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된 땅에서
채성병
자정 넘어 독도에선 새떼들이 날고
나는 TV의 플러그를 빼버린다
하루의 시작이 언제나 신선하고
하루의 마무리가 언제나 피곤한 것은 아니지만
하루의 지치고 망가진 말들이 편히 쉬도록
나는 전화기의 플러그도 빼버린다
너무나 틀 속에 안주해 왔다는
그 생각이 탈이었다는 틀 속에서
나는 참 많은 것에 중독되었다.
광고에 노래에 글자에 음식에 체제에
술과 담배는 물론 정치에까지
오늘은 오랜만에 겨울하늘에 걸린 구름을 보았다
겨울하늘의 구름은 사십대처럼 낮다
낮은 구름이 바뀌지 않는 틀 속에 들어 앉는다
나는 서둘러 중독된 풍경마저 꺼버린다.
| | | 그러나 시인은 쉬지 못한다 | | |
 |  | | ▲ 박찬 시인 | 밤드리 TV의 플러그를 빼 버리고 난 뒤의 정적. 세상 모든 것들이 쉬어야 할 시간이다. 그러나 시인은 쉬지 못한다. 아니, 이제부터 그의 머리와 마음은 더욱 바삐 움직일 것이다. 무엇으로 부터도 방해받고 싶지 않은 고요의 시간. 전화기 플러그마저 빼 버리지만... 그는 지금까지 그를 중독시킨 것으로 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하여 시인은 서둘러 그를 중독시키고 있다고 믿는 풍경들까지 꺼버린다. 그는 세상의 아무것도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지만 그가 빠진 중독에서 결코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가 세상에 살고 있는 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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