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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만 인안 뜰 ⓒ 이돈기 |
사랑
박형진
풀여치 한 마리 길을 가는데
내 옷에 앉아 함께 간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언제 왔는지
갑자기 그 파란 날개 숨결을 느끼면서
나는
모든 살아 있음의 제자리를 생각했다
풀여치 앉은 나는 한 포기 풀잎
내가 풀잎이라고 생각할 때
그도 온전한 한 마리 풀여치
하늘은 맑고
들은 햇살로 물결치는 바람 속
나는 나를 잊고 한없이 걸었다
풀은 점점 작아져서
새가 되고 흐르는 물이 되고
다시 저 뛰노는 아이들이 되어서
비로소 나는
이 세상 속에서의 나를 알았다
어떤 사랑이어야 하는가를
오늘 알았다.
【박두규 시인의 시읽기】 사랑하는 사람은 아름답다고 말하나 그것은 사랑을 깨달은 자의 아름다움이다. 전북 부안에서 농사를 짓는 시인은 들에 일 나가는 중에 옷깃에 앉은 풀여치 한 마리를 보며 모든 살아 있음의 제자리를 생각한다. 그리고 사랑을 깨닫는다. 내가 풀이 아니기에 풀여치는 내 옷에 앉지 않아야 하지만 풀여치가 앉아 있으니 내가 풀잎이 되는 것, 이게 사랑이다. 이것이 살아 있음의 제자리다. 무엇 하나라도 나의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과연 사랑은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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