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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전북지역 TV토론회. ⓒ 오마이뉴스 강성관 |
"과격한 분배 위주의 사회주의 이념을 가지고 있다. 무시무시한 것 아니냐."(이인제)
"일부 수구, 극우언론과 한나라당이 써먹고 있고, 써먹었던 수법이다."(노무현)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를 고민하다 결국 경선참여로 선회한 이인제 후보가 음모론에 이어 색깔론을 제기하며 노무현 후보의 '정계개편론'을 비판하고 나서 민주당 경선이 이념논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 후보는 28일 전북지역 TV토론회에서 88년 국회 대정부 질문과 89년 현대중공업 파업 현장에서의 발언과 관련 자료를 제시하고 노 후보를 향해 이념공세를 폈다.
이에 대해 노무현 후보는 "일부 수구, 극우언론과 한나라당이 써먹고 있고, 써먹었던 수법"이라며 "나는 중도개혁주의와 개혁적 국민정당 등을 정강정책으로 내세운 민주당 노선에 가장 충실한 민주당원"이라고 반박했다.
그 동안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 이념공세는 끊이지 않고 제기되어 왔으나 민주당 내에서 같은 당원끼리 극한 이념공세를 벌이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따라서 이번 경선이 후보간 정책비교의 장이 되지 못하고 자칫 이념논쟁으로만 흐를 경우 당의 정체성을 두고 갈등이 증폭되는 등 경선 후유증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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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민주당 경선 후보 전북 합동토론회'는 이인제와 노무현 후보간의 격론으로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특히 이 후보는 그 동안 제기해왔던 '음모론'에 대해 "내가 제기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가급적 언급을 자제했지만 노 후보의 '울산 발언'과 정계개편론 등 정책 이념에 초점을 맞춰 '색깔론' 공세를 퍼부었다.
이인제 "무시무시한 것 아니냐"...노무현 "꼭 어디서 배운 것 같다"
먼저 이 후보는 "노 후보는 89년 현대중공업의 불법파업 현장을 방문해 '법은 정당할 때 지키고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나서서 고쳐야 한다'며 노동자를 선동하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 '재벌의 주식을 몰수해 노동자들에게 배분하자'고 주장했다"면서 "과격한 분배위주의 사회주의적 이념을 가지고 있다"며 노 후보를 '급진 과격'으로 몰아세웠다.
| | | 세 후보가 밝힌 자신의 별명 | | | 이인제 고문과 노무현 고문의 열띤 공방전이 오가는 사이 세 후보에게 자신의 별명에 얽힌 이야기와 '대통령'으로 각자 삼행시도 지었다.
노무현, '돌콩' '바보'
노 후보의 초등학교 때 별명은 '돌콩'이었다. 머리를 빡빡 깎고 다녀서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러다 2000년 총선 이후 '바보'라는 별칭이 따라붙었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이해관계가 아니라 뜻으로 정치하는 사람들이 손해를 보기도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이 별명이 자랑스럽다 "면서 "'바보 대통령'은 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인제, '세모돌이' '배추'
이 후보의 어릴적 별명은 '세모돌이'었다. 머리를 짧게 깎은 두상에서 따온 것이다. 그러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가난해서 머리를 자주 깎지못해 머리를 길러서" 머리모양이 배추를 세워놓은 형상이었다. 그래서 '배추'다.
이 후보는 "배추는 국민들이 없으면 한시도 살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동영, '모택동' '악바리'
정 후보의 초등학교 시절 별명은 중국의 혁명을 이끈 '모택동'. 초등학교 짝꿍이 자신은 '루즈벨트'라면서 정 후보에게 '모택동'이라고 별명을 붙인 것이다.
MBC에 몸담고 있을 때는 동료 언론인들은 그를 '악바리'로 불렀다. 정 후보는 "이 별명은 남보다 한 발 더 가면 특종이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아서 붙여준 것 같다"면서 "연애할 때 악바리 근성을 발휘한 것 같다"고 말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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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후보의 색깔공세에 대해 노무현 후보는 "이 후보가 경선에 다시 참여한 게 국민경선의 성공을 위한 목적인지, 민주당을 파괴하기 위한 목적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반박한 뒤 "이 후보의 공격논리가 한나라당쪽 공격논리와 유사하다"고 이 후보의 정체성을 문제삼았다.
노 후보는 "(울산에서의 연설 때와) 지금의 생각과 같지 않다"면서 "당시에는 노동자들이 억압받는 상황에서 정치연설을 한 것이고 사상 표현을 할 때 좀 자극적인 표현을 할 때도 있다"고 해명했다.
