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날이 다가옵니다. 방정환 선생이 1922년 5월 1일을 첫 어린이날로 삼았으니, 그 때로부터 여든 해가 지났습니다. 그 때는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로 있을 때인지라 어린이날을 정한 데에는 어린이들에게 민족 정신을 북돋으려는 뜻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어린이날의 참뜻을 바탕으로 하여, 모든 어린이가 차별 없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니고 나라의 앞날을 이어나갈 새 사람으로 존중되며 바르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함을 길잡이로 삼는다.
1.어린이는 건전하게 태어나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속에 자라야 한다.
11.어린이는 우리의 내일이며 소망이다. 나라의 앞날을 짊어질 한국인으로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세계인으로 자라야 한다.
1988년 5월 5일, 제66회 어린이날에 공포한 '새 어린이 헌장' 앞머리, 그리고 처음과 마지막 조항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어린이날을 기념하는 뜻입니다.
그런 점에서, 올해 우리 학교에서 조용히 일어나고 있는 학부모님들의 자식 사랑이야기 두 가지는 매우 뜻 있는 일이라서 이렇게 글로 적어놓습니다.
그 첫 이야기는 어린이날 선물로 부모님이 아이한테 사랑의 편지를 써서 전하는 일입니다.
어제 저는 우편 집배원이 학교로 배달해주신 우편물 묶음에서 부모님이 아이한테 보내는 편지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함을 느꼈습니다. 쓴 내용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짐작하건대 그 중심 내용은 '아이야, 우리는 너를 사랑한다'는 이 한 마디일 것이라 믿습니다. 아마 오늘 내일까지도 더 배달되어 어린이날 하루 전에 아이들한테 전해질 것입니다. 물론 우편으로 보내지 않은 부모님은 집에서 어린이날 아침에 아이한테 직접 전하시겠지요.
우리 학교 어머니회에서 어린이날 기념으로 전교생에게 빵과 우유를 선물해오던 것을, 올해부터 그 돈으로는 도서실에 책을 사들이기로 하고 그 대신 아이들한테 부모님들이 사랑의 편지를 써보내자고 한 것은 참 잘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 편지 선물은 다른 어떤 선물보다도 아이의 가슴에 오래오래 남을 것입니다.
둘째 이야기는, '샛별 도서실 운영 모임' 어머니들 힘으로 학교 도서실을 마련하게 된 일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책을 읽도록 하자, 책은 마음을 튼튼하게 해주는 양식이다, 이것은 아이들의 몸을 키우는 음식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이런 뜻을 가지고 시작한 일입니다. 벌써 몇 차례 모임을 갖고서 할 일을 의논하였고, 일을 나누어 맡아서 해나가시는데, 오늘은 헌 책을 정리하여 전산 처리할 도서 목록 만드는 일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곧 새 책도 사들이고, 이 달 하순께는 도서실 문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학부모로서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인 이런 일은 우리 샛별 어린이 모두를 내 자식처럼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이 일은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일이며, 우리 학교의 자랑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샛별 도서실 운영 모임'의 이런 활동을 보고 배웁니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내가 다닌 샛별초등학교에서는 어머니들이 도서실을 운영하셨지!' 하면서 여러 사람을 위하는 일에 발벗고 나설 것입니다. 지금 우리 학교 도서실 운영 모임은 아이들한테 사랑을 실천하는 본을 보여주면서 아이들 마음 밭에 좋은 씨앗을 뿌리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 인심이며 살아가는 모양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자식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그 방법은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돈으로 해결하려 하고, 내 아이만 잘 키우면 된다는 풍조가 널리 퍼져가고 있습니다.
돈으로 선물 사주면 아이들은 좋아할 것이고, 내 아이 하나 잘 챙기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이한테 마음으로 쓴 편지 한 장 전하고, 내 아이 만이 아니라 여러 아이들을 위하여 시간 내어서 봉사하는 것은 더 큰 사랑이고 참된 사랑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부모님의 이런 사랑 속에서 바르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날 것입니다.
저는 이번 어린이날을 앞두고 우리 학교 어머니들의 이런 활동을 보게 되어 참 기쁩니다. 이런 활동이 나라에서 어린이날을 정하여 기념하는 참뜻을 살려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경남 거창군 거창읍 샛별초등학교에서 다달이 내는 <샛별 교육> 40호(2002.5.4.) 머리글입니다. 글쓴이는 이 학교 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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