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민경선 세 후보에게 바란다

공동 운명체인 세 후보의 새로운 도전을 촉구한!

등록 2002.03.28 03:50수정 2002.03.2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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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어른과 나는 매주말의 즐거움이 있다. 바로 민주당의 대통령후보 국민경선이다. 장인어른과 마주앉아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다가 국민경선의 결과를 텔레비전 생중계로 보는 기분은 한국시리즈나 박찬호 경기를 보는 것 이상이었다.

당연히 승자가 될 것으로 알았던 이인제 후보의 독주에 노무현 후보가 제동을 걸면서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습, 비록 김대중 정권에 대한 실망이 반영되었다고는 해도 지역감정의 벽을 허물고 오랜 라이벌 영남지역 출신의 능력있는 후보에게 1위표를 던진 광주의 선거혁명은 참신했으며, 매주마다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기다리는 심정은 손에 땀이나도록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경기를 보는 기분을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 26일은 상당히 실망스러운 시간이었다. 이인제 후보의 사퇴설로 판이 깨질 위기였던 것이다. 다행히 파국은 면했지만, 어떤 TV 프로그램보다 재미있던 게임이 이젠 시들해질까 걱정되고, 아쉽기만 하다.

그런 우리 가족의 마음은 단지 우리 가족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아는 대다수 사람들의 가정에서도 지대한 관심으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 요즈음의 대한민국 사회이다.

그리고, 그런 즐거움은 민주당을 3년만에 지지율 1위 정당으로 올려놓았고,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역시 후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인 대약진의 시간들이었다. 이인제 후보보다 국민지지도가 뒤쳐지면서 한 번도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를 여론조사에서 앞서 본 적 없는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후보는 물론이요, 이회창 총재를 20% 전후하여 앞섰을 뿐 아니라, 이인제 후보도 이회창 총재를 오차의 범위내로 추격하면서 이번 경선에서 정정당당하게 승리할 경우 확실한 추월이 가능할 정도로 지지도를 높인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처럼 민주당의 국민경선이 지니는 의미는 각별하다. 국민의 힘으로 정치권의 오랜 고질을 허물 수 있다는 것은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쟁취이후, 지난 대선에서 여야 정권교체와 함께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획기적인 사건이다.

그동안 싸움만 일삼고, 무능과 부패의 냄새를 피우며 삶의 고단함만 가중시키던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냉담을 다시 관심으로 돌리는 일대 전환점인 것이다.


그런 민주당의 국민경선이 이번 파동으로 인해 파국을 맞거나 시들해진다면, 참으로 안타깝고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당사자인 이인제 후보 뿐 아니라 다른 두 후보들과 민주당에게도 큰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고 말해도 역시 그 밥에 그 나물인 정치권" 이라는 인식을 가져다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여론조사 1위인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도 조기에 대선후보로 내세워짐으로써 안팍의 견제와 검증과정에서 어느 정도 약화될 가능성이 높고, 이인제 후보도 명분없는 흙탕물 정치인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으며, 정동영 후보의 경우도 차세대 지도자의 이미지는커녕 도매금으로 매도될 가능성이 있다. 또, 민주당이 호남출신 대주주에 의해 주도되는 정당으로서의 인식을 탈피할 수 없게 된다. 국민은 정치권에 더 냉담해질지도 모른다.


국민경선에서 민주당의 세 후보나 민주당 모두가 공동운명체인 것이다.

과연 이인제 후보 없이 노무현 후보의 약진이 돋보일 수 있었을까? 이회창 총재마저 압도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받을 수 있었을까? 노무현 후보의 돌풍에 정정당당하게 맞서서 승리하지 않고서 단지 대세론만 가지고 이인제 후보가 민주당 후보가 되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있을까? 서로가 있어서 서로를 돋보이게 하고 발전시키는 관계인 것이다.

그러므로, 파국위기라는 큰 파도를 넘은 현재의 시점에서 세 후보 모두에게 새로운 도약이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더우기, 한나라당은 그동안 민주당 국민경선의 여파와 이회창 총재의 독주로 인한 반발과 내분으로 흔들리던 위기를 거의 수습해가고 있는 상태이며, 민주당 파동은 자칫 잘못하면 민주당 전체와 앞으로 결정될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안좋은 여진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최근의 음모론이니, 색깔론이니 내세우는 것이나, 상대 후보를 비난하는 다른 정당의 주장을 차용하여 공격하는 것은 세 후보 모두나 민주당에게 바람직하지 못할 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실망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공동 운명체인 세 후보가 자충수를 두는 것이다.

