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봄날엔 애인 대신 화초를

등록 2002.03.28 04:22수정 2002.03.28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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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중에서도 봄을 가장 좋아하는데 올 봄에는 꽃소식보다 황사가 먼저 불어오는 바람에 마냥 즐거워만 할 수 없는 봄이 되어 버렸다.

황사의 매캐한 공기는 기관지가 약한 나에게는 공포였고, 황사는 후다닥 지나갔어도 기침은 남아서 목이 늘 껄끄럽다. 그런데 앞으로 서너 차례 더 황사가 몰아칠 거라고 하니. '아이고, 하느님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지.'


제주에서는 벚꽃의 개화를 막고자 얼음덩이로 나무를 감싸곤 하던데 오는 봄을 얼음 조각으로 막겠다는 그 얕은 발상을 누가 내었는지...

소리 소문 없이 이곳에도 벌써 벚꽃이 만개하였다. 삼동의 모진 추위를 잘 넘긴 노인들이 살 만한 따뜻한 봄에 히덕히덕 넘어지고 말 듯이 봄은 기쁨인 동시에 왠지 절망스럽고 서글퍼진다.

꽃이 피기 때문에, 새순이 돋기 때문에, 땅이 부글부글 기면서 그 속에서 새싹이 꿈틀거리고 올라오기 때문에야말로 기쁘기도 하지만 슬퍼지기도 한다. 식욕이 없어지면서, 기운이 빠지면서 계절은 봄인데 마음은 황혼의 쓸쓸함이.... 하하, 그러나 그러한 느낌은 찰나적일 뿐. 오늘 아침 눈부신 햇살을 받고 일어나자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상쾌해졌다.

아이를 어린이집 차에 태워주고 쏟아지는 햇볕을 벗삼아 주변 동네를 삽십여분 산책을 하였다. 그러다 꽃집아주머니가 꽃들을 가게문 밖으로 내놓는 것을 보고 '옳거니!' 화분 사는 일이야말로 봄을 누리는 최대의 기쁨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주머니 이 작은 '허브'는 얼마예요? 그리고 '스킨'은 어디 있어요?"
"허브는 2천 원이고, 스킨은 작은 것은 3500원 큰 것은 6천 원이예요."
"허브 둘, 스킨은 큰 것 둘 주세요."


사실 허브는 지난 봄에도 사긴 했는데 물을 너무 많이 주어서 그랬는지 뿌리가 썩어버렸다. 나는 부지런하지도 않으면서 물 자주 주어도 되는 화분은 살리는데 물 자주 주변 안 되는 화분(선인장 등)은 그냥 '물 고문'을 해서 죽게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물을 아무리 주어도 상관이 없는 스킨을 특히 좋아한다.

스킨은 그 생김이 꼭 고구마 잎과 같아서 쭉쭉 잘도 뻗어나가는 덩굴손에다 보라색 물감이라도 살짝 입히면 영락없이 고구마이파리로 보이렸다. 스킨 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옛날 자취할 때 외롭던 마음에 스킨을 세 개나 사서 자취방에 놓아두었다. 그래서 심심할 때마다 분무기로 스킨의 잎을 목욕시키면서 정을 통했는데....


이사를 하면서 짐을 줄이다 보니, 그리고, 일종의 마음의 선물로 스킨을 주인아주머니께 몽땅 드리고 와버렸다. 얼추 8, 9년이 흐른 후니 어쩌면 지금쯤 그 자취집 주인아주머니 집 벽에는 스킨이 담쟁이처럼 불붙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허브는 2,3일에 한번 가볍게 주면 돼요. 그리고 스킨은 물에서도 살기 때문에 아무래도 상관없고요."

꽃집 아주머니의 말을 명심하면서 양손으로 버겁게 들고 오자니 지나치는 사람들이 스킨의 푸짐함을 보고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어머나 새롭군요!"
"이게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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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톡톡 6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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