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들이고 칭찬 못듣는 대구야구장

장애인단체의 수직형리프트 요구 묵살, '고정형'으로 강행

등록 2002.03.29 21:46수정 2002.04.06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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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가 거의 끝난 대구야구장의 고정형 리프트. ⓒ오마이뉴스 이승욱
대구에서 '장애인지역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는 윤삼호 대표는 지난해 10월 장애인들과 함께 '대구시민운동장'(대구 북구 고성동) 내에 있는 대구야구장을 찾았다 한바탕 곤욕을 치러야 했다.

"작년 한국시리즈 1차 전 경기가 있던 날이었죠. 공동체에 있는 장애인 40명(휠체어 장애인 10명) 하고 큰맘 먹고 야구경기를 보러 갔죠. 근데 야구장에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라고는 전무한 거예요. 결국 휠체어 10대를 자원봉사자들이 일일이 들고 2층까지 올라가서야 야구경기를 볼 수 있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휠체어 장애인이 야구경기를 볼 만한 관람석이 없데요. 결국 일반인들에게 불편을 끼치면서 통로에 줄을 서고 나서야 볼 수 있었죠.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었어요."


문제는 화장실이었다.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전용화장실은 고사하고 협소하기만 한 화장실은 윤 대표와 장애인들을 더욱 '황당하게' 만든 것이다. "흔히들 휠체어 장애인들은 외출 전에 아예 생리를 조절하기 위해서 안 먹고 안 마시는 것이 몸에 뱄죠. 하지만 이날은 한 장애인 여학생이 화장실을 가야만 했는데 대책이 없더라고요."

이 휠체어 장애인 여학생은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고 화장실 문을 채 닫지도 못한 채 신문지를 깔고 컵라면 용기를 받치고 용변을 봐야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날의 '사태'로 공동체 관계자들과 장애인들은 심한 수치심과 화가 났고, 이 문제를 반드시 제기할 것이라고 결심했다.

편의시설 하나 없던 야구장에서 장애인들이 겪은 '수모'

그러던 지난 겨울 장애인공동체는 우연히 대구시가 약 37억 원 규모의 돈을 들여 야구장에 대한 대대적인 시설공사를 벌인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장애인공동체 관계자들은 공사비 중 장애인편의시설을 위한 항목이 전혀 없다는 점에 또 한번 놀라야 했다.


"현재 관계법령에 따르면 대구야구장은 편의시설 정비대상에서 포함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한들 이런 대형 시설물에 큰 공사비를 들여서 시설공사를 하면서도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고민을 못했다는 게 안타까웠죠."

결국 지난 1월 30일 지역 6개 장애인 단체가 연대해 꾸린 '장애인단체연대회의(준)'은 대구시와 삼성구단, 시설관리사무소 등 관계 기관에 대해 편의시설에 대한 공사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때 연대회의에서는 △승강기나 수직형 리프트 설치 △장애인 관람석 △장애인용 화장실 △내부 주차장 장애인 이용가능 등 4가지 사항을 요구했고, '편의증진법 상 예외'를 주장하던 관계기관과 논의 끝에 이러한 사항에 대해 합의를 얻어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오는 5일 개장을 맞게 되는 대구야구장은 예산 1억5000만 원을 편성해 시설물에 대한 공사를 추진했고 현재는 거의 마무리 된 상태이다. 여성 장애인을 괴롭혔던 화장실 문제는 3루 쪽 전용화장실 설치로, 장애인 관람석은 1루 쪽에 설치해 야구장을 찾은 장애인들의 '시름'도 덜어주게 됐다.

고정형 리프트는 효율성이나 안전성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 장애인들의 주장이다. ⓒ오마이뉴스 이승욱
그러나 정작 문제는 장애인들을 2층 관중석으로 옮겨주는 리프트 문제. 지금까지 장애인공동체와 관련 단체들은 잦은 고장과 안전성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는 '고정형 리프트'가 아닌 '수직형 리프트' 혹은 승강기 설치를 주장해왔다.

장애인 단체에서는 고정형 리프트의 문제점에 대해 △이동시간 △안전성 등을 이유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즉 고정형 리프트를 이용해 총 18m를 옮기다보면 1인당 10분이 소요되는데 10명의 휠체어 장애인이 야구장을 찾으면 100분 이상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것이 장애인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또 고정형 리프트가 설치될 계단의 폭이 2,3m로 좁아 리프트를 펼쳤을 경우 일반인과 충돌 등으로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목발 장애인들 좀더 많은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수직형 리프트에 비해 고정형은 설치 효과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장애인 단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예산문제 등을 들고 나온 관계기관에 의해 장애인공동체 등 장애인단체도 '모르는 사이' 고정형 리프트로 설치가 결정되고, 현재는 공사까지 마무리된 상태이다.

야구장을 관리하고 있는 대구시민운동장 시설관리사무소 한 관계자는 "일부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지만 고정형 리프트 중에서도 최신형을 설치해 고장율도 낮고 기능도 보완된 기기를 설치했다"면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수직형 리프트는 공사기간도 길고, 미관상의 문제, 법적인 문제로 준공허가가 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에겐 '무용지물'인 고정형 리프트. ⓒ오마이뉴스 이승욱
이 관계자는 또 "대구시에서 인정한 지체장애인협회에 문의한 결과 장애인이 이용하는데 고정형 리프트도 문제가 없다고 해서 공사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구시지체장애인협회 관계자는 "같은 장애인의 입장으로 고정형 리프트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데도 어떻게 타당하다는 의견을 보일 수 있겠냐"고 반문하며 시설관리사무소의 주장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들 또한 "고정형 리프트 설치에 3300만 원 정도 들었다는데 수직형 리프트는 최소 3600만 원 정도면 설치가 가능한데도 예산비용을 이유 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어차피 들이는 돈 장애인의 입장에서 고민했다면..."

장애인공동체 윤삼호 대표는 이번 대구야구장 문제가 결국 '생색내기용 행정'의 결과라는 입장이다.

대구야구장. ⓒ오마이뉴스 이승욱
"시설주가 설치하기 쉬운 것이 편의시설이 아닙니다. 어차피 예산을 들여서 한다면 장애인 스스로 이용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인데, 보여주기 용으로 만들어 놓고 편의시설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장애인을 위해 어차피 편의시설을 만들었다면 충분히 장애인의 입장에서 시설에 대한 연구를 했어야지요."

현재 장애인공동체 등 연대회의는 다음달 열릴 개막전에 맞춰 대구시민운동장 앞에서 이와 관련 시위를 벌이고, 시민들에게 서명을 받는 등 수직형 리프트나 경사로 설치를 계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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