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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만의 새 ⓒ 이돈기 |
서시
박일환
내 마음 하염없이 붉어질 때까지
여기 서 있으리
까마득한 절벽 아래서
몸뚱이 째 부서지고 으깨지며
끝내 기어오르지 못한 절망감으로
파도가
미친 년 속곳처럼 뒤집어질 때
나는 여기 서 있으리
동백꽃 물고 죽은
그 옛날의 나를 만날 때까지
【박두규 시인의 시읽기】삶에 대한 시인의 뜨거운 열정이 느껴진다. 마음이 붉게 물들어 간절해질 때까지 몸이 으깨지는 고통과 절망 곁에 서 있겠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삶에 그러한 간절함을 되살리려는 자의 몸부림과 현재 그렇게 살지 못하는 자책이 함께 있다. 생(生)에 대한 이런 곡진(曲盡)한 마음이야말로 사람을 진실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진실함도 없이 어찌 한 생을 살았다 할까. 그리고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동백꽃 물고 죽어 너를 만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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