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2.03.31 19:11수정 2002.04.01 15:23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달에 집 근처의 산부인과 병원을 다녀온 후로 꼭 한 달만에 인터넷 검색프로그램을 이용해 찾아낸 다른 산부인과 전문병원을 다녀왔습니다.
첫아이 때 진통이 오기 전에 양수가 먼저 터지는 조기파수로 제왕절개를 한 탓에 개인병원을 다닐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서 택한 곳이었는데 거리가 조금 먼 것(차를 한 번 갈아타고 20여분을 가야 한다)이 흠이었습니다. 걱정을 하며 어쩔까 하는 말에 남편이 흔쾌히 매달 차로 데려다 주겠다해서 길을 나섰습니다.
가는 길에 자동차 라디에이터에 물이 말라 본네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바람에 남편은 딸아이와 병원 앞 자동차 수리점에 가야 해서 혼자 병원엘 들어섰습니다.
순서를 기다려 체중과 혈압을 재고 진료실에 들어갔습니다. 혹시나 해서 "저어 출산 때 자연분만을 시도해볼 수 있나요?"하고 물어보았는데 의외로 흔쾌히 "그럼요. 조기파수 말고 다른 문제는 없었다고 했지요? 그대신 아기 크게 키우지 마세요. 체구가 작으셔서 아기가 크면 문제가 되니까요" 합니다.
첫아이 때 새벽 6시쯤 양수가 터져서 다니던 병원으로 전화를 했더니 간호사는 '진통간격이 불규칙하다니 나중에 5~10분 간격으로 규칙적이 되면 전화를 하든지 병원으로 오라'며 전화를 끊었고, 안되겠다 싶어 병원으로 갔을 때는 세시간 반이 지난 후였는데 그때 병원에 출근한 담당의사는 '누가 전화를 받았느냐'며 오히려 저의 무지를 탓하는 듯했습니다.
담당의사는 "양수가 거의 다 빠지고 자궁이 열리지를 않아 아기가 감염위험이 높으니 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의학적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저희 부부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양수가 터진 지 다섯시간 반 만에 딸아이는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나중에 책과 사람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양수가 터진 지 24시간 안에만 낳으면 된다'는 것과 '촉진제를 이용해 출산하기'였습니다. 왜 그 의사가 그런 방법을 설명하거나 시도하지 않았는지 알 수는 없으나 2.9kg 밖에 안나가는 아기를 별다른 이유없이 수술하라고 권하고 '둘 째 아이 때도 제왕절개 이외에 방법이 없다'는 담당의사의 말에 임신을 하게 되면 다른 병원을 찾아보아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집 근처의 또 다른 병원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조기파수 하나 가지고 수술하는 데가 어딨냐, 골반이 좁든지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얘기하지 않은 것일테고 그러니 자연분만은 어렵다", "자연분만을 시도하든 또 제왕절개를 하든 자궁파열의 위험이 있으니 마취의와 수술이 가능한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그렇게 '수술을 해야 하나 보다'며 거의 체념하고 있던 터에 "가능하다"는 흔쾌한 이야기를 들으니 새로운 담당의사가 고맙기까지 했습니다.
진료 후에 몇 가지 검사를 위해 혈액채취까지 끝내고 대기실로 나오니 남편과 딸아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기야, 자연분만 시도해볼 수 있대."
"그래? 야 그 거 잘됐다. 역시 잘 찾아왔어. 여긴 청소부 아줌마들까지 친절하고 맘에 든다."
자연분만에 대한 두려움도 크지만 수술도 두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끝까지 일이 잘되어 정말 자연분만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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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초창기에 시민 기자 활동을 하며 사는 이야기에 글을 썼습니다. 후원회원이 되려고 18년만에 다시 로그인을 했습니다. 지금은 독서논술 지도를 하며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