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2.03.28 18:37수정 2002.04.1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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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봄입니다. 겨우내 방안퉁수마냥 움추려 있던 샘물학교 꼬맹이들도 기지개를 펴고 산으로 들로 싸돌아다닐 것입니다.
7살 원석이는 엄마와 동생과 함께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샘물학교로 등교합니다. 샘물학교는 4살부터 7살까지 어린학생 20명과 선생님 16명이 몸담고 있는 작은 학교입니다.
교실도, 교문도, 칠판도 없지만 흙과 바람을 동무삼아 자연이 주는 넓은 운동장에서 고구마도 캐고, 밀밭밟기며 개천에서 미꾸라지잡기, 딸기밭에서 직접 따온 딸기로 무공해 딸기잼을 만들어 먹습니다.
샘물학교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바로 아이들의 엄마들입니다. 서로의 능력과 지혜를 나누어주는 엄마들이라고 해서 '나눔이'라고 부르는데 마을모임 형식으로 서로 돌아가며 품앗이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엄마들이 힘을 모아 각자 돌아가며 공부방을 열고 엄마들이 직접 선생님이 돼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때로는 원석이 엄마가 나눔이 선생님이 돼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구연동화로 들려주고 진수네 엄마가 들려주는 풍물가락이며 클래식 음악을 듣습니다.
또, 엄마들끼리 금요일이면 따로 모여서 아이들 교육이야기며 샘물학교 이야기, 수지침강좌, 천연화장품 만드는 방법, 퀼트 강좌, 음식을 만들어 나눠먹으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재미가 쏠쏠한가 봅니다. 아줌마들 수다 아시죠? 한번 모였다 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지만 대부분 이야기는 아이들 교육문제입니다.
공부만을 강요하기보다는 공동체 사회에서 각자가 해야 할 몫과 자신들의 풍부한 지식이나 지혜를 다시 사회의 구성원들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넉넉한 사람의 마음을 심어줘야 한다는 데 의견일치를 봅니다.
원석이와 친구들에게 가장 즐거운 시간은 뭐니뭐니해도 간식시간입니다. 안전한 먹거리를 통한 환경 및 소비자 운동을 하고 있는 순천생활협동조합 엄마들이 운영하는 공동육아 형식의 학교인 만큼 아이들 간식준비도 남다릅니다.
우선 방부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직접 생산지를 방문해 아이들과 함께 오리 놓아주기, 모후산에서 유정란 주워오기 등 현장체험을 통해 더욱 믿음이 간 생협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로 통밀빵과 보리카스테라, 야채빵, 땅콩 소보루와 매실쥬스, 유자쥬스 등이죠.
칠판도 교실도 없는 학교, 흙과 바람이 동무, 자연이 운동장
샘물학교는 비오는 날만 빼고 대부분의 수업 프로그램은 야외에서 생활중심 교육으로 운영됩니다. 아파트 단지 내 작은 공원이나 순천만, 주변 동산에서 생태체험, 동화구연, 전통음악 감상, 종이접기, 창의력 미술, 과학실습 등 자연과 더불어사는 나눔의 공동체 놀이를 합니다.
그리고 매월 한 차례씩 가족들과 함께 유기농가를 찾아가 오리입식, 가을걷이한 들판에서 메뚜기 잡기, 미꾸라기 잡기 등 농사체험하는 것이 가장 신납니다.
원석이에겐 유치원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 이곳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숫자, 한글, 영어공부가 아니라 도시락 싸서 나눔이 선생님들과 함께 밖에서 봄나물도 캐고 우리꽃이름 외우기,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공부가 노는 것처럼 즐겁습니다.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밭두렁 논두렁을 걸을 때면 샘물학교 교가도 부릅니다.
샘물이 솟는다 퐁퐁퐁/낮이나 밤이나 퐁퐁퐁/길-가던 나그네들 목- 축여 가라고/산비탈 돌틈에서 퐁퐁퐁
1기부터 두 아이를 샘물학교에 보내고 있는 원석이 엄마 박혜연(35) 씨는 샘물학교에 다닌 후부터 아이들의 변화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합니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던 아이가 또래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표적도 무척 밝아져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엄마들입니다. 직접 선생님이 돼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정말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스스로 '부모는 최고의 선생님'이란 마음가짐과 행동으로 샘물학교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원석이 엄마 또한 "샘물학교를 찾기 전에는 앞집 뒷집 누구네는 무슨무슨 학원보낸다는데, 누구는 또 학원을 몇 군데 다닌다고 이야기를 들으면 아이에 대한 욕심과 경쟁심도 커져서 학원 등으로 내몰기도 했지만 교육에 대한 강박관념은 여전했다"며 샘물학교를 알게 된 것이 참 다행이라고 합니다.
샘물학교는 생활협동조합 박수진 씨와 신임숙 씨 등 몇몇 조합원들이 모여 만든 것입니다. 경쟁으로 점철된 제도교육에서는 가르치지 못한 것들을 엄마들이 직접 나서 각자 장기와 특성을 살려 가르치자고 뜻을 모아 지난 9월 샘물학교 1기 개강식을 가졌습니다.
이제 샘물학교 나눔이 선생님들은 "내 아이만 사랑하는 것이 아닌 내 테두리 밖의 다른 아이들도 더불어 사랑하자"라고 말합니다. 또 "아이들이 조금씩은 힘들어도 스스로 극복하고 단련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주기보다는 많은 것을 체험하고 느끼게 해주고 싶다"며 서로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사회의 훌륭한 구성원으로 성장해 어디서든 소중하게 쓰일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고 입을 모읍니다. 어느덧 아이와 함께 부모들도 훌쩍 커버린 느낌입니다.
박혜연 씨는 "샘물학교가 지금은 비록 미취학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작은 품앗이 교육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학부모들이 앞으로 힘을 모으면 학교 프로그램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실제로 지난 22일 순천YMCA 학부모 모임인 '아름드리 동네모임'과 생협 교육연구모임인 '한울타리' 학부모 모임, '샘물학교' 전교조에서 아름다운 참교육 세상만들기를 위한 서약식을 가졌습니다. 한사람 한사람의 작은 참여가 교육의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나눔이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은 지역과 학교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를 수평적 관계 속에 하나로 묶어주고 옳지 못한 교육현실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해주는 커다란 울타리가 되어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샘물이 언젠가는 큰 강을 이루는 원천이 되듯 교육의 큰 물줄기를 바꾸게 될 샘물학교는 새벽녘에 땅 속에서 솟아나는 맑고 시원한 샘물처럼, 그 샘물을 머금고 자란 푸른 아이들의 미소처럼, 지금도 아이들의 꿈·사랑·희망을 퐁퐁 퍼올리고 있습니다.
샘물학교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우선 순천생활협동조합에 조합원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조합원 가입은 출자금 3만 원이며 생협물품을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샘물학교는 매월 1만5천 원의 공동회비로 운영됩니다, 생협 출자금은 탈퇴시 반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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