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는 1년 내내 일해도 입에 풀칠하기 급급해 통역관 되려는 아들놈 학비 벌려고 왔는데 남은 건 빚뿐입니다."
26일 서울 구로구 조선족교회 앞마당에서 만난 김광명(46세) 씨. 중국서 교사를 하던 김 씨가 입국한 것은 지난해 1월. 1년 반이 채 못 됐다.
교사 수입으로는 통역관이 되겠다는 아들(20세)의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가 터무니없이 모자랐다. 그래서 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할아버지의 고향인 한국에 부인 박경순(42세) 씨와 함께 오기로 결심하고, 브로커에게 2천여만원을 주고 밀입국했다.
김 씨 부부가 국내에 들어와 김 씨는 화학약품공장 창고관리직을, 박 씨는 식당일로 한국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교직에 있었던 김 씨로서는 역한 화공냄새를 맡으며 드럼통을 나르는 것이 만만치는 않았다.
박 씨 또한 오전 7시부터 밤 12시까지 식당일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아들 생각에 힘든 줄 모르고 일했다. 넉넉치는 않았지만 아들에게 학비를 송금하고 빚도 조금씩 갚아나갔다.
그러나 입국한지 반년이 되어갈 즈음 박 씨가 평소 앓고 있던 당뇨가 심해져 병원을 전전하던 중 단속반에 적발돼 중국으로 강제추방 됐다.
부부가 입국당시 빌렸던 빚도 갚지 못한 채 아내가 병이 들고 또 엎친데 덮친격으로 아내가 추방되자, 한국에 온 것이 그렇게도 후회가 됐다고 김 씨는 전한다.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자 김 씨는 좀더 임금을 많이 받는 건설현장으로 직장을 옮겼다. 낮에는 공사현장에서 벽돌과 시멘트 등을 나르고 밤에는 공장 야근 근무도 마다하지 않고 해 아내가 한국에 있었을 때 빌렸던 병원비와 아들 학비를 송금하고 있다.
그러나 아내는 아직도 완쾌되지 못하고 입국당시 빌린 빚이 그대로인데 한국 정부는 불법체류 방지 대책을 내놓고 추방하는 방침을 세워 김 씨는 눈앞이 캄캄하기만 하다.
"그래도 선조가 살던 곳이고 고국이라고 찾아왔는데 최소한 먹고 살게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5년 정도면 빚도 갚고 아들 공부도 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도와 주세요"라며 김 씨는 눈물을 훔친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자진신고제에 응하면 1년이라는 출국 준비기간이 있지만 김 씨를 비롯한 대부분의 조선족 동포들이 입국 당시 빌렸던 빚만 갚는다해도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해 입국한지 5년 이상된 동포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빚만 지고 돌아갈 상황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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