노 후보는 이어 "특정 문구를 가지고 매카시즘적 수법을 동원하는 것이 꼭 어디서 배운 것 같다"면서 "극우적 언론의 수법과 너무 닮았다"고 역공을 취했고 이에 이 후보는 "사실 근거를 가지고 사회경제정책을 비판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후보는 또 "중앙일보의 정책노선 조사에 의하면 노 후보는 국민평균 4.5보다 좌에 치우친 1.5를 받아 '급진 좌'에 가 있다"며 "불법파업현장에 가서 노동자 대표가 국회에 들어가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선동해 계급의식을 고취시켰다"고 거듭 '색깔 공세'를 폈다.
이 "'음모론' 내가 제기한 것 아니다"...노 "'정계개편론'은 정치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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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마이뉴스 강성관 |
이날 토론회에서의 공방전은 '음모론'과 '정계개편론'으로 이어지면서 더욱 가열됐다.
'색깔론' 공세에 대해 노 후보는 "음모론을 제기했다가 '안했다'고 하고 있는데, (실제로 음모론이) 있는 것인가"라며 "음모의 주체가 누구냐"고 몰아붙였다.
이에 이 후보는 "내가 주장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노 후보가 난데없이 '후보를 내던지고서라도 정개개편을 하겠다'고 말해 언론이 일개 후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볼 때 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파다하게 퍼진 것이다"고 비켜갔다.
그러나 이 후보는 "연기가 나면 불을 때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림자가 있으면 실체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다소 누그러지기는 했지만 '음모론'에 대한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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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마이뉴스 강성관 |
이에 노 후보는 "음모론은 조선일보 김모 주필이 강연에서 주장해 이 후보가 말하고 야당에서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한 뒤 "음모의 주체가 누구냐? 음모가 사실이라면 김대중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인데 너무 무모한 것 아니냐"면서 "근거가 박약한 것을 조사해보지도 않고 국민을 선동하는 사람이 대통령 후보의 자세인가"라고 몰아붙였다.
이에 이 후보는 "후보를 버리고라도 정계개편을 하겠다는 것은 후보의 자세냐"고 맞대응했다.
정계개편론에 대해 노 후보는 "오래 전부터 지역구도를 정책구도로 바꾸자는 개편론을 주장해온 것이지 갑자기 한 것이 아니다"면서 "이것은 나의 정치소신이고 비전제시로, 후보가 되면 당 지도부와 협의하고 다른 당의 정치인에게 공개적으로 제안해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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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마이뉴스 강성관 |
이와관련 정동영 후보는 "정책구도로의 정계개편은 현재 '비빔밥 정당'이니까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경선과정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고 '의원 빼오기'라며 야당이 반발할 수 있으니 접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를 마친 이 후보는 '이념공격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이냐"며 "슈뢰더처럼 과거의 사상 체계를 바꾸어서 이념을 버렸다고 공언해야 한다"고 말해 이념공세를 계속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익산에서 'IJ 사이버 돌격대' 발대식을 갖고 인터넷 선거운동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노 후보는 29일까지 익산, 군산 등 전북도 내 10개 지구당을 순회 방문하며 정 후보는 30일까지 지역구인 전주에 머물며 득표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 | | 88년 당시 노무현 의원 울산 노동집회 연설 요지 | | | 저는 오늘 여러분을 선동하거나 아양을 떨려고 온 것이 아니다. 울산에 제가 가끔 얼굴을 내미니까 울산 동구에 무슨 흑심이 있지 않나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저는 노동자는 아니지만 노동자를 위해 무엇인가 해보려고 하면 여기저기서 로비가 들어오고 무조건 반대를 하고 해서 노동법 개정 문제만 하더라도 굉장한 난관에 부닥쳐 있다.
노동자 대표를 한 20명만 국회에 보내주면 정말 화끈하게 해보겠는데, 바로 여기 울산 동구에서 노동자 대표를 한분 뽑아주시고 저는 딴 데 어디로 가면 또 (국회의원에 당선이) 안되겠나.
여러분의 이번 파업은 법률상 위법이다. 그러나 사람을 위해 법이 있는 것이지 법을 위해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권력 있고 돈많은 몇사람만을 위한 법은 법이 아니다. 저 산동네 철거민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법에 위반됐다고 집을 뜯는다. 노점상인들을 도로교통법에 걸어 목판을 차버린다. 이렇게 밥을 못 먹게 하는 법은 법이 아니다.
노동3권, 노동3권 하면서도 '여러분에게 방위산업체니까 일방적으로 불법이다'라고 하는 경향이 있다. 노동3권이 우리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이상 여러분의 파업은 일어나야 한다. 헌법에만 명시해놓고 하지 못하게 하는 법은 있으나 마나다. 방위산업체의 사업주가 폐업을 해도 잡아넣어야지 왜 그런 것은 놔두는가. 법은 정당할 땐 지키고 정당하지 않을 때에는 지키지 않아야 한다. 악법은 국민 스스로의 손으로 철폐시켜야 한다.
