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씨어터, 또 하나의 '꿈'의 구현

두 번째 서울 단독 공연

등록 2002.04.22 00:30수정 2002.04.2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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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신문들이 메이저 리거들의 활약상을 1면을 몽땅 할애하면서 도배를 하는 것을 보고 지나가다 보면 드림 씨어터의 골수 팬들이 언제나 되뇌는 말이 생각난다.

“한국은 박찬호라는 선수를 자랑스러워하기보다 존 명이라는 뮤지션을 가졌다는 것을 더 뿌듯하게 생각해야만 한다.”


물론 이 비교는 좀 무리가 있다. 존 명은 외모와 ‘명’이라는 성만 제외하면 박찬호 선수와 같은 한국인으로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드림 씨어터와 같은 대 뮤지션들을 설명하기 위해 고작 한국인 베이시스트가 어쩌고 하는 말을 운운하는 것으로 시작한다는 것은 그들의 진정한 팬들에게 조금 못마땅하게 들릴 것이다.

이번 드림 씨어터의 공연은 세 번째이다. 물론 지난 99년 트라이 포트 락 페스티벌의 공연은 헤드라이너로서 참가한 것이기는 해도 단독 공연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 내한 공연은 지난 2000년에 이어 두 번째의 내한 공연인 셈이라 할 수 있다.

드림 씨어터는 한국 팬들에게 있어서 상당히 운이 좋은 밴드이다. 그들만큼 일이 년 정도를 두고 꾸준히 내한 공연을 가진 밴드는 없으며 그들만큼 두꺼운 층의 골수 팬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밴드 역시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물론 아이돌 밴드의 성격이 짙었던 본 조비나 스키드 로 등은 제외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계 베이시스트 존 명의 존재가 톡톡히 한몫 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드림 씨어터라는 대 그룹의 붙박이 베이시스트로서 결성 초기부터 지금의 대가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10년이 훨씬 넘는 세월 동안 최고의 베이스 연주자로 자리 매김해온 그를 평가하기 위해 적절한 수식어를 고르기가 힘이 든다. 처음에 소개한 문장이 다소 비논리적이기는 해도 드림 씨어터라는 대형 밴드의 베이스 주자로서의 존 명을 설명하는데는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듯하다.

지난 오지 오스본, 로저 워터스의 내한 공연에 이어 올 해 세 번째를 맞는 초대형 뮤지션의 내한 공연에 드디어 많은 팬들이 주머니 사정이 열악해진 듯, 공연장은 기대와 달리 그다지 많은 팬들이 찾지 않았다. 지금이 중고등학교, 대학교 등 학생들의 시험 기간이라는 것도 적잖은 영향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5시경, 드디어 공연장에 불이 꺼지며 드러머 마이크 포트노이의 거대한 드럼 세트가 베일을 벗자 멤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0년의 공연 때와는 달리 1층의 좌석이 스탠딩 시트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무대와 관객과의 거리가 매우 가까웠을 뿐만 아니라 2,3층의 좌석도 무대와 그다지 멀게 느껴지지 않아 공연을 즐기기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이번 공연은 최근작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예상과는 사뭇 다른 다양한 선곡이었다. 1부와 2부로 나뉘어 약 3시간 반 가량 진행된 공연 내내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으며 이 많은 앨범에서 나온 곡들을 줄줄이 따라 부르는 팬들의 모습은 드림 씨어터가 얼마나 많은 골수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 외에도 팬들의 간절한 바램대로 2집의 몇몇 히트곡들, 저 유명한 메틀리카의 Master of puppets 등 설렘 속에 공연을 기다린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선곡이었다.


2년만의 이번 내한 공연은 드림 씨어터만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존 명의 6현 베이스, 베이스 드럼만 세 개를 쓰는 마이크 포트노이의 거대한 드럼 세트, 최근 엔도스먼트(뮤지션은 자신에게 맞는 기타를 제작해준 메이커의 기타를 사용하고 제작 회사는 그 뮤지션의 네임 밸류로 광고 효과를 얻는 마케팅의 형태)를 새로이 시작해 많은 기타 키드들을 설레게 하는 존 페트루치의 새 기타 등 화려한 명기들, 그 명기와 함께 펼쳐 보이는 세계 최고 테크니션들의 연주는 공연장을 찾은 팬들이 결코 가치 이상의 돈을 쓴 것이 아님에 뿌듯하게 해준 요소들이었다.

또한 지난 90년대 중반을 이후로 '노쇠해 가는' 모습을 뚜렷이 보여주던(지난 트라이 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그가 보여준 기량은 실망을 넘어서 충격 그 자체였다) 보컬리스트 제임스 라브리에는 이번 공연에서 전성기에 버금가는 훌륭한 실력을 과시해 걱정스런 팬들의 우려를 일소시켰다.

특히 모든 멤버들이 수퍼스타의 모습을 뒤로 하고 시종 성실한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진정한 프로의 모습 바로 그것으로, 최고의 연주력으로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그들이지만 뛰어난 연주력 이전에 팬들의 위하는 그들의 프로다운 자세는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몇 곡의 앙코르 곡을 끝으로 공연은 8시 반이 못되어 끝났고 팬들은 다음 투어를 기약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공연은 흥행의 측면을 제외한다면 성공적이었다. 기획사, 경호 대행업체 등의 준비와 진행도 훌륭했으며 팬들 역시 매우 질서 정연했고 멋진 매너를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밴드의 연주가 그 명성 그대로임을 다시 확인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리라 생각된다.

지난 공연, 야외 공연으로 뛰어난 사운드를 연출해 호평을 받았던 만큼 많은 팬들이 역시 테니스 경기장에서의 야외 공연을 기대했으나 일정 관계상 이루어지지 못했고 결국에는 펜싱 경기장으로 결정이 됐다.

이번 공연에서도 고질적인 사운드 부분의 문제가 있지 않을까 많은 팬들이 걱정했지만 우려와는 달리 사운드 역시 전반적으로 훌륭했고 다만 스탠딩석 앞자리에서는 대형 스피커가 너무 가까이 위치해 소리가 뭉개져 들리는 듯한 점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드림 씨어터는 앞으로도 투어가 있을 때마다 일본을 거쳐 한국에 계속 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내한 공연을 갖는 대부분의 뮤지션들의 공연이 한국의 현실상 어쩔 수 없이 '역사성'을 갖게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이들에게 더 이상 해당되지 않는 부분이다.

쉽게 말하면, 초대형 뮤지션들이 몇 십 년만에 내한 공연을 갖고 그간의 주옥같은 히트곡들을 들려주는 그런 공연의 성격을 이미 벗어던졌다는 것이다. 단지 드림 씨어터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한 그들의 공연은 앞으로도 더욱 특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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