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결집된 변화의 힘 '희망'

등록 2002.05.11 12:50수정 2002.05.11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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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우리 사회의 최대의 화제는 단연 "노풍"일 것이다. 그 바람은 여러 가지로 정의될 수 있고 분석될 수 있다. 그러나, 한 마디로 말하면, 그것은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의 여망이 결집되어 나타난 변화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세상이 가능하다는 변화에의 희망이 노무현 후보를 매개로 결집되어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이룬 것이다. 노풍을 통해 우리는 변화를 바라는 희망의 결집이 강력한 정치적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희망을 결집시켜 거대한 힘으로 전환시킨 것은 인터넷이다. 인터넷은 희망의 결집장이다. 의사소통 수단으로서 인터넷은 전화와 같이 개인과 개인을 연결시켜주는가 하면, 대중매체와 같이 한 사람을 다수와 연결시켜주기도 한다. 더 나아가 인터넷은 다수와 다수를 연결시켜주기도 한다. 인터넷은 또 의사소통에 참여한 사람간에 즉각적인 피드백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의사소통 매체로서 인터넷의 가장 중요한 속성은 고립된 개인들이 결집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다는 점이다.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대중매체는 사람들을 고립된 수동적 객체로 만든다. 그러나 인터넷은 사람들을 연결된 능동적 주체로 만든다.

인터넷의 이러한 속성을 이용하여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사람들이 결집되었고, 그렇게 결집된 사람들의 바람(望)이 노무현 바람(風)으로 알려진 변화의 힘이 된 것이다. 그들은 인터넷을 통해 정치의 구경꾼인 수동적 객체가 아니라 정치의 참여자인 능동적 주체가 되었다. 인터넷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을 결집시켜 변화의 동력으로 바꾸는 변혁의 매체인 것이다. 이 점에서 인터넷은 오프라인의 대중매체와 대비된다.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오프라인의 대중매체들은 사람들을 정치에 참여시키기보다는 정치의 관람객으로 전락시킨다. 대중매체에서 사람들은 정치의 참여자가 아니라 정치의 구경꾼일 뿐이다. 대중매체에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고 결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게다가 이들 대중매체는 주로 사고, 스캔들, 범죄, 비리, 부패, 갈등, 권력다툼, 전쟁 등과 같이 부정적인 것들을 전달하고 정치와 정치가를 부정적으로만 묘사한다. 이 때문에 대중매체는 사람을 수동적으로 만들고 사람들로 하여금 정치를 냉소하게 한다.

이처럼 오프라인 매체의 힘은 부정적인 힘이다. 그 힘은 한편으로는 사회와 정치의 부패를 방지하는데 기여하는 측면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 그 힘은 사람들을 고립되고 분산된 채로 사회와 정치로부터 도피하는 무력한 존재로 만들기도 한다. 저간의 우리의 신문과 방송들은 정치와 정치가들의 온갖 부정과 비리를 대서특필하고 정치와 정치가들을 조소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정치를 참여와 호의의 대상으로가 아니라 기피와 타매의 대상으로 여겼다.

이런 오프라인 매체와는 달리 인터넷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고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끼리 결집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인터넷은 사람들로 하여금 희망을 말하고 긍정적인 것을 표현할 수 있게 한다. 물론 인터넷에도 대중매체 못지 않게 부정적인 것들이 널려 있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의 홈페이지에서 보듯이, 인터넷에는 기존의 대중매체에는 없는 희망과 긍정의 담론들이 가득하다. 인터넷에는 무엇인가 더 나은 것을 바라고 실현시키려는 사람들의 담론들이 풍부하다. 그들은 인터넷을 통해 희망과 긍정의 담론들을 쏟아내면서 고립된 개인들이 아니라 연결된 집합체가 된다. 그들은 인터넷을 통해 결집하고 변화의 능동적 주체로 나선다.

이처럼 인터넷의 힘은 긍정적인 힘이다. 그것은 무엇인가 더 나은 것을 바라고 실현시키려는 희망의 힘이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발현된 긍정의 힘, 희망의 힘의 위대함과 강력함을 노풍을 통해서 경험하고 있다. 그 힘은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을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로 바꾸고, 더럽고 낡은 우리의 정치를 깨끗하고 새로운 정치로 변화시켜 가고 있다. 인터넷의 긍정의 힘은 오프라인 매체의 부정의 힘을 견제하고 있다. 긍정의 힘, 희망의 힘은 정치 기피자를 정치 참여자로 만들고 우리 정치를 바꾸어 가는 위대한 힘이다.


헤겔은 역사 발전의 한 요소로 "부정"을 중시했다. 마르크스는 "존재하는 것의 무자비한 비판"이라는 부정을 통한 새로운 역사 창조를 강조했다. 사회 변화의 동력으로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마르쿠제는 "위대한 거부"를 주창했고, 아도르노는 "부정의 변증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부정과 거부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게다가 대중매체의 부정의 담론은 정치적 냉소와 기피를 낳아 되레 변화를 막아왔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보고 있듯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부정의 담론이 아니라 긍정의 담론이다. 그것은 인터넷을 통해 변화의 힘으로 전화된 희망의 담론이다. 인터넷은 지금 희망을 결집시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변화를 저지하려는 수구적인 매체들의 부정의 힘을 견제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새로운 정치를 위하여, 인터넷이 변화를 바라는 긍정의 힘을 더욱더 결집시켜 오프라인 수구 매체들의 변화를 막는 부정의 힘을 완전히 제압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변화를 바라는 모든 이들이 계속 인터넷과 인터넷 매체에 희망의 담론들을 생산하고 그 담론들에 힘을 보태야 하는 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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