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자체 선거가 다가오면서 참여민주주의의 열기로 문화계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지자체 선거를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지역별로, 문화단체별로 분주한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그 동안 서울 중심의 문화집중 현상과 관료와 결탁한 지역의 문화권력 집단의 횡포에 의해 이중으로 고통받아 왔던 지역문화 운동단체들로부터 촉발되고 있는 듯하다.
우선 YMCA가 중심이 된 지방자치개혁연대는 8일 11시 경기, 충남, 전북, 광주, 서울, 강원 등지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풀뿌리 자치후보들이 한 데 모인 기자회견을 가졌다. 여기에는 지역에서 문화활동을 벌이고 있는 인사들도 적지 않게 참여하고 있다.
충북민예총도 이번 지방선거를 활용해 지역문화를 바꾸려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충북민예총은 지난 1995년과 1998년, 지자체 선거에 출마한 도지사 후보와 청주 등 3개시의 시장 후보를 대상으로 '후보자 문화정책 설문조사'를 실시한 데 이어 올해에도 이 같은 활동을 계속한다는 방침을 세워 놓았다.
이번에는 예년처럼 독자사업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활동할 예정이다. 활동범위도 충북도 전 지역으로 확대하고, 활동방식도 설문조사 차원을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 같다. 벌써부터 몇 차례의 모임을 갖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민예총도 문화공약개발팀을 조직해 일찍부터 지자체 선거에 제시할 문화정책 과제들을 마련해 놓은 상태이다. 출마후보자들이 문화적 마인드와 함께 절실하고 시급한 문화정책 과제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제 시민단체와 함께 연대활동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부산민예총도 5월 23일경 지자체 선거와 관련한 토론회를 잡아 놓았다. 부산민예총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부산 지역 문화발전을 위해 선거 출마자들이 이행해야 할 문화적 과제들을 부각시킬 작정이다.
서울의 경우 민예총, 문화연대, 환경운동연합 등이 서울시장 후보 초청 환경·문화정책 토론회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장소와 시기 등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곧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살맛 나는 우리 동네'를 만들기 위한 이들의 움직임에는 분명 예전과는 다른 그 무엇이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직접 참여를 통해 지역문화를 바꿔보려는 활동이 전국적으로 확대된 점이 고무적이다. 충북, 인천, 부산, 서울 외에도 제주, 광주, 대구, 경기, 전남북 등지에서 지자체 선거를 문화발전의 소중한 계기로 만들려는 활동이 대대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두 번째는 예년과는 달리 그 방식이 보다 직접적이고, 집합적인 형태를 띤다는 점이다. 예년에는 이런 활동이 있었다 하더라도 고작 설문이나 질의서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민선 3기 지자체 선거를 맞이하는 올해에는 동의 요구서를 받는 등의 보다 강력한 방식들이 모색되고 있고, 그 형태도 개별활동이 아닌 연대활동 방식으로 변모되고 있다.
요구수준도 보다 구체화됐다. 예전에는 후보의 인식을 바꾸는 수준이나,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거친 요구들도 적지 않았으나, 올해는 보다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시각에서 제기된 문화현안들과 문화정책 과제들이 눈에 띤다. 문화예산, 지역축제, 문화기반시설 운영 등에 관한 구체적이고도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후보들에게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들이 해당 지역에서 문화발전의 확실한 계기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문화활동가들의 건투를 기원하고 싶은 것은 '미지수'를 '지수'로 만들기 위한 이들의 활동에 지역문화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8일 오후 1시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던 민예총 문화정책연구소 주최 "6.13 지자체 선거와 지역문화 정책과제"는 각 지역의 이러한 활동들을 집약해보고, 전국적 연대가 가능한지를 점검해보는 자리였다.
이 자리는 지역문화를 바꾸기 위해, 살맛나는 지역을 가꾸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서로 나누고 공유하면서 공통점을 모색해 보는 계기이기도 했다.
자리에 참석한 9개 지역의 문화활동가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인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그러한 연대 속에서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10대 문화정책 과제를 발표하는 등의 활동을 해야 한다는 데 대체적으로 의견을 같이했다.
이런 '공감'이 6.13 선거에서 어떤 식으로 드러날지 특히 주목된다. 그것은 '공감' 속에 어떤 전망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으리라는 밝은 희망 같은 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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