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사 공천문제로 곤경빠진 이총재

"김혁규 지사 공천 주면 YS함정 빠진다" 도민 반발 격화

등록 2002.03.31 17:12수정 2002.03.3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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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회창 총재가 '아름다운 원칙'을 지키라는 것 뿐입니다."

이회창 총재가 가까스로 수습된 내홍(內訌)에 이어 경남지사 공천과 관련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이 총재가 수년전부터 6월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출마를 채비해온 원·내외 인사를 제쳐두고 사실상 공천을 거부했던 김혁규 현지사를 한나라당 후보로 내정한 흔적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일부는 사실로 확인되었던 것.

이에 김용균 의원과 권영상 변호사등 당헌당규에 의거 공천을 신청한 인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 총재의 김혁규 지사 편들기는 급기야 권 변호사 지지자 50여명이 29일 한나라당 중앙당을 점거해 집단 시위를 불렀다.

이날 시위로 여당에게는 '무능하고 비민주적인 정당'이란 공세의 빌미를 제공했고, 국민들로부터는 '믿을 수 없는 당'이란 비난을 자초한 셈이 되었다. 권 변호사측 지지자들이 이날 시위에서 목소리 높여 주장한 내용은 '스스로 만든 법과 원칙'을 지키라는 것이었다.

"김 지사에게 양보해주소!"
지난 28일 오전 11시 30분, 진해 지구당 지방선거 경선대회장에 내빈으로 참석했던 권 변호사는 이회창 총재의 긴급 호출을 받았다. 권 변호사는 이 총재가 지난 23일 김 지사의 출판기념회에 이례적으로 참석한 이후부터 흘러나온 '도지사 공천이 김 지사에게 넘어갔다'는 소문을 상기하며 설득차원의 호출일 것으로 예상을 했었지만, 한편으론 "설마 법과 원칙을 생명보다 소중히 여기는 이 총재가....."라며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오후 3시20분 경 한나라당 7층의 총재실에서 이 총재와 마주 앉은 권 변호사는 '설마가 역시나'임을 실감했다. 이 총재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역시나 '김 지사에게 양보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김 지사, 경남 유권자 90% 싹쓸이 충성맹세


이 총재는 "김 지사가 3번을 찾아와 대권도전은 자기의 뜻이 아니었다. 연말 정권 창출 위해 경남 유권자의 90%를 싹쓸이해 갖다 바치겠다"는 충성맹세를 해왔는가 하면, YS로부터도 "혁규의 대권을 접게 할테니 공천을 주라"는 주문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이어 가회동 빌라와 당 내홍으로 각종여론조사에서의 '이회창 회의론'을 인정하면서, "영남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춘 YS를 무시할 수 없다"며 절박한 심경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강두·김용균 두의원은 이미 설득했으니, 권 변호사만 양보해주면 된다"고 신신당부를 하더라는 것.


"순진한 총재님, 속지 마십시오"

이에 권 변호사는 "김 지사가 보여준 일련의 행태를 보면 연말대선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마디로 믿음이 가지 않는다. 오히려 정권 창출에 걸림돌이 될 큰 혼선을 초래할 수 있는 조짐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며 "나도 순진하다는 소리를 듣지만 총재님도 그런 것같다"며 당내 누군가의 장난에 속고 있음을 주지시켰다고 한다.

김용균 의원도 권 변호사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총재가 누군가가 파놓은 함정에 빠진 것 같다"며 당내 YS계 출신 원·내외 인사들을 향해 의혹의 화살을 날렸다.

"서울로 가자!"

이 소식을 전해들은 권 변호사 지지자 50여명은 28일 저녁 11시, 봄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 전세버스에 몸을 실었다. 7시간을 달려 29일 새벽 6시 여의도 한나라당 중앙당사 근처에 도착한 지지자들은 치밀한 진입작전을 세웠다.

이들은 창원에서 출발할 때부터 남녀 공히 산뜻한 정장차림을 착용했다. 경찰의 눈을 피해 출근하는 당직자들 틈에 끼여 진입하기 위함이었다. 7시30분경, 당직자들이 하나둘씩 출근하는 틈을 타 권 변호사 지지자들은 삼삼오오 시위용품을 가방과 쇼핑백에 숨기고 당사에 진입해 현관에서 어깨띠를 착용하고 플래카드를 펼쳤다.