음모론의 발단은 경선 후보사퇴와 탈당을 한 유종근 지사의 독직혐의로 인한 구속과정에서 유종근 지사가 일방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유종근 지사의 주장과는 달리 유종근 지사의 국민경선에서의 영향력은 노무현 후보나 이인제 후보 모두에게 거의 영향을 줄 수 없는 미미한 수준이었는데, 특정 후보를 밀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독직사건의 혐의가 있는 인물이 국민경선에 남아있는 것이 민주당 전체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기에 사퇴를 종용했다면 몰라도...

색깔론은 분단국가 대한민국에서 과연 급진 개혁이 제도권을 주도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점에서 역시 근거없는 주장이다. 지난 독재정권 시절 급진주의자, 빨갱이라 불리우던 김대중 대통령이 스스로 온건보수임을 칭하면서 대통령이 된 사회이며, 노벨상까지 탔다. 그처럼, 대한민국은 태생적 우익이 주류를 이루고 거의 모든 국민이 자유민주주의자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온건보수여도 조금만 현실을 개혁하려 해도 급진주의자로 몰아붙이는 것은 레드컴플렉스라 불리우는 과거의 잔재가 아닐 수 없으며, 이제는 사라져야할 구태이다.

한편, 이인제 후보의 경선불복 사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의를 저버렸다고 비난만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회창 후보보다 앞선 지지율이 일부 언론사와 정치인의 유착으로 여론이 호도되어 뒤바뀐다면 불의를 타파하는 정의라는 관점에서 수용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익을 위해 공동 운명체를 잘못된 것으로만 몰아붙이는 것은 이기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위와 같은 제살 깎아내리기식 작태들은 이제 사라져야 하며, 공동운명체로서 세 후보 모두 승리하고, 소속당인 민주당도 승리하며, 국민에게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모두가 승리하는 길인 것인가? 그것은 페어플레이를 펼치는 것, 서로를 깎아내리기보다 정책대결을 펼치는 것,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하나가 되어 서로를 돕는 모습을 보이는 것 등이다.

과거 미국의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보여지듯, 하트 후보나, 듀카키스 후보처럼 촉망받는 정치인이 언론의 공격과 같은 당원끼리 경선과정에서 상처를 입고 대선에서 탈락한 경우나, 지난 1987년 대선에서 야당 단일후보를 이루지 못하고 분열되어 패배한 김대중 씨, 김영삼 씨의 일,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 이인제 후보 등을 포함한 신한국당의 경선과정에서의 상처가 대선패배로 이어진 점 등은 음미해볼 만 하다.

경선은 그야말로 당내에서 대통령 후보로 추천할만한 인물인지 대통령 후보의 자질이 검증되는 자리여야 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대선의 전초전이 아닌 정책대결과 대선후보로서 성숙한 정치인의 자질을 검증하는 장인 것이다.

게다가, 이번 국민경선은 건국 이래로 처음 있는 정치실험이며 국민이 주인이 되는 선거라는 점에서, 세 후보 모두 반드시 성공적으로 끝내야 하며, 그것은 경선의 원칙을 지키는 것으로 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 후보에게 바란다. 마지막까지 정정당당하게 대결함으로써 국민의 믿음을 얻고 국민을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을 당부한다. 또, 기왕이면, 모두 훌륭한 자질을 보여주어서 박빙의 승부를 펼치면서 더욱 재미있게 해달라고 권유한다.

이번 주말 그런 세 후보의 새로운 도전이 경남과 전북에서 펼쳐진다. 진정으로 국민의 뜻에 따르며, 용기있는 후보라면, 새출발에 앞서 서로의 손을 들어주고 정책대결을 제안하고, 정책대결로 이번 경선을 이끌 것이며, 대선에서 정책대결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보여줄 것이다. 장인어른과 내게 주말 축제의 즐거움을 되돌려 줄 것이다. 또 그런 후보가 당선이 될 것이다.

끝으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훈수를 두자면, 포스트 삼김시대, 21세기 첫 대통에게 요구되는 시대적 사명과 자질은 국가 경쟁력 향상과 정치발전을 이룰 수 있는 투명한 사회를 이끄는 "깨끗한 대통령 ", 우리 사회의 어른으로서 자라나는 세대들의 교육에 살아있는 거울이 될 수 있는 "정도를 걷는 대통령", 햇볕정책을 잘 살려나가서 민족통일과 화합을 향해 진일보하도록 이끌고, 그동안 지속되어온 민주개혁을 성공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징검다리 대통령" 인 것이며, 세 후보가 이번 경선과 대선에서 보여주어야 할 덕목이라는 것이다.

이번 주말, 경남과 전북에서부터 세 후보 모두 그런 대통령 후보로 검증받을 수 있는 시간을 갖기를 기대하고, 새출발을 향한 각고의 노력을 강력히 촉구하면서, 국민 경선의 성공을 바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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