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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한 주주가 주총 도중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
-"원안 통과를 제청합니다!"
-"재청이요!"
-"이의 없습니다!"
-"아무 이의 없습니까? 그런 원안대로 승인합니다. 쿵! 쿵! 쿵!"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의 '격돌'이 기대됐던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단 3시간만에 '무사히' 끝났다. 참여연대가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28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주총은 한때 우선주 전환 조항 폐지를 놓고 표결이 붙여지기도 했지만 별다른 충돌 없이 개회 3시간 만인 오후 12시경 폐회됐다.
지난해 3월 주총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씨의 경영 참여 문제와 독립적인 이사 선임을 놓고, 소액주주를 대표한 참여연대와 삼성 대주주가 정면 대결이 벌어지면서 장장 8시간에 걸쳐 진행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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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3월9일] 본격 세습...누가 그를 '검증'했나? -삼성전자 주총 8시간 생중계 /특별취재팀
통과의례로 전락한 '맥빠진 주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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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총 의장을 맡은 윤종용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 오마이뉴스 김시연 |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빌딩 씨넥스 영화관. 이른 아침부터 모여든 삼성전자 임직원들과 개인 주주, 기관투자자들로 수백 석의 좌석은 순식간에 채워졌고 통로까지 늘어선 주총장 안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하지만 이날 주총은 그 동안 적극적인 소액주주운동을 펼쳐온 참여연대의 '불참'이 예고된 데다 정관 변경 문제 외에는 눈에 띄는 이슈가 없어 일찌감치 '맥 빠진' 주총이 예견됐다. 결국 이날 주총은 회사측에 우호적인 주주들과 총회꾼들의 '충성 발언'이 계속 이어지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30여 분에 걸친 각종 보고사항 발표가 끝나고 주총 핵심인 각종 의안 통과 절차가 이어졌다. 이날 상정된 의안은 △ 2001년 영업보고서 승인 △ 일부 정관 변경 △ 김인주 이사 선임 △ 임원에 대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부여 △ 이사 보수 한도 500억원 승인 등 5가지.
"참여연대가 나설 만한 이슈가 없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시장 침체로 당기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절반 가량 줄었고 배당률 역시 20%나 줄었지만 주주들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특히 배당률이 줄어든 데 반해 임원에 대해 98만8천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이사진의 보수 한도액을 지난해 4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렸지만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는 주주는 없었다. 일부 주주들이 이 문제를 거론하긴 했지만 이들 역시 원안 통과에 아무런 이의를 달지 않았고 재청, 삼청을 외치는 총회꾼들의 고함과 박수소리에 묻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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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주총이 열린 씨넥스영화관. ⓒ 오마이뉴스 김시연 |
지난해 12월 계열사에 주식을 헐값에 넘기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쳐 977억 원의 손해배상판결을 받은 삼성전자 이사진과 삼성자동차 부채 처리 문제 등에 관한 소액주주들의 책임 추궁도 예상됐으나 이날 주총에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참여연대 이승희 사회경제국장은 "우선주 문제는 공익적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고 손해배상건 역시 이미 법원에서 평결이 난 문제이기 때문에 주총에서 문제 삼을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승희 국장은 "이번 삼성전자 주총 안건 중에는 특별히 참여연대가 나서 문제를 제기할 만한 내용이 없어 참석하지 않았다"면서 "올해는 외환은행, 현대중공업, SK텔레콤 주총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선주 전환 조항 삭제 논란
이날 유일한 논쟁거리는 정관 8조 5항에 규정된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조항 삭제 문제. 삼성전자 우선주 2% 이상을 보유한 엘리엇펀드(Elliott Associates L.P)의 외국인투자자 사이먼 왁슬리는 이날 주총에 참석, "우선주의 전환 조항이 삭제되면 구형 우선주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면서 우선주 주주들의 참석하는 종류 주주총회 전까지 이 조항의 삭제를 보류 내지 중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윤종용 의장(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96년 10월 우선주 발행 남발을 막기 위한 정부의 정관 개정 요구에 따라 97년 2월 우선주를 발행하면 10년 뒤 보통주로 전환해준다는 조항을 만들었지만 이후 신형 우선주를 발행한 적이 없고 97년 이전에 발행된 구형 우선주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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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리엇펀드의 사이먼 왁슬리 씨가 정관 변경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
우선주란 보통주와 달리 의결권 없이 배당권만 갖는 주식으로 주총 참석, 발언, 표결을 통해 경영에 참여할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날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은 보통주 위임권도 갖고 있지 않은 엘리엇펀드측이 주총 참석은 물론 발언할 자격도 없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통주와 우선주 지분을 모두 갖고 있는 현대투신측이 "이 문제가 주총에서 정상적인 표결을 거쳐 결정되길 바란다"며 문제의 조항 삭제를 제외한 '수정 동의'를 요구해 결국 표결까지 이어졌다. 표결 결과 참석 주주의 96.38%, 의결권의 63.22%가 수정 없이 원안대로 통과하는 데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삭제 저지는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윤 부회장은 "이번 전환 조항 삭제는 정부 규제가 풀리고 80개 상장사도 관련 항목을 삭제한 상태에서 보통주 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며, 순간적인 차익을 얻으려는 주주를 보호하는 데는 회사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엘리엇펀드측을 간접 비판했다.
이에 엘리엇펀드측 법적 대리인인 IBC법률사무소 최영익 변호사는 주총이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측이 우리를 장기투자자가 아닌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로 몰아가니까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구형 우선주라도 향후 무상증자 등을 통해 보통주 전환이 가능한 신형 우선주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번 조항 삭제에 대한 무효확인소송를 검토하는 한편 회사측에 우선주 주주들이 참석하는 종류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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