제가 여기 와서 얘기하는 것도 불안하다. 노동법에는 제3자 개입금지라 해서 노동자가 아닌 자가 와서 노동자에게 얘기하고 상담만 해줘도 잡아넣은데 사용자는 대학교수, 경제연구소 사람들 불러서 토론도 하고 상담도 받는다. 지난 청문회에서 정주영 증인은 "단돈 10원도 경우에 어긋나면 줄 수도 없고 수십 수백억이라도 경우에 맞으면 줄 수 있다"고 했다. 여러분의 요구는 경우에 맞는가.(노동자들 '예'라고 대답)
여러분이 해고자복직을 주장하는데 그 사람들 불순분자 아닌가?(노동자들 '아니다'라고 대답) 여러분이 이 싸움에서 돈 한푼 못받더라도 인간답게 살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다면 여러분 모두가 배신자가 되지 않겠다는 확고한 결의만 있다면, 10명을 잡아넣으면 1백명을 잡아가면 1천명이 가고 그렇게 하면 대한민국 노동자가 모두 달라질 것이다.
이 파업기간 동안 아니 그 이후라도 여러분이 더욱 성장해서 모든 사람에게 존경받고 진정 이 사회의 주인이 되는 그날을 위해 우리 함께 갑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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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 진영간에도 색깔론 둘러싼 '설전'
한편 두 후보 진영간의 '색깔론'을 둘러싼 공방전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이 후보 진영 전용학 의원은 노 후보 진영의 이 후보 공세에 대해 "후보 검증을 하자는데 한나라당 운운하고 민주당 창당 주역을 '흘러들어온 사람' 등으로 비난한 것은 편협하고 옹졸한 자세"라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노 후보쪽의 유종필 공보특보는 "노 후보는 국민정당인 민주당의 정강정책과 가장 가까운 '개혁적 중도'"라며 "아무튼 본선에 대비해 예선에서 이회창 후보와 비슷한 사람을 만났으니 좋은 스파링파트너를 만난 셈"이라고 말했다.
유 특보는 또 "이 후보의 정책은 민주당과 일치하는 것이 30%, 한나라당과 일치하는 것이 70%"라며 "이 후보가 '우리 당'이라고 하면 헷갈리니 한나라당인지, 국민신당인지, 민주당인지 적시해 사용하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와 관련 당시 노무현 후보와 함께 국회 노동위원을 지냈고, 또한 함께 현대중공업 파업현장에 갔었던 이해찬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그때 노 후보의 대중 연설은 노동자들의 기본권 확보를 위한 연설이었다"며 "노동부는 노조를 깨려고 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아니고서는 노조가 의존할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좌우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의 기본권에 관한 문제인데 지난 일을 가지고 이인제 후보가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라며 "정책대결로 가야 할 경선이 이렇게 이념공세로 가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당시 가장 좌파적인 노동운동가 중 현재 정치권에 들어와 있는 사람은 김문수 의원인데 현재 보수당인 한나라당의 참모를 하고 있다"며 "이인제 후보 말대로라면 민영화를 반대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진보정당이고, 이회창 총재는 유럽 사민당의 총수이냐"고 되물었다.
"그 당시에는 모든 것이 불법이었다. 노조설립신고서를 반려하는 것이 불법인데도 근로감독관이 전부 반려시켜 우리들이 근로감독관 여러 명 파면시키기도 했다. 당시 함께 노동위원이었던 이인제 후보가 이런 문제에 소극적이어서 노무현 후보가 섭섭하게 생각했었다.
이인제 후보도 노동부 장관할 때 '무노동 무임금' 반대했다가 기업들한테 당하지 않았었나. 정책적인 것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은 바뀌지 않는 것이다. 냉전 해체 이후 이념논쟁은 의미가 없다. 사회가 다원화 되면서 한 꼭지, 한 꼭지 가지고 좌니 우니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인제 후보가 이러한 부분에 대해 이론적으로 정리해줄 수 있는 참모가 약한 것 같다."
그러나 이해찬 의원은 노무현 후보의 정계개편론에 대해서는 "대표도 아니고, 최고위원도 아니어서 당론에 참여할 수 없는 노 후보가 정계개편을 얘기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그것은 새로운 당 지도부가 구성된 뒤에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치전문가들은 정책과 노선에 기반한 이념논쟁은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발언을 꼬투리 삼아 색깔공세를 하는 것은 상종가를 치고 있는 국민경선의 재미를 반감시킬 뿐 아니라 참여자와 관객 모두에게 정치불신을 조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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