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울산, '진짜'냐, '당선'이냐?

울산시장, 민주노동당- 사회당- 한나라당 3파전

등록 2002.05.17 17:35수정 2002.05.20 11:43
0
원고료로 응원
인구 105만의 가장 작은 광역시지만 노동자 운동과 진보정당이 가장 주목하는 도시인 울산. 지난 10일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 공천 신청에 아무도 등록하지 않아 시장 선거는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사회당의 3파전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대부분의 언론이 한나라당 박맹우 후보와 민주노동당 송철호 후보의 치열한 선두 경합을 예상하는 가운데, 울산 노동자들 사이에는 '당선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투쟁하는 진짜 노동자 후보'에 대한 갈망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이번에는 당선시킵시다?

민주노총 조합원과 민주노동당 당원 총투표로 송철호 후보가 민주노동당 울산 시장 후보로 확정된 4월 말, 현대중공업 앞에는 "이번에는 당선시킵시다"라는 유인물이 배포되었다. 총투표 직전 입당한 송철호 후보가 오랫동안 노동 현장을 돌며 선거를 준비해온 김창현 시지부장을 누를 수 있었던 것도 당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 김도성 씨는 "총투표 며칠 전에 송 변호사가 박맹우에게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현장을 흥분시켰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당선에 대한 기대와 함께 노동자 정치의 변질에 대한 심각한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송철호 후보가 5월 1일 노동절 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들이 올라왔다.

"메이데이 집회에는 없고 노동자들 싸우는데는 얼굴 한번 보기 힘든 우리 시장 후보, 이 정도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김창현이 찍는 건데"(ID : 동구당원)

민주당 출신의 민주노동당 후보

송철호 후보에 대한 의구심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 노무현 씨의 신민주대연합 구상으로 인해 더욱 증폭되었다. 영남 한 곳 이상에서의 승리를 약속했던 노무현 후보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울산 선거와 관련해 "송철호 그 사람은 내가 옛날에 영입한 사람이거든요(웃음). 그랬는데 울산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민노당 후보가 된 거죠. 아쉽죠. 아쉬운데, 그것은 장기적으로 말하자면 민노당과의 경쟁 관계이기도 하면서 경우에 따라서 울산 같은 곳에서 협력적 관계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후보를 안내는 것까지 포함해서) 당내 협의와 조율을 거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노무현 씨의 말처럼 민주당은 결국 울산시장 후보를 내지 않았다.


송철호 후보는 80년대에 노무현, 문재인 씨 등과 함께 인권변호사로 활동했고, 92년 민주당 후보로 울산 중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96년에는 노무현 씨와 함께 3김 정치에 반발해 꼬마 민주당에 잔류해 출마했다. 2000년 총선에선 민주노동당 울산 북구 후보로 출마하려다 좌절되자 중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진보정당보다는 오히려 노무현씨와 가까운 정치 행보를 해왔다.

해고노동자자들의 실망


이러한 송철호 후보의 역사와 의심스러운 정체성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힘으로 송철호 씨를 견인해 낸 성과'라 평가한다. 하지만 최근 송철호 후보가 TV 토론회 등에서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 발언과 행보를 하면서 과연 견인해낸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민주노동당이 노풍에 끌려가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상황이 되었다.

송철호 후보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공동 후보로 선출된 후 지금까지 울산 노동자들의 절실한 현안인 효성, 태광, 고합 등 화섬업계 해고노동자 문제, SK 산재 은폐 문제 등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해고노동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효성 해고노동자들의 지원 요청 중 기자회견만 검토해보겠다는 태도를 보여 해고자들을 실망시켰다.

<울산노동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선 해고자 문제에 대한 견해를 묻자, "저는 노사의 균형과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또한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산업평화가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답했다.

