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풍'은 한국사회의 변화의 결과
특히 상대가 이회창이기 때문에 강세"

김덕룡 한나라당 의원, '경선 시기' 보고 거취 결정

등록 2002.03.28 14:34수정 2002.03.2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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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룡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노순택
김덕룡 의원이 오랜만에 기자들과 만났다. 지난주 홍사덕 의원과 함께 중국을 다녀온 김 의원은 28일 여의도 대산빌딩 '21세기 국가경영연구회'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회창 총재의 '3·25 수습책' 등을 비롯한 당 안팎의 정치 현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 날 김 의원은 27일 출범한 '당 화합과 발전을 위한 특별위원회'(당 발전특위)에 대해 "박관용 선택2002준비위원회(선준위) 위원장이 당 발전특위장을 맡은 게 적절한가"라고 반문하며 "당 발전특위가 선준위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해야 우리 당 후보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며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 제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지켜본 뒤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관용 당 발전특위 위원장이 선준위 안대로 5월 전당대회안을 고수하고 있어 그의 향후 결단이 주목된다.

그는 이 총재의 본선 경쟁력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는 "지금은 이 총재가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가 다시 발생하고 있다"며 "그 동안 정국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는데 우리 당이 이대로 가면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방선거 패배하면 대선 패배"

그는 특히 "현재 이 총재와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 격차 속에서 지방선거를 치르면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다"며 "지방선거 패배는 대선 패배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행 당시 홍사덕 의원과 합의한 세 가지에 대해 공개했다. 첫째는 "우리의 진로를 조급하게 결정하지 말자"는 것이었고, 둘째는 "우리는 끝까지 행동을 같이 하자"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지막 세 번째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겠다"고 말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는데 일부에서는 '신당 창당' 구상이 아니었겠느냐는 추측이 있었다.


그는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 20여 명의 기자들과 함께 여의도 한 식당에서 비빔밥에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 그는 이 자리에서 "노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한나라당은 (노풍을)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그는 이어 "노풍은 노 후보가 특별히 뛰어난 인물이어서가 아니라 한국사회 변화의 결과"라며 "특히 상대가 이회창 총재이기 때문에 노 후보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노순택

다음은 기자간담회 당시 김 의원의 모두발언이다.

"어제 홍사덕 의원을 통해 내 입장을 전달했다. 그런데 직접 의견을 듣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아 이렇게 간담회를 갖게 됐다. 오늘 당 발전특위가 시동을 걸었는데 이 기구가 지난 선준위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선준위는 정당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외면하고 오직 총재의 뜻만 밀어붙여 당 분란을 자초한 기구다.

이름에 걸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당 발전특위의 인선이 공정한지 의문이 든다. 박관용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만 선준위 위원장을 했는데 그 분이 다시 당 발전특위장을 맡은 게 적임이냐 하는 생각이 든다.

후보 선출 전당대회 시기문제는 다룰 수 없다고 하고 토요일에 회의해서 다음주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중앙위를 소집하겠다고 하는데 이렇게 조급하게 일정을 맞추는 건 지난 번처럼 밀어붙이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이 총재 수습방안,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

이 총재의 수습방안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도적으로 당내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그 결단을 평가한다. 중요한 건 실천이다. 남들이 볼 때 눈감고 아웅하기식으로 비쳐져서는 안된다. 일부에서는 비주류의 의견을 다 수용한 것 아니냐 하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정치란 타이밍이 중요하다.

두 달 전 요구를 수용한 것을 다 수용했다고 얘기할 수 있나. 예를 들어 봄에 씨뿌려야 하는데 가을에 와서야 씨를 뿌리라고 하는 것이 (비주류의) 의견을 다 받아들인 것인가. 시간을 다 놓치고서 받아들였는데 말이다.

당시 이 총재가 대통령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라고 해서 제왕적 총재니 하는 문제가 나와서 당권-대권을 분리하고 집단지도체제 도입하라고 요구했는데 지금 이 총재가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가 다시 발생하고 있다.

