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가 지켜낸 땅인데 불법체류자라니"

지난 26일, 조선족 동포 서울조선족 교회 앞마당에서 대규모 집회

등록 2002.03.27 17:44수정 2002.03.27 18:37
0
원고료로 응원
"내 고향이 이 땅인데 왜 내가 여기서 불법체류자로 불러져야 하는가. 나라를 찾기 위해 만주로 갔던 사람들이 우리 선조들인데 그들이 죄라도 졌단 말인가"

올해 나이 70세가 된 한 조선족동포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건네온 말이다.

평소 노출을 꺼려온 조선족동포 1000여명이 26일 저녁 8시 서울 구로동 서울조선족 교회 앞마당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갖는 등 지난 12일 법무부가 내놓은 '불법체류자 방지 종합대책' 발표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모인 조선족동포들은 "불법 체류자 자진신고를 하면 1년간 귀국 준비 기간을 주지만 신고하지 않거나 1년간의 준비기간 이후에도 불법으로 체류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강력한 단속을 펼칠 것"이라는 내용에 대해 25만 여명에 달하는 동포들에 대한 추방 정책일 뿐이라며 대책안의 재개정을 촉구했다.

또한 종합 대책안은 고용주들에게 피고용 외국인에 대한 귀국보장각서 등을 요구하고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등 처벌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임금체불과 폭행 등에 시달려온 조선족동포들이 이제는 고발 협박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집회에 참석한 1000여명의 조선족동포들은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흰 띠를 머리에 두르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고향의 봄'을 부르며 촛불시위를 벌였다. 또 9명의 조선족동포들은 "남한의 법과 현실이 동포를 천대하는 쪽으로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며 교회 앞마당에 마련된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이색 시위을 벌이기도 했다.

조선족동포교회 서경석 목사는 이날 연설에서 "조선족 동포들이 국내에 오려면 여권 비용 등 최소 천만원 이상의 빚을 진다"며 "빚 값고 돈 모으려면 최소한 5년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조선족 동포들의 현실을 고려한 정책이 나올때까지 무기한 단식 농성을 할 것"이라고 밝히고 앞으로 매주 화·금·일요일마다 촛불 집회를 이어 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이용남(44세) 씨는 "외국인 취급받으며 중국서 고생하다가 먹고살기 어려워 고국에 돈 벌러 왔더니 한국에서는 한 술 더해 불법체류자로 취급하며 내쫒으려 하고 있다"며 "최소한 빚이나마 갚게 해야 할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파출부 일을 하는 최인자(여·49) 씨는 "한국에 올때 진 빚 1500만원을 갚으려면 앞으로 2년 정도는 더 있어야 하는데 지금 돌아가면 생계마저 힘들어진다"고 울부짖었다.

관련기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32인치 초대형 캐리어를 끌고 79세 엄마가 왔다  32인치 초대형 캐리어를 끌고 79세 엄마가 왔다
  2. 2 "나는 친일파 이인직의 자손입니다" 어느 뮤지션의 고백 "나는 친일파 이인직의 자손입니다" 어느 뮤지션의 고백
  3. 3 하영은 사과했지만... 숨어서 웃고 있는 이들 있다 하영은 사과했지만... 숨어서 웃고 있는 이들 있다
  4. 4 고구마순 나물, 그래 이게 여름의 맛이지 고구마순 나물, 그래 이게 여름의 맛이지
  5. 5 들기름에 쯔유만 있으면, 국수 한 그릇 후루룩 들기름에 쯔유만 있으면, 국수 한 그릇 후루룩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