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있는 집엔 생선을 굽지말라

초보아빠의 삼칠일 육아일기

등록 2002.03.30 09:47수정 2002.03.3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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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딸, 채윤이가 태어난지도 삼칠일이 지났다.

삼칠일은 3곱하기 7해서 21일이 아니라 1일부터 7일까지 세고, 7일째 날을 1일로 해서 다시 날짜를 세기 때문에 19일의 기간이다. 조상들에게 있어서 삼칠일은 연약한 아기에게 균이 들어가지 않도록 가족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출입을 금하고, 동네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와 주의를 당부하기 위해서 대문에 금줄을 다는 조심스럽고 정성이 필요한 시간이다. 또, 아기를 위해 그 시기가 빨리 지나도록 겹쳐서 날짜를 세는 것이다.


그러기에 나의 어머니이신 채윤이의 할머니께선 여러가지 주의점을 말씀해주셨는데, 집에서 고기나 생선을 굽지 말 것도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초보아빠인 내게 그것은 단지 옛날의 이야기쯤으로 생각되었고, 두이레(생후 13일)를 지나 산모인 아내의 산후조리용 음식으로 무심코 생선을 구웠다.

그런데, 웬걸! 점심 때 굽고, 저녁 때 보니 채윤이 눈가에 오돌토돌한 무엇이 나있는게 아닌가? 빨간 반점이 점점 모아져서 오돌토돌한 끝에는 고름같은 것이 송글송글 맺혀서 이틀이나 지나도록 그대로였다. 더구나, 눈꼽이 이틀째 보였고, 이틀 전까지만 해도 모유수유로 왕성한 배변을 보던 아기가 24시간이 지나도 배변을 보지 않았다.

놀라서, 소아과 병원으로 아기를 안고 달려갔는데, 의사선생님 말씀이 눈물 때문에 생긴 '땀띠' 란다. 아기의 땀띠는 그처럼 고름같은 것이 맺힌다고 한다. 배변은 2주가 지나면, 하루 한, 두번으로 줄고 3일정도 변을 보지 못할 경우는 장이 약하거나 이상이 있으니 병원으로 데려오라신다. 눈꼽에는 안약을 주셨다.

집으로 돌아와서 얼마 후 채윤이의 증세는 깨끗이 사라졌고, 놀라보게 피부가 뽀오얀 모습으로 변했으며, 몸무게도 태어날 때의 3.35kg에서 4kg을 육박하게 되었다. 초보아빠도 아기가 울면 기저귀가 젖었거나 배고프거나 졸립거나 어딘가 아프거나 중 한 가지라는 것을 알았고, 제법 익숙하게 기저귀도 갈 수 있게 되었다. 아기빨래와 집안청소도 한 시간이면 끝낼 수 있게되었다.


그런데, 초보아빠가 또 다시 생선을 굽고 말았다. 그러자, 이번에도 어김없이 땀띠처럼 무언가가 나는 것이 아닌가? 마침 채윤이 할머니이신 나의 어머니가 집에 오셔서 채윤이를 보시더니, 여지없이 생선같은 것을 구웠느냐고 물으시곤 삼신할머니께 아기의 얼굴에 난 것이 사라지게 해달라고 기도하셨고, 다음 날 아침 채윤이의 얼굴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무언가에 홀린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새삼 조상들의 지혜와 정성스러운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기는 부모의 정성과 지혜로 성장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내 어머니도 나를 그처럼 정성스럽게 키우셨구나 하는 생각,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등의 가사가 담긴 어머니의 노래의 의미도 새삼 가슴에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한편, 임신에서 출산, 산후조리에 이르기까지 조상들이 정해놓은 날짜나 시기, 요령 등은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옛날에는 과학적인 검증을 위한 실험도구도 없었을텐데, 오늘날에도 거의 정확하다.

임신 때 엄마의 단정한 몸가짐을 통한 태교나 출산 시의 산모의 자세, 출산 후 회복기에 먹는 음식, 찬 바람을 맞지 않는 것, 동의보감에 실린 100일동안의 부부관계 금지기간 등 서양의학이 밝힌 것과 많이 비슷하다.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질에 맞도록 되어있어서 서양의학보다 훨씬 좋은 부분도 있다고 한다.

