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 참 좋은 생각이다

등록 2002.03.23 21:35수정 2002.03.24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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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년이 시작되고 첫 수요일 오후에 강당에는 높은 학년 아이들이 다 모여있다. 수요일 오후 시간마다 활동하게 될 클럽활동 부서를 소개하는 시간이다.

내가 강당에 들어갔을 때는 벌써 클럽활동 소개를 반 넘게 한 뒤였다. 새로 오신 선생님들이 아이들 앞에서 부서 소개하는 것을 한참 서서 지켜보았다. 아이들은 옆에 앉은 동무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소곤대고 있고, 선생님은 아이들 관심을 끌 수 있는 말과 표정으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신다. 이렇게 또 다른 선생님을 만나서 한 해 동안 사랑과 정을 나누며 가르치고 배우게 되는구나.

내가 아이라면 어느 부서에 들어가려고 할까? 연극부, 영상제작부, 전통놀이부, 수예부 모두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한 가지만 해야 되니 고르기도 참 어렵겠다. 아버지 어머니는 내 생각하고 다른 부서를 하라고 하실지 모른다. 그러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부서 소개가 끝나자 특별활동 담당 선생님이 나한테 할 말이 있는지 물어본다. 아이들 앞에 섰으나, 들떠 있는 아이들이 내 이야기를 들어줄 것 같지 않아, 샛별초등학교 아이가 아닌 청개구리기가 좀 들어와 있는 것 같으니 청개구리는 좀 나가주세요 해도 소용이 없다. 안 되겠다. 내가 하는 말에 끌려오도록 해보는 수 밖에 없겠다.

"저도 지난 해 1학기에는 컴퓨터부를 맡았고, 그 전에는 단소부를 맡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따로 부서를 맡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을 보니까 한 부서를 맡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만약 제가 클럽활동 부서를 맡는다면 어떤 부가 좋을지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누구 말해 볼 사람 있습니까?"

여러 아이가 손을 들었다. 앞 쪽에 있는 4학년 아이에게 말해보라고 했다.

"훈련부가 좋겠습니다."
"그게 어떤 것인지,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말해 주세요."
"교장 선생님이니까 아이들이 떠들지 못하게 훈련시켜야 하잖아요."
"참 그렇네요. 좋아요, 훈련부를 맡겠습니다. 이렇게 다 모였을 때 잔소리 같지만 알아듣게 말을 좀 하겠습니다."

그 다음에 또 있느냐고 물었더니, 한 아이는 과자를 자주 먹을 수 있도록 '다과회부'를 하면 좋겠다 하였고, 또 한 아이는 '글쓰기부'를 하면 좋겠다 하였다. 그래서 그것도 맡기로 하였다. 교장실에 건빵과 사탕 몇 봉지 사다놓고 나누어 주고, 글쓰기는 그렇잖아도 시간표를 짜서 국어 쓰기 시간에 2, 4, 6학년 아이들한테 가르쳐 줄 것이라 하였고, 1, 3, 5학년은 일 년만 기다리면 2, 4, 6학년이 될 테니 그때까지만 기다리면 될 것이라고 하였다.

한 마디 덧붙였다.

"제가 생각하였던 부가 또 하나 있는데, '편지쓰기부'입니다. '편지쓰기부'는 언제 어디서나 활동할 수 있고 몇 사람이든 상관 없습니다. 저한테 종이에 쓴 편지나 인터넷으로 편지를 써서 보내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저도 답장을 쓰겠습니다. 그렇게 편지를 쓰면서 재미있게 지내봅시다."

"예!"

이렇게 해서 나는 올해 클럽활동 부서를 넷이나 맡게 되었다.

'훈련부 다과회부라, 그것 참 좋은 생각이다!'

나는 교장실에 돌아와서도 아이들이 내놓은 재미있는 생각을 떠올리며 빙긋이 웃었다. 그리고 내가 잘 하지 싶은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글쓰기부'라고 찾아준 아이도 참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 아이가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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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선생으로 지내왔고, 지금은 농사꾼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이웃과 나누려고 틈틈이 글을 쓰고,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에 관심이 있습니다. 온 누리 사람들하고 통하는 누리말 esperanto를 배우고 가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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