노조 운동이 공산화를 막다?
- 진보정당 지지자를 당황시킨 송철호 발언


TV 토론회, 신문사 인터뷰 등 언론을 통한 송철호 후보의 발언은 진보 정당 지지자들을 몹시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노동조합 운동이 나는 우리 역사에 인류 역사에 가장 큰 공헌을 해온 것 중의 하나가 인류 역사의 공산주의화를 노조 운동이 막았다고 보는 사람이에요." - <울산노동자신문>

"민주노동당의 생각은 자본주의 기본질서나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국의 노동당을 보십시오 노동자 서민을 중심으로 해서 사회적 따뜻한 배려를 정강 정책으로 하는 정당이지만은 영국의 노동당이 토니 블레어같은 훌륭한 정치지도자를 낳았습니다." -

우리 역사에서 공산주의화를 막은 노조 운동은 한국노총의 전신인 대한노총이 아니던가.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은 이름만 '노동'당일 뿐 신자유주의 첨병이자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앞장선 당이 아닌가? 이런 우경적 발언이 민주노동당 당원은 물론 울산 노동자들의 목소리일까?

산업재해 노동자 김정수 씨는 "TV 토론을 할수록 송철호를 지지하는 노동자 표는 줄어들 것 같다"고 말한다. 김도성 씨는 "현재 상황에선 민주노총 울산시장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오히려 노동자를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진짜 노동자의 목소리, 진짜 노동자의 투쟁 의지를 누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송철호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여전히 높은 것에 대해 한 방송사 관계자는 "의외로 고소득, 고학력자들의 지지가 높다"며, "양쪽 표를 다 끌어안고 있는 현재 상태가 끝까지 지속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한다.

연대투쟁 발전에 승부수를 건 진짜 노동자

5월 10일 저녁 삼성해복투의 일일주점이 열린 현대자동차 앞 한 호프집에선 테이블마다 민주노동당 지지자와 사회당 지지자들간에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다. 사회당 지지자들은 최근 투쟁 현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안승천 후보에 대한 확신을 피력하는데 반해,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은 마치 87년과 92년에 김대중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던 사람들처럼 당선을 위해 차선으로 송철호 후보를 찍어야 한다는 논리로 맞섰다.

사회당 당원 이지현 씨는 "송철호 후보를 찍겠다는 많은 노동자들을 만났지만, 그중 누구도 송철호 후보가 진짜 노동자 편에 서 있는 사람이라 확신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한다.

투쟁 사업장을 중심으로 진짜 노동자 안승천 후보의 지지자는 늘어나고 있다. 대한조선공사, 효성금속,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등을 거치며 30년간 노동자로 살아온 안승천 후보의 경력과 투쟁 현장에서의 선동을 들은 노동자의 입에선 "진짜 노동자 후보네"라는 말이 곧 바로 튀어나온다.

하지만, 비교적 조용한 봄을 보내고 있는 대부분의 사업장에선 사회당 후보의 출마 사실 자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역 언론의 외면으로 안승천 후보는 자신을 알릴 기회조차 차단당하고 있다. 이지현 씨는 "효성, 태광, 발전 등 개별 사업장의 투쟁이 지역연대투쟁으로 발전해야 사회당의 인지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한 마디로 사회당에게는 연대투쟁의 발전이 곧 선거의 승부수인 것이다.

'진짜'의 대의와 '당선'의 현실성

아직 본격적인 선거 돌입은 열흘 정도 남아있다. 모든 언론은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의 양강 구도로 이번 선거를 예측하고 있지만, 울산 시민의 다수인 노동자의 계급적 감성을 받아 안지 못하는 두 후보의 대결 구도가 지켜질 수 있을지는 판이 시작되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진짜'의 대의가 '당선'의 현실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울산 노동자는 '진짜 노동자'를 '당선'시킬 수 있을 것인지 기대해보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인공지능 믿었던 미국 대기업들의 후회... 한국이 간과한 진실 인공지능 믿었던 미국 대기업들의 후회... 한국이 간과한 진실
  2. 2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반박한 '오마이뉴스' 기고, 논쟁 발생 이유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반박한 '오마이뉴스' 기고, 논쟁 발생 이유
  3. 3 '피터팬 아빠'의 생전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피터팬 아빠'의 생전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4. 4 92세 노모와 다녀온 영월 청령포 92세 노모와 다녀온 영월 청령포
  5. 5 김민석, 강원 및 대구·경북 당원투표 1위... 누적 합산1.45%P차 박빙 김민석, 강원 및 대구·경북 당원투표 1위... 누적 합산1.45%P차 박빙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