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대, 점거된 총장실과 '어둠속의 촛불'

등록 2002.03.30 02:57수정 2002.03.3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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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측이 내붙인 '대구대학교 총장' 명의의 공고문(3. 29)에는 '미등록 사태 및 본관 점거에 따른 전체교수회의(2002년 3월 29일 12:00시)결정사항을 아래와 같이 공고'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 금일중 (3월 29일 17:00까지)으로 미등록자는 등록을 마칠 것(○○은행 대명동지점) ▶ 금일중 등록을 아니한 자는 학칙(제19조 1항)에 의거 제적 조치함 ▶ 금일중(17:00)으로 대학본관에서 철수할 것 ▶ 미등록 사태 주동자는 전원 처벌함 ▶ 수업에 즉시 복귀할 것 등의 5가지 이행사항을 적어 놓았다.

또한 대구교육대학공무원직장협의회 회장 명의로 나붙은 공고문에는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요구사항과 불이행시 조치사항 등을 일목요연하게 나열하여 맞대응하고 있다는 것이 이색적으로 비춰졌다.

총학생회에서 배포한 자료에 의하면 "학생들이 추가등록 기간이 지나서도 378명의 학우들이 등록을 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였으나 학교는 여전히 수업시수 1/4선만 강조하며 제적만 운운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학교측의 제적방침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등록하지 않은 학생들은 서로 연락을 취하면서 혹여 제적처리하는 것을 막아보려고 등록안된 학생들의 상황을 살펴가면서 부랴 부랴 핸드폰으로 연락을 취해가면서 제적되는 사태를 빚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었으나 이후에 사태에 대해서는 다소 늦어지거나 일부 등록이 안된 경우는 "학교의 일방적인 고지형태이기 때문에 학생들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었다.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요구사항'으로는 ▶ 대학본부 행정실 점거는 2002. 3. 29 17:00로 해제 ▶ 대구교육대학공무원직장협의회 회원들의 자긍심 고취 등 권한이 부당히 침해되지 않도록 할 것 ▶ 총학생회의 협의 결과를 2002년 3월 29일 16:00까지 직장협의회로 통보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었으며 총학생회측에서 미이행시 향후 조치계획에는 ▶ 협의회 회원들의 자긍심 고취와 권익차원에서 도서관 등 각 사무실 폐쇄(2002. 3.29 17:00 폐쇄) ▶ 단전, 단수 등 제반사항 조치 ▶ 법과 학칙 등 제규정에 의한 직무수행 등을 내세우며 학생들을 압박해 나가고 있다.

대구교대 연대사업국장은 "해를 거듭하면서 등록금이 인상되고 있지만 대학 당국은 학생참여를 배제한 상황에서 개선 여지없이 기성회비 인상만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지적하면서 "서울대 및 7개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등록금 사전예고제가 실효를 거두려면 실질적인 인상분을 반영시켜 기성회비가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서관 폐쇄와 학교당국의 강경 조치에 대해선 "우리가 무기한 수업거부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도서관을 폐쇄하는 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놓으면서 "이제 토요일, 일요일은 학생들의 수업이 없는 날이라서 그렇다 하더라고 하더라도 월요일이면 학생들이 수업에 복귀에 공부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전. 단수와 도서관 폐쇄로 일관하는 공무원직장협의회는 교육부 혹은 학교총장의 사주를 받아 자행한 일로 밖에는 이해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국곤 회장(대구교육대학공무원직장협의회/이하 직협)은 "학생들이 행정실과 일부 사무실을 불법 점거함으로서 행정불편을 초래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음이고... 또한 학생들의 농성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직협의 결의를 통해 단수와 단전의 조치, 도서관 폐쇄를 취하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극한 대립양상을 보이는 속에 학생들은 학교측의 단전. 단수소식에 긴급회의를 거쳐가면서 대책마련에 논의하느라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고 중앙위원회 간부들도 향후 대책논의와 농성수칙 등을 마련하면서 회의를 벌이느라 여념이 없었다.

황의신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낸 기성회비가 학교발전과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 쓰여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수채용, 강사료의 변칙운영, 예산집행의 과다책정, 공익근무요원의 인건비 등으로 사용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측은 여전히 학생들의 정당한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대학의 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수(교직원)가 함께 모여 문제해결을 해나가자는데... 왜 우리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가"라면서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앞으로 어떻게 등록금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본관 점거 농성 중에도 대학 측과 지속적인 대화노력을 해나갈 것이나 지금과 같이 학우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단전. 단수 등으로 일관하는 학교측의 탄압에는 한치의 물러섬 없이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미 도서관은 공고문이 나붙인 채 굳게 닫혀있었고 본관 곳곳에는 총학생회측에서 붙인 듯한 빨간 가압류 딱지들이 여기 저기 붙여져 있는 것이 목격되었다. 본관 행정실 앞에서 규탄집회(3. 30)를 마친 학생들은 삼삼오오 대열을 지어 각 행정실과 시설실, 사무실 등에 자리한 채 어둠이 짙게 깔려 가는 농성장을 지켜가고 있다.

학생들은 갑작스런 학교당국의 단수. 단전조치를 예상치 못해서인지 초와 성냥을 찾아가면서 불을 켜느라 정신이 없었고 일부 교직원은 학생들이 머물고 점거 농성중인 장소로 찾아와 "잘못하면 불이 날 수 있으니 유리나 물받침대 등을 사용해서 촛불을 켜놓으라"는 말을 강조하기도 했다. 농성중인 한 학생은 "학생들이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성중이다가 화재로 사고를 당하면 어쩌려고 단수. 단전조치를 취하는지 정말 답답하다"면서 학교측의 처사를 비난했다.

학생들에 맞서 대학당국이 형사처벌까지 고려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극한 대립의 양상을 보이는 대구교대의 등록금 문제가 아무쪼록 총학생회측과 대학측이 물리적 충돌이나 마찰 없이 합의점을 찾아내는데 온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등록금 문제에 있어서 모든 대학들이 나름대로 이유 있는 항변으로 일관하겠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의 기성회비가 해마다 오름세로 치닫고 있는 현상과 몇몇 대학의 일부 대학에서 자행된 일처럼 기성회비 예산편성에 토지매입비나 공익근무요원 인건비, 교수들의 책상 교체 등에 과다한 예산책정으로 학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또한 대학을 관리. 감독하는 교육부도 등록금 책정 문제에 있어서 보다 학생과 대학간의 마찰이 적어질 수 있도록 조정해 나가는 역할을 결코 방임하거나 마치 구경꾼인 것처럼 방관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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