미역국은 그 효능이나 가격면에서 월등히 효율적인 산후조리 음식이다. 산모의 피를 맑게하고, 젖을 잘 돌게하며, 변비에도 좋다고 한다.

동의보감에서 권장하는 부부관계 금지기간 100일은 서양에서의 6-8주(자궁에 남은 피나 찌꺼기 등 오로가 완전히 사라지고 생리가 시작될 준비를 하는 기간)보다 오히려 산모를 위한 것이다. 산모의 출산당시에 산모의 360개의 뼈마디가 다 벌어지거나 늘어나는데, 그 뼈마디가 안정을 찾고, 어느정도 건강을 안심하게 되는 시기는 100일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동의보감에는 100일 내의 부부관계는 산모에게 만병의 근원이라고 적혀있다고 한다. 그리고, 산모가 출산 전의 몸의 균형으로 돌아오는 시기는 아기의 돌인 1년이라고 한다.

또, 서양의 병원에서는 출산 다음 날 샤워도 하고, 많이 걷는 연습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산모가 그렇게 하다간 온 몸이 저리고 쑤시는 아픔을 겪게 된다. 서양인과 체질이 다른 까닭이다.

그런 조상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느껴지는 것은 동양의 신비라는 측면도 있지만, 우리 조상들이 참으로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분들이었다는 것과 지혜롭고, 인간적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옛 어른들의 이야기 중에 밭에서 일하다가 아기를 낳고, 다시 밭에서 일을 했다는 이야기 등도 있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시어머니들이 며느리에게 마치 선배가 후배에게 이야기하듯 하는 말도 있지만, 출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기 위한 배려도 담고있고, 그만큼 넉넉하지 못하고 고단했던 우리네 서민들의 삶이 묻어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이제 아기 엄마는 간단한 집안 일을 할 수도 있는 시기이다. 그리고, 아기도 부모도 서로에게 조금은 익숙해지고 서로의 리듬을 느낄 시기이다. 어쩔 수 없이 구입한 아기의 학습지 교재와 CD는 알아듣는 것인지 모를 아기에게 한번쯤 읽어주었지만, 제 역할을 못하고 아기젖병 받침대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도, 앞으로는 아기의 색채감각 기르기(종이의 질과 색깔은 화려함)나 라면받침대 등 영역을 넓혀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본다.

태교 때부터 사용한다는 제일 값싼(?) 수십만원 하는 학습지 전집에는 한글카드 영어카드까지 있었고, 수년은 뒤에야 아기가 쓸 수 있는 파레트와 필통이 사은품이었다. 그렇게 박스 하나를 채워 온 학습지 내용은 서양이름의 한 캐릭터의 이야기인데, 연결된 아무런 내용이 없이 동물소리나 갖가지 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도구였고, 우리 생활 속에서 부모가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동물원에서 또 집에서 들려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학습지를 사겠다고 고집했던 아내도 할 말을 잃고 쓴 웃음을 지었지만, 어쩌랴... 아내의 마음을 생각해서 같이 웃고 말았다.(아는 사람으로부터의 구입은 반환시키는 것이 참으로 난처하다. 그간의 배려해주신 것 등을 생각해서 그냥 쓰기로 했다.)

서양캐릭터에 종이의 질은 특별히 우수하지만 내용은 별로인 학습지보다 따져보면 조상들이 개발한 보다 과학적이고 훌륭한 인지교육인 전통의 잼잼 놀이라던가 부모의 다정한 목소리로 아기에게 여러 가지 소리를 들려주고, 조금 더 커서 외출할 수 있으면 동물원에 가서 오리지널 사운드로 들려주어야 겠다. 한글카드는 수년 뒤에나 사용해야 할거고...

조상들의 지혜를 새겨듣고, 보다 언행을 단정히 하는 아빠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 삼칠일 육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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