이 총재의 수습안이 비주류의 의견을 다 받아들였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피상적이고 단선적인 사고다. 최근 대선가도와 정국에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은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우리 당이 과연 이대로 가면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나'하는 본질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우리 당이 지금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공정하고 멋있는 경쟁을 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대선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는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하는 것이 좋다.

일부에서는 줄 것 다 줬는데도 조건을 다느냐고 얘기하는데 이것은 선준위 당시 이부영 의원이 주장했던 것이다. 그때도 대선후보-지도부 선출 전당대회를 분리해서 하는 게 옳다고 했다. 그리고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도 지방선거 이후에 하는 게 좋다고 했다. 당헌·당규 상에도 분리하도록 돼 있다. 또 대통령 후보와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의 구성원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분리하는 게 옳다.

당에서 시간과 비용문제를 들먹이는데 구차스럽고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선거나 민주주의에 대해 너무 모르는 소치라고 생각한다. 현재 이 총재와 노 후보의 지지율 격차 속에서 지방선거를 치르면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고 지방선거 패배는 대선 패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지방선거 때 지금 후보(이회창)로 나가서 질 경우 후보사퇴라고 나오면 어떻게 하겠느냐. 그런 점에서라도 지방선거 이후에 (후보선출 전당대회를) 하는 게 맞다. 이것은 당권-대권 분리 정신에도 맞다."

다음은 모두발언 이후 김 의원과 기자들이 나눈 일문일답.

-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 제안에 대해 당내에서는 반응이 없다. 박관용 위원장도 정해진 방침대로 가겠다고 했는데.
"정해진 방침을 변경하기 위해 당 발전특위가 구성되지 않았나. 당 발전특위가 선준위처럼 가겠다는 아니지 않나. 이해할 수 없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 이 총재가 제시한 수습방안이 진실이라면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은 조건 이상의 것이다."

- 그 동안 거취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한 적이 없다. 잔류하나 탈당하나.
"지켜보겠다."

- '지켜보겠다'는 것은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탈당하겠다는 얘긴가.
"우선 이 총재의 진위가 무엇인지 보겠다."

- 대선후보나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하나.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지 않으면 내가 경선에 나갈 여백이 어디 있겠나. 당에 남아 있을 의미가 어디 있나."

- 이부영 의원와 만나 얘기할 것인가.
"할 수 있다. 우리 당의 사활이 걸린 정권교체는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분위기로 후보경선을 치르면 축제가 되기 어렵다. 후보지지율과 당 지지율이 상승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지방선거를 치르면 패배할 우려가 있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 경선은 불공정한 경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총재가 줄세우기 등 불공정 경선을 해온 게 사실이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불공정 경선이 될 소지가 있다. 우리가 승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시간을 물리적으로 제한해서는 안된다. 지난 신한국당 경선도 7월 21일에 열렸다."

- 김 의원이 당에 공식적으로 제기할 생각은 없다.
"홍 의원을 통해 전달했기 때문에 아직은 없다."

- 4월 2, 3일이면 모든 게 확정되는데 그 이후 거취에 대해 명확하게 표명할 것인가.
"정치라는 게 날짜를 잡아서 되는 게 아니다. 4월 5일, 6일을 누가 정해놓은 건가. 우리 당의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경직성, 화석같은 정당이었기 때문이다. 고이면 썩기 때문에 신축성이 없으면 안된다."

-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경선에 출마하나.
"이제껏 당을 벗어난 적이 없다. 당에 있는 한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한번쯤 생각하지 않겠나. 내가 할 역할이 없다면 내가 당에 있어야 하는지는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겠나."

- 대선후보와 대표 최고위원 겸직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얘기하고 싶지 않다. 이 총재가 겸직하고 싶어 하나?(웃음)"

-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 아닌가.
"내가 얻는 게 뭔가. 나한테 이득이고 이 총재에게 손해인가? 이 총재가 대선승리를 원한다면 지금의 현격한 지지율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해야 할 일이다. 그렇게 자신감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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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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