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여성무용수 인권침해 심하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제기, 경남경찰청 수사 결과 드러나

등록 2002.03.28 07:50수정 2002.03.2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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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는 26일 창원시 팔용동 사무실에서 ‘우즈베키스탄 연예인 인권폭력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외국인 여성 노동자들의 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하는 한편 ‘외국인 인권보장법’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서 지난해 초 예술 흥행 체류자격(E-6 비자)으로 입국해 대구, 포항, 창원 등지 나이트클럽에서 무용수로 일한 우즈베키스탄인 L(29) 씨 등 10여명은 대구지역 ㅅ프로모션으로부터 1년간 단 한 차례도 계약서에 명시된 월 420달러의 임금과 항공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프로모션 사장 이모 씨는 회사 사정이 어렵고 자신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귀국 후 지불하겠다며 책임을 회피해 왔으며, 이를 믿고 지난 13일 본국으로 돌아간 무용수 1명은 임금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금액을 송금받아 이들 무용수는 이 씨를 불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귀국을 앞두고 마음이 조급해진 나타샤(가명. 27) 씨의 경우 지난 14일 새벽 3시께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에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고발을 했다는 이유로 모 클럽 지배인 박모 씨에게 전치 3주의 폭행을 당했다고 상담소는 밝혔다.

또 계약서 상에 음주 및 매춘 등 공연 외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는데도 불구, 라이사(가명. 29)를 비롯한 10여명의 무용수들은 첫 근무를 나간 지난해 4월 6일께부터 속옷 사이즈를 검사해야 한다는 이유로 모 클럽 ㅈ사장로부터 가슴을 만지는 등의 성추행을 당했으며, 이후 수치심을 유발케하는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상담소는 지난 21일 이같은 인권침해 실태와 관련, 대구의 ㅅ프로모션 관계자 등 5명을 경남지방경찰청에 고소한 상태이며, 현재 경찰청은 이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상담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연예인 신분으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당했을 경우 법적·제도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실정이며, 이들을 보호하기로 계약을 맺은 프로모션은 오히려 인권 유린의 온상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외국인 여성 연예인들이 당한 심리적 상처와 고통이 더 이상 가중되지 않기를 바라며 본 사건의 조속하고 엄중한 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남외국인상담소 이철승 소장은 “최근 2년전 정부가 E-6비자 발급을 남발하면서 현재 1500명에 이르는 이들 연예인 노동자에 대한 인권 폭력을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예술흥행 비자로 최고 2년간... 도내 모두 71명


경남 도내 나이트클럽에서 무용수로 일하고 있는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출신 여성은 경찰조사 결과 모두 7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여성들은 마산과 창원, 진해, 거제 등 도내 7개 도시 9군데 업소에서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을 현지에서 예술흥행 체류자격(E-6 비자)으로 초청한 도내 프로덕션은 진해와 거제에 각각 1개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무용수들은 프로덕션과 나이트클럽과의 계약에 의해 이동하는 관계로 정확한 인원은 사실상 확인하기 어렵다는 게 경찰과 법무부 마산출입국관리사무소측의 주장이다.

26일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의 ‘외국인 연예인 인권폭력에 대한 기자회견’과 경찰의 수사결과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이들 러·우즈벡 출신 무용수는 현지에 있는 인력 송출업체에 의해 국내 프로덕션과 연결, 예술흥행 체류자격으로 국내로 들어와 나이트클럽 등에 취업해 매일 2시간 가량 춤을 추게 된다.

국내 프로덕션은 업소로부터 매월 1인당 110만원을 받아 이 가운데 절반에 조금 못미치는 금액인 420달러(한화 52만원 상당)를 월급으로 준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밝혀졌듯이 이들 여성들은 체불과 매춘 강요 등 인권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다.

이들 프로덕션과 나이트클럽 업주들이 이들 여성에게 매춘을 강요하고 폭행을 가하는 데는 이들 여성들의 약점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덕션과 계약이 취소될 경우 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용수 가운데 우즈벡 현지에서 간호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 한 여성은 현지에서 한달간 일해서 버는 수입이 고작 20달러(한화 2만7000원 상당)에 불과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이들 여성은 하루 2시간 가량 일하고 현지에서 2년동안 일해야 벌 수 있는 수입을 한달만에 만질 수 있기 때문에 업소와 프로덕션측의 인권 유린행위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있다.

또 예술흥행 체류자격으로 입국할 경우 프로덕션과 계약만 계속 이루어지면 최고 2년간 국내에서 무용수로 취업해 많은 돈을 벌수 있다는 점도 이들 여성들이 쉽게 입을 열지 않은 이유의 하나다.

실제로 경남경찰청이 지난해부터 외국인 무용수들이 매춘행위를 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이들 여성들과 업소를 상대로 수사를 벌였으나 진술을 기피하는 바람에 범죄사실을 적발해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관련해 월급을 받지 못한 무용수 가운데 일부 여성이 진해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진술함에 따라 도내에서도 매춘 강요와 같은 인권 유린행위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매춘강요와 강제추행 등 인권유린 사례가 적발되지 않는 것은 이들 여성과 프로덕션, 업소 등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거나 문제가 될 경우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이들 여성들이 일체 진술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은 인권 유린행위가 근절되기 위해서는 단속과 함께 근본적인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경찰청, 나이트클럽 업주 등 2명 구속 영장

경남지방경찰청 외사계는 27일 우즈베키스탄 연예인 성폭행과 윤락 강요, 임금 체불혐의로 지난 21일 경남외국인노동상담소측이 고소한 5명 가운데 프로덕션 대표 이모(28. 대구시 동구 효목동) 씨와 나이트클럽 업주 유모(47. 대구시 동구 입석동) 씨, 나이트클럽 전무 박모(49. 대구시 용계동) 씨 등 3명을 긴급체포해 이 가운데 이 씨와 유 씨를 사기 및 성폭력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 2명의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프로덕션 대표 이 씨는 지난해 3월초부터 우즈베키스탄 출신 무용수를 예술흥행 자격(E-6비자)으로 초청해 이들을 대구·포항, 진해, 춘천 등지의 나이트클럽에 취업시킨 후 이리랴(가명) 씨 등 10명의 임금 4000여만원을 체불한 혐의다. 우즈벡 출신 무용수들은 월 420달러(한화 약 52만원 상당)을 받기로 하고 나이트클럽에서 무희로 일했으나 최고 14개월 동안 임금을 전혀 못받았다.

이 씨와 함께 영장이 청구된 나이트클럽 대표 유 씨는 지난해 4월 중순부터 우즈벡 출신 무용수 레빌라(가명) 씨 등 3명에게 윤락을 강요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폭력을 행사한 혐의다. 유 씨는 또 무용수 숙소에 찾아가 잠을 자고 있는 레시아(가명) 씨 3명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 우즈벡 출신 무용수에게 윤락을 강요하고 이를 거절할 경우 폭력을 행사한 나머지 2명에 대해서도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경남도민일보 제휴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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