쇄회로 TV에 찍힌 범인의 인상착의를 정밀 분석하는 한편 동종수법 전과자들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사건 발생이후 다음날 오전까지 강도사건이 발생한 현장과 범행에 이용된 차량이 불태워 버려진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 주변을 비롯, 달서구 와 달성군 일대 유흥주점과 숙박업소 등을 상대로 탐문수사에 나섰으나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또 이날 범인이 대구를 벗어났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범행에 사용됐던 도난차량 번호판 연고지인 경남 창녕경찰서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당시 경찰은 사건 3일전인 8일 대구시 남구 봉덕동에서 발생한 총포사 주인 살해 및 총기분실 사건과 관련여부를 밝히기 위해 주인에게 걸려온 휴대폰 통화 발신지를 역추적하는 등 다양한 수사를 폈다.
사건 3일째 경찰은 은행 폐쇄회로 TV에 찍힌 범인의 범행현장 사진과 인상착의 등이 적혀있는 수배전단 10만 장을 달서구와 달성군 지역을 중심으로 배포하고 현상금 1천만 원을 내걸었고 다시 2천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사건 8일째인 18일. 지난 91년 경남 사천 모농협 공기총 강도사건 미검자 2명중 1명인 용의자 S씨(38)를 연행해 당일 알리바이 등 행적을 조사했으나 아무런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올들어 1월 3일 경찰은 새로운 전단 30만부를 추가로 제작해 전국에 배포했다.
새 전단에는 범인의 말씨, 범행과정, 유류품 사진 등 전단의 내용에 상세한 설명이 추가됐고 현재까지 세차례에 걸쳐 수배전단 50만부를 제작, 전국에 배포됐으나 신빙성 있는 제보 및 신고전화가 거의 없어 수사가 제자리에 맴돌고 있다.
범인은 총포상을 살해, 엽총을 탈취한 뒤 은행을 터는 일련의 과정에서 증거하나 남기지 않는 등 범행수법이 치밀했던 데다가 범인의 퇴로 차단 등 경찰의 초동수사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건 수사는 처음부터 난관에 부닥쳐왔다.
범인은 매우 지능적이고 치밀한 범행수법을 드러냈다. 범행장소는 도심외곽의 공단지역 한복판이지만 관할 달서경찰서 월성2동 파출소에서 약 4km나 떨어져 있어 경찰의 출동시간 등 사전답사를 충분히 감안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범행에 이용된 차량이 달서구와 달성군의 경계인 제방을 넘어 농로를 통해 범행장소에서 약4km 가량 떨어진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발견됐는데 경찰의 차량검문을 의식한 것으로 미뤄 범인은 이 일대 지리에 매우 밝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시종일관 장갑을 꼈고, 차량과 엽총을 함께 불태워 버린 점 또한 완전범죄를 노린 치밀한 범행이였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향후 전망
지난 19일 대구 달서경찰서는 지난해 말 발생한 경주 모 은행 현금수송차 절취사건의 범인 최모(35) 씨로부터 은행 엽총강도범의 몽타주가 자신이 알고 있는 박씨와 다소 비슷하다는 진술을 받아낸 뒤 지난 18일 낮 부산에서 박모(39·무직·주거부정) 씨를 사건 용의자로 붙잡아 조사를 벌였지만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또다시 허탈감에 빠졌다. 대구 달서와 남부경찰서에 각각 설치됐던 수사본부중 남부서가 26일 철수돼 수사인력마저 줄어든 상태다.
경찰관계자는 "사건 일주일 동안에는 하루 7∼8통의 제보가 들어와 수사에 다소 활기를 띄었지만 지금은 제보조차 거의 없어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라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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