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길, 숯 굽는 냄새가 주는 행복

[박찬의 시와 아침 3] 나해철 시인의 '새벽산'

등록 2002.04.02 10:08수정 2002.04.0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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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산


나해철


잔설에 젖는 발을 끌고
새벽산에 오른다
텃새들도 아직 깨어나지 않아서
고요한데
먼 계곡서 숯 굽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살아 있으므로 또 잠들지 못하였으나
지금 새벽산에 올라
행복하여라
텃새들도 아직 깨어나지 않아서
고요한데
다가가 밟는 숯 굽는 연기가
어느새 하늘 가에 닿아
새벽별이 더 차가웁다.




새벽길, 숯 굽는 냄새가 주는 행복

▲박찬 시인
살아 있음으로, 육신의 좀더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도회사람들은 아침마다 운동을 한다. 아파트 단지의 소공원이나 집 주변의 공터, 또는 강변에는 하얀 입김을 품어대며 달리거나 걷는 사람들로 붐빈다. 산에 올라 바라보는 도회의 불빛은 여전히 휘황하다. 시인은 깊은 산 어디쯤에 있는 듯하다. 잔설 밟는 소리에도 잠에 취한 텃새들. 밤새 잠 못 이루다가 신새벽 산을 오르는 시인의 코로 깊은 산 숯막에서 굽는 숯 냄새가 찬 공기와 함께 스며든다. 문득 올려다 보는 하늘에서 반짝이는 새벽별. 살아 있음은 행복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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