순식간에 벌어진 기습시위였다. 순간 전경 1개 소대 병력이 당사 현관앞을 막아 출입자들을 일일이 통제했고, 한나라당 당직자들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당황한 당직자들이 여기저기서 고함을 지르며 뛰어 나오는 등 잠시 소란이 벌어졌다.

권 변호사 지지자들은 "법과 원칙대로 도지사 후보자를 선정하라" "정략적 밀실 공천 법과 원칙 어디 갔나"는 등의 구호와 함께 규탄 성명서를 낭독했다.

"당신들 뭐야!" 반말투의 이상득 총장

권 변호사 지지자들과 첫 대면을 가진 이는 이상득 사무총장. 이 총장은 성명서를 낭독하며 항의하고 있는 이들을 향해 "당신들 뭐야!"라며 반말투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 총장은 "아직까지 아무것도 결정된게 없는 데 여기와서 뭐하느냐'며 재차 언성을 높이며 고압적인 자세를 견지하며 지지자들을 나무랐고, 이에 지지자들은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면서 총재가 왜 공천신청자들에게 김 지사에게 공천을 양보하라며 전면에 나섰느냐"고 맞 받아쳤고, 이 과정에서 반말이 오가는 등 한동안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뒤이어 당사에 출근한 이회창 총재는 항의단의 "법과 원칙에 의거 자유경선 방식으로 공천자 결정하라"는 이들의 구호에도 아랑곳없이 어금니를 깨문 굳은 표정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총재실로 향했다.

'이××은 절대안돼'에서 합의추대로 돌변한 김종하 의원

이들 항의단중 일부는 합의추대 중재자역을 맡은 김종하 의원을 찾았다. 김 의원은 "당헌 당규를 자세히 보면 여러가지 방안이 있다.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면서도 "YS가 표는 없어도 깰수는 있는 사람이다. 우리도 그 사람(김 지사) 좋아서 하는 게 아닌 정략적인 요소가 작용한 것으로 시민들은 잘 모른다"며 오히려 나무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

이에 격분한 한 지지자가 "얼마전까지만 해도 김 지사를 지칭해 '이××', '저××'은 절대 안된다고 해놓고 지금의 행태는 한입으로 두말하는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이들은 자신들을 정작 열받게 한 것은 김 의원을 보좌하고 있는 모 실장의 비꼬는 듯한 발언과 태도였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김 지사 공천 작업, YS 노후 대책

이처럼 YS가 연말 대선을 미끼로 김 지사의 공천에 상당한 압박을 가한 사실이 알려지자, 김용균 의원은 YS가 이 총재를 압박해 도지사 공천을 김 지사에게 주려는 이유는 한마디로 자신의 노후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란 주장을 펼쳤다.

현실적으로 영남에서 아무런 힘도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YS가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경남 도지사를 얻는 데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소문이 날 때, 전국 유권자의 1/6을 차지하고 있는 경남의 힘을 등에 업고 '기고만장'해질 것이고, 향후 'YS를 통해야 정권창출이 가능해진다'는 등식이 성립될 것이며, 이것이 '이회창'을 공략하는 무시무시한 무기로 전락하게 된다는 게 김 의원의 논리다.

4월2일 도내 의원회동 갖고 최종 결정

이처럼 김 지사의 공천을 두고 원·내외 인사들의 반발이 격화되자, 이 총재는 '도내 의원들이 알아서 할 것'이라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공'을 의원들에게 넘긴 듯한 모습이다. 경남 출신 의원들은 4월2일 점심식사를 함께하는 자리에서 '도지사 후보 공천 방식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서 의원들간의 격렬한 논란이 펼쳐질 것이 예상된다. 연말 대선을 의식해 이 총재가 국민의 사랑과 전폭적인 지지도의 밑거름이 되어온 '아름다운 원칙'을 내팽개치게 해 대권 욕심에 눈이 어두운 소인배로 전락시킬지, 아니면 원칙을 고수하는 대쪽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게 할지는 이날 의원들이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남시사신문(www.ksisa.co.kr)과 경남부산울산 인터넷 신문 '우리뉴스'(www.urinews.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남시사신문(www.ksisa.co.kr)과 경남부산울산 인터넷 신문 '우리뉴스'(www.urinews.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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