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만난 동창생들아

세월은 너무 슬퍼도 추억은 너무 즐거워

검토 완료

박성훈(lord777p)등록 2002.05.18 19:22
세월은 너무 슬프나 추억은 너무 즐거웠더라. 육신은 날로 낡아졌으나 영혼은 날로 새로웠더라. 잠시 옛날을 돌이켜보면 일본제국주의가 망하고 대한조국의 광복을 맞았던 감격의 세월도 잠시간, 소위 이념과 정치로 표현되는 혼란의 와중에 민족동란이 일어나기 전이었지. 그때 우리는 이 땅에 태어났던 48년 생들이다.

물론 한 살에서 세 살까지의 나이 차이가 나는 친구도 몇 있기도 하지만 우리는 엄연한 동창생이다. 동창생은 나이도 뛰어 넘는다. 동창생은 성별도 뛰어 넘는다. 동창생은 직업도 뛰어 넘는다. 동창생은 국경도 뛰어 넘는다. 동창생은 이념도 뛰어 넘는다. 그야말로 우리는 그냥 친구들이고 동무들이다.

조국강토에 포성이 멈추고 휴전이 이루어진 직후세대를 위하여 검은 콜타르를 바른 급조된 목조 건물의 학교와 교정, 아직 남아있는 일본의 잔재와 분위기 속에 우리 코흘리개들은 의성 점곡초등학교의 태양 빛 아래 모였다.

교실마다 우렁차게 터져 나오는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 태극기는 우리나라 깃발입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 배워야 산다" 목청을 돋구어 부르던 노래가 기억에 생생하다.

남학생은 까까머리, 여학생은 단발머리에 검은 고무신과 검은 운동화를 신고 운동장에서 목이 터져라 부르던 운동회의 응원가 소리, 사자처럼 부르짖던 기마전의 함성소리가 기억에 생생하구나.

운동장에 막대기로 줄을 긋고 땅뺐기 놀이하고 오징어 놀이하기 딱지치기, 여학생들은 고무줄놀이 클로버 따서 꽃반지 만들기 봉숭아로 손톱 물 드리기, 겨울이면 연날리기 스케이트 타기----,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우리들의 놀이가 얼마나 재미있었던가.

그 친구들을 만났다. 그 어릴 적의 그 동무들을 40년 만에 만난 것이다. 소위 '알럽스쿨'에 감사하고 또 맨 처음에 연락의 단초가 된 박순희 루치아에게 감사한다. 첫 번의 만남에선 너무도 변모한 모습에 좀 어색했지만 우리는 금방 옛날을 순간마다 문득문득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좀 서글프다. 우리의 젊음이 어디를 갔는가. 우선 나부터 머리는 희어졌고 친구들은 대머리가 되고, 얼굴을 탄력을 잃고 주름이 졌구나. 그런데 이상타 여자동창생들은 여전 예쁜 여자로 보이고 이성으로 보이는 느낌이 있으니 말이다.

그래 그것은 아직도 우리에게 젊음이 있는 증거이니 우리는 창조주 신께 감사를 드리자. 지금까지 살아 있음을 감사하자. 감정이 살아 있음도 감사하자. 만일 우리가 죽는다면 너무 슬프지 않니? 그러나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 신의 뜻에 순종하며 맡기자.

다만 우리가 희망하는 것은 사는 날 동안만이라도 서로 교제하고 서로기억하고 서로를 아끼고 서로를 격려하면서 자식을 위하여 기도하고 남을 위하여 오랜 경험을 다 쏟아 힘을 다하여 이웃을 위하여 봉사하므로 조국을 빛내고 창조주를 기쁘시게 섬기도록 하자꾸나.

또 언제 만날까. 나만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구나. 다음 모임을 기다려 보겠다. 또 만날 날을 희망하여 보겠다. 우리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면 지난 번처럼 분명히 만나게 될 것을 희망하고 믿는다. 그동안은 각자가 열심히 일하자. 정 소식이 궁금하든지 그립거든 이 메일이라도 보내며 애정 어린 마음을 담아보자.

또 아직도 보지 못한 우리의 영원한 회장 성회야, 그리고 다른 동무들아 만남의 기약은 없으나 희망은 있으리니 친구의 우정과 의리를 오래 간직하도록 하자. 그럼 다음 언제든 만날 때까지 점곡초등하교 37회 동창생들아 건재하기를 안면도 에서 친구는 기원하는 바이다.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