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편집인은 공개사과하라"

언론노조 등, 조선일보앞 ‘IPI 망언’ 항의 시위

등록 2002.05.22 20:45수정 2002.06.20 16:37
0
원고료로 응원
▲22일 서울 태평로 서울시의회 청사 앞에서 '조선일보 편파왜곡보도 및 IPI 망언 규탄대회'가 열렸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지난 11일 열린 국제언론인협회(IPI) 연차 총회에서의 김대중 <조선일보> 편집인의 발언과 지난 18일자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불쌍한 기자여, 네 꼴을 보라”와 관련,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이 김 편집인의 자진퇴진 등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김대중 망언 규탄대회 열려

▲언론노조 관계자가 <조선>과 김대중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언론노조는 오늘(22일) 낮 12시 서울특별시의회 앞에서 ‘조선일보 편파왜곡보도 및 IPI 망언 규탄대회’를 갖고 김 편집인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노조는 성명을 통해 “김대중씨는 국제회의에서 한국언론에 대한 왜곡과 망언으로 국가위신을 떨어뜨리고 국내 언론인들을 망신시켰다”면서 “언론인으로서 양심이 남아 있다면 스스로 붓을 꺾고 한국의 언론 종사자 앞에 공개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김대중 편집인은 IPI 총회에서 한국의 언론상황을 왜곡하는 발언을 한 데 이어 지난 18일에는 기명칼럼을 통해 베네수엘라의 한 곡필언론에 대한 차베스 대통령의 비난을 언론자유 탄압으로 왜곡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김대중 편집인 'IPI 발언'과 칼럼 내용

이번 규탄대회의 촉발제는 김대중 편집인의 'IPI 발언'과 지난 18일자 '김대중 칼럼'의 내용