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조선일보> 3월27일자 사설 |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꽁꽁 얼어붙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타개하고자 하는 임동원 특사의 북한 방문이 다가오고 있다. 2003년 한반도 위기설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여유치 않은 상태에서 남북한간에 여러 가지 현안을 푸는 것도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임 특사의 방북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그러나 임 특사의 방북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뜻밖의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에서 남북한이 임 특사의 방북을 동시 발표한 직후인 25일, "미 중앙정보국(CIA)과 주한 미군사령부는 북한이 지난 98년부터 금강산 관광사업의 대가로 받은 현금 4억 달러를 군사용으로 전용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지난 3월 5일에 작성된 보고서가 우연의 일치인지 임 특사의 방북 발표 다음날인 25일 발표된 것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미 의회조사국이 이러한 내용을 공개하자, 한나라당과 자민련 등 보수야당과 조선, 동아 등 보수언론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임 특사의 방북을 "이 정권의 마지막 대북 깜짝쇼"라고 규정하면서, 미 의회조사국의 발표 내용을 근거로 "이는 국민혈세로 북한의 무력증강을 도와주는 어처구니없는 일로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자민련 역시 논평을 내 "지난해 1월 미 중앙정보국(CIA)으로부터 이런 사실을 통보받고도 묵살한 채 금강산관광 사업을 계속 추진한 것은 결국 북한의 전력증강을 의도적으로 도운 것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정부에 대한 공세에 합세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27일 사설에서 "그렇지 않아도 말 많고 탈 많은 금강산 관광사업이 만에 하나 북한의 군사력 증강이나 핵과 미사일 개발 비용을 조달하는 데 악용된다면 이 사업은 마땅히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역시 28일자 사설에서 "북측이 실제로 관광대가를 군사비로 전용했는지 여부를 지금으로는 확인할 길이 없다"면서도 "우리는 정부가 '햇볕정책의 옥동자'라는 명분 하나로 경영난에 직면한 이 사업에 고집스레 매달리고, 최근까지도 비상식적인 지원책을 내놓는 등의 현실 인식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금강산 관광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북한의 객관적인 현실은
북한의 군사비 전용 가능성을 전면 제기하고 있는 조선, 동아 등도 인정하고 있듯이, 북한이 금강산 관광대금을 군사비로 전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확인할 길은 없다. CRS 보고서에서도 주한미군 사령부와 CIA가 "북한이 금강산관광 사업 대금을 군사비로 사용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을 뿐,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틈만 나면 북한에 대해 온갖 의혹을 제기하면서 대북강경책을 뒷받침해온 CIA의 '전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우선 금강산 관광사업이 시작된 1998년 이후 북한이 발표한 군사비 지출 추이를 보면, 98년 13.3억달러, 99년 13.5억달러, 2000년 13.7억달러, 2001년 14.2억달러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방비를 총예산과 대비할 때, 14.6%(98, 99년), 14.3%(2000년), 14.5%(2001년)로 거의 변동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북한의 공식 발표 군사비는 90년대 초반 20억달러의 70% 정도이다.
반면 북한의 무역역조는 2.3억달러(98년), 4.5억달러(99년), 8.6억달러(2000년)를 나타내, 금강산 관광사업 기간에 오히려 더욱 악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북한이 벌어들인 달러를 수입 대금 지불에 우선적으로 쓸 수밖에 없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북한이 지난해에 남한의 대규모 전력증강 사업에 대응해 러시아에 첨단무기판매를 요청했다가 러시아가 '외상'으로는 안된다며 거절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승적인 견지에서 보자
금강산 관광사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CIA 등 미국 내 강경파는 북한의 군사비 전용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이러한 경향은 부시 행정부 들어 더욱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에서도 나오듯이 그러한 우려는 이제 '믿음'으로 바꿨다.
이러한 근거 없는 믿음을 국내의 냉전주의 세력은 '호재'로 삼아 임 특사의 방북 결정으로 모처럼 조성되고 있는 남북대화 분위기에 딴지를 걸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제 햇볕정책은 끝났다'는 기대감을 가졌는데, 임 특사의 방북 등으로 되살아날 조짐이 보이자, '우리가 퍼준 돈이 총알로 되돌아온다'는 선정적인 반북, 반DJ 여론몰이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보수언론에서도 지적하면서 그 대응책을 촉구하고 있듯이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한반도 상황은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는 한 심각한 안보위기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공 드라이브가 심상치 않고, 북미간의 갈등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 언론과 야당의 근거없는 강경 여론몰이는 마땅히 자제되어야 한다. 위기를 수습하는 데 힘과 지혜를 모아도 모자를 판에 소모적인 논쟁으로 국력을 소비한다면, 위기는 단순히 기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로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참고로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 원문은 평화네트워크 홈페이지 (www.peacekorea.org) [외부자료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