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한미공조

등록 2002.02.28 12:39수정 2002.02.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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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군당국이 2월 27일 북한의 재래식 무기를 포함한 남북한 군비통제에 대해 남북회담뿐 아니라, 북미회담에서도 다룰 수 있도록 창구를 이원화하기로 합의함으로써 한반도 군사문제의 접근 방식이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그 동안 대북 군사협상에서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는 미국이, 긴장완화와 재래식 무기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북한과 협상한다는 이른바 '역할분담론'이 사실상 철회된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국헌 국방부 군비통제관(육군 소장)과 티모시 도노반 주한미군사령부 기획참모부장(해병대 준장)은 27일 국방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 두 나라는 한반도 군비통제 1단계인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CBM)와 관련해 △신뢰구축 협의 강화 △군사분야 교류·접촉 확대 △정전체제 준수 △우발적 충돌 및 오해 예방 조처 등 32개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앞으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 장사정포를 포함한 주요 전력 재배치, 감시·검증 체제 구축 등 전반적인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에 대해서도 연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등 관련 부처와 백악관, 미 국무부 등에도 보고되었고, 토머스 슈워츠 주한미군사령관은 3월 5일 미국 의회에 공동연구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어서, 이번의 연구 결과가 한미 정부의 공식적인 대북 군사적 신뢰구축 방안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주도권 인정인가?

이번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한겨레>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미국이 재래식 군사력 문제에 있어서도 주도권을 거머쥐게 됐다'며, 이는 1992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와 6.15 공동선언의 당사자 해결 원칙에서 멀어진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는 좀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그 동안 남한은 굳건한 한미군사동맹을 강조하면서도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해결주의를 강조해왔고, 미국은 군사문제에 있어서 자신이 배제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은 군사문제는 남한이 아닌 미국을 협상 대상으로 보고 있는 남-북-미 3자 사이에 '불일치'가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남한은 북한으로부터 위협을 느끼고 있어 남북한 당사자주의의 실효성이 있지만, 북한은 근본적으로 남한보다는 미국에게 군사적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협상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전시작전권이 남한이 아닌 미국에게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남북한 군사문제에 '개입'하는 것 자체는 불가피한 현실이자,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타당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이 개입한다는 '형식'이 아니라 그 '내용'이다. 일단 한반도 군사, 특히 재래식 군사력과 긴장완화의 문제에 있어서 한미공조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우리측의 필요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부시 행정부측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이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한반도 문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군사문제에 있어서 개입 수준을 높임으로써, 차후 한국의 대북정책을 '통제'의 범위 내로 묶으면서 자신의 세계 및 동아시아 전략의 하부 변수로 삼고자 하는 것이 관철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국방부에 확인 결과 크게 3가지의 구체적인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한반도 군사문제의 가장 큰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 문제가 빠졌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에 대해 남한의 정부가 개입함으로써 중재 및 대안 제시의 역할이 구체적인 수준에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대량살상무기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의 주도권을 인정하면서, 다른 군사 현안에 대해서도 미국의 개입을 허용한 측면을 담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북군사정책을 남-북-미 3자의 틀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라, 남북, 북미 양자 협상틀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으로 하여금 문제를 풀고자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을 더욱 압박하기 위한 기만책으로 해석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접근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한반도의 군사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남북, 북미 관계 못지 않게 중요한 한미군사동맹관계의 개선 방안이 담겨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남한이 북한과의 실질적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시작전권의 환수 계획이 빠져 있다.

이는 북한이 앞으로도 남한을 실질적인 군비통제 협상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게 될 여지를 만들어 놓음으로써 남북한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의 실효성이 반감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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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조선(북한), 평화, 통일, 군축, 핵문제와 평화체제, 한미동맹과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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