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우수', 민주당은 '낙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홈페이지 운영과 구성을 비교해 보았더니....

등록 2002.02.28 11:18수정 2002.02.2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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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우수', 민주당 '낙제'. 최근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홈페이지를 방문, 구경하고서 내린 제 개인적인 결론입니다.

미 NBC방송의 투나잇쇼 진행자 제이 레노가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의 김동성 선수의 실격파문과 관련, 한국인을 비하·모욕하는 발언을 한 일로 요즘 전국이 시끄럽습니다. 인터넷게시판에는 제이 레노를 비난하는 글들이 연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으며, 미국을 성토하고 노골적인 반미정서를 표출하는 글들도 시간이 갈 수록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때를 놓칠새라 한나라당은 26일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관련그림을 넣고 파란색으로 큼지막하게 <美 NBC '제이레노'의 사과를 촉구하며>란 타이틀을 달아 제이 레노의 망언을 비판하는 논평을 눈에 잘 띄도록 첫머리에 배치하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성난 민심에 편승하여 득을 보려는 발빠른 정치적 제스처 혹은 눈높이를 통한 민심따라잡기의 일환이라고나 할까요.


(2002.2.26, 한나라당 홈페이지 초기화면의 모습)

민주당 역시 한나라당과 같은 날 <'제이 레노' 망언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촉구하며>란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는 달리 그것을 헤드라인으로 편성하지 않고 '대변인 논평' 가운데 하나로 처리함으로써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끄는데는 실패했습니다.


(2002.2.26, 민주당 홈페이지 초기화면의 모습. 제이 레노의 망언을 비판하는 논평이 있다는 것은 화면 맨 밑을 봐야만 알 수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이러한 대조적인 모습은 지난 22일에도 똑같이 재현됐습니다. 1500미터 쇼트트랙 경기에서 한국의 김동성 선수가 일등으로 들어오고도 실격처리돼 금메달을 박탈당한 사건으로 인해 국민적 분노가 크게 타올랐을 때, 한나라당은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안톤 오노 선수의 할리우드 액션을 보여주는 그림과 더불어 <도둑맞은 금메달>이란 논평을 전면에 크게 부각시켰습니다.


(2002.2.22, 한나라당 홈페이지의 초기화면 모습)


그러나 민주당은 이때도 관련 논평을 '대변인논평' 란에 삽입시켜 무성의하게 처리함으로써 민주당 홈페이지를 찾은 사람들에게 실망감만을 안겨주었습니다.


(2002.2.22, 민주당 홈페이지 대변인논평 란에 실린 김동성 관련 논평.)


홈페이지의 구성 뿐만 아니라 논평의 내용과 강도에 있어서도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민주당은 김동성 선수가 금메달을 빼앗긴 것을 '실격판정', '편파판정'이라고 두루뭉실하게 포장한 반면, 한나라당은 "금메달을 도둑맞은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는 일", "상식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판정" 등으로 직설적으로 표현해서 공감을 자아냈습니다. 양당의 논평을 직접 비교해 보시죠.

[한나라당 논평] 도둑맞은 금메달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올림픽 3연승을 달성한 것을 축하한다. 하지만 김동성 선수가 어이없는 이유로 실격 판정을 받아 금메달을 도둑맞은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는 일에 분노한다. 상식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었다. 대회 초반부터 일기 시작한 판정시비가 이번 올림픽을 미국만을 위한 잔치로 만들었다. 또한 심판진의 당당하지 못한 행동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결국 주최국인 미국을 위한 편파판정이 신성한 올림픽 정신을 훼손시키고 수치스런 올림픽으로 만들고 말았다. 우리선수단은 강력한 항의와 중재위 제소를 통해서라도 분노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주기 바란다. 더 이상 스포츠 정신이 훼손되서는 안된다.

2002. 2. 22 한나라당 대변인 남경필

[민주당 논평] 김동성 실격판정 잘못됐다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의 남자 1,500m 쇼트트랙에서 한국 김동성선수가 1위로 골인하고도 실격판정을 받은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세계언론과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김동성 실격판정은 대단히 잘못된 편파판정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한국선수단의 항의와 제소방침은 정당하다. 중재위는 한국선수단의 제소를 정밀검토, 잘못된 판정을 바로잡고 김동성선수에게 금메달을 돌려주어야 옳다. 이렇게 편파적인 분위기에서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한국 선수단의 쾌거는 더욱 값지고 빛난다. 온 국민과 함께 축하를 보낸다.

2002년 2월 22일 새천년민주당 대변인 李 洛 淵


한나라당은 또 홈페이지 오른쪽 바에 '<진정한 금메달은 김동성 당신입니다>는 타이틀과 함께 김동성 선수에게 위로.격려하는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배너를 다는 한편 왼쪽 여론조사란에는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1500m 결승 경기에서 1위로 들어온 김동성 선수를 실격처리한 심판 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는 설문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민주당 홈페이지에서는 김동성 효과를 제 것으로 견인할 수 있는 이런 세심한 배려를 찾아볼 수가 없더군요.

정치는 민심입니다. 민심의 소재를 떠나서는 존립할 수 없는 게 정치라고 합니다. 특히 17대 대선을 1년도 채 안 남긴 상황에서 민심을 재빨리 파악·반영하고 그를 이용해 자당의 인지도를 높이는 일은 정권쟁취를 지상과제로 삼는 정당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비즈니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그 구성을 비교·관찰해 본 것도 그 때문입니다.

반미감정의 득세와 관련하여 상대적으로 한나라당보다 유리할 것으로 보였던 민주당은 그러나 김동성 실격파문과 제이 레노의 망언 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지지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듯한 느낌입니다.

이에 비해 이회창 총재의 방미 발언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한나라당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보다 발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했고 결과적으로 이것이 어느 정도 먹혀든 것처럼 보입니다.

홈페이지에서 드러난 양당의 이러한 차이가 향후 대선정국과 관련하여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현재의 모습만 가지고 판단할진대, 정치감각이나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면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현저히 뒤지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민주당의 분발을 촉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하니리포터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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