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이 있으면 빨리 고쳐라!

등록 2002.03.30 18:27수정 2002.04.0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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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 씨'는 93년 3월 31일 J 대학병원 내분비외과에서 갑상선 절제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받게 된 사연은 이렇다.

93년 3월 20일 동료가 입원해 있는 S 병원에 문병을 갔었다. 때마침 절친한 다른 친구들이 모여들어서 케케묵고 낡은 잡담만 늘어놓다가 같이 목욕이나 가자고 해서 모두 목욕탕에 갔다.


방금 문병하고 온 친구의 험담과 칭찬을 번갈아 지껄이며 한 친구가 자기의 다른 친구 이야기를 꺼냈다. 얼마전에 식도암인가 후두암인가 하는 고약한 병에 걸려 수술을 했는데 음식도 제대로 먹을 수가 없고 뼈만 앙상하여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처지가 되었다고 우정어린 동정을 쏟아냈다.

의약 씨는 섬뜩한 그 소리를 듣고난 뒤 거울앞에서 면도를 하는데, 면도날이 목 주위에 닿을 때 무의식적으로 자기 목에 시선이 꽂혔다. 갑상선 위치에 멍울이 있는 것도 같고, 결절이 있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고개를 옆으로 갸웃하면 없는 것도 같았다. 엉겁결에 옷을 주워입고 S병원앞 P의원으로 달려갔다.

P의원 원장은 의약 씨의 주치의나 다름없었다. "아무래도 갑상선에 이상이 있는 듯 하니 S병원으로 가서 초음파 등 정밀검사를 해 보라"고 했다. 지레 겁을 먹고 S병원으로 가서 초음파 등 정밀검사를 하니 아니나 다를까 "나비 넥타이 같은 양쪽 갑상선에 이상이 있으니 시설이 다 갖추어 있는 대학병원으로 가라" 했다.

의약 씨는 93년 3월 22일부터 3월 23일까지 2일간 임상병리검사, 핵의학검사 등을 실시했다. 특별한 문제는 없는 것 같으나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니 확실한 조직검사를 하자고 했다. 그 결과 악성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즉시 수술하지 않으면 악화 될 조짐이다"라고 담당 내분비 내과교수가 말했다. 청천벽력이었다. 차트를 내분비외과로 넘긴다고 말했다.

93년 3월 28일 수술준비를 해서 93년 3월29일 J 대학병원 1동 821호에 입원해서 93년 3월 31일 4시간에 걸친 수술을 했다. 갑상선이라는것이 신진대사에 필요한 호르몬인 "티록신"을 분비하는 내분비선의 공장인데 이 공장이 고장이 난 것이다.


당시 수술을 했던 U교수에게 6개월만에 한번씩 혈액검사를 받아, 그 결과 호르몬 분비 수치를 측정해서 투약량을 결정하곤 하는데 처음에는 com_thyroid를 하루 3회에 1알씩 복용하다가 지금은 synthyroid를 하루 2회 1알씩 복용하고 있다. 이 약은 잘못 사용할때 생명의 위험을 줄 수 있는 극약으로 분류돼 있었으나 약이 떨어질만하면 아무 약국에나 들려 서명날인만하고 구입해서 복용할 수 있었는데 "의약분업"이라는 제도가 시행된 후는 의사의 처방전으로만 구입이 가능하게 되었다.

의약 씨는 여기에 분노를 느끼고 있다. 이 호르몬제는 무덤으로 갈때까지 특별한 변동없이 복용해야 하는데 규정상 2개월밖에 처방을 안 해 준다. 그렇다면 6개월만에 한번씩 정기검진을 하는데 약은 2개월밖에 안 준다면 2개월마다 다시 가서 처방전을 발급받아야 한다.


일반시중의 병의원에서도 처방전을 발급받아도 되지만 처방전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혈액검사, 초음파검사 등을 다시 실시해서 그 호르몬제가 필요하다는 확증이 있어야 처방전을 발급해 주니 말이다. 2개월마다 두번이나 대학병원에 가서 지정진료 교수에게 처방전을 발급받는 일이, 교수의 다른 환자 진료계획 등으로 얼마나 불편하고 또 경제적 부담이 되는지 의약분업 실무담당자가 알고 입안했는지 그 사람 옆에 있다면 주먹뺨을 올려붙이고 싶은 심정으로 처방전을 발급받고 있다고 했다.

적어도 "전문교수의 지정진료기간이 6개월이라면 6개월간 복용할 수 있는 처방전을 발행해 주어도 무방한 제도가 돼야하는 것 아닌가?"하고 항변하고 있다. "의약분업"에 잘못이 있다면 빨리 고쳐야 할 것 아닌가? 불편을 가중시키는 것이 "의약분업"의 근본목적이 아닐진대 말이다.

심술기 있는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병마외 질병을 꼭 선물해야 한다"고 할때 "저요!""저요!" 하고 남보다 먼저 손을 들어 "저에게는 갑상선의 선물을 주세요"라고 해야 할 분야가 갑상선이라고 한다. 그만큼 예후가 좋다는 질병이다. 의약 씨는 10년이 가까워 오고 있는 지금 수술전이나 다름없이, 아무런 증상없이 건강하게 살고 있어 수술에 대한 실감을 못하고 있는 대신 하느님꼐서 가장 좋은 선물을 주신것 같은 실감은 한다고 했다.

2002년 3월 27일 모 일간지에 "절제된 생활에 힘입어 매우 건강할 것으로 인식돼 온 목회자들이 성인병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통계조사를 발표했는데 '비만도 일반인의 2배를 넘고, 간기능 이상도 21.8%, 고중성지방혈증 10.6%, 당뇨 7%로 일반인의 10배이고 지방간의 보유자도 47.2%로 일반인의 2배를 넘었다'는 보도를 보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하느님의 사도인 목회자들에게 꼭 심술을 부린 것 같다고 의약 씨는 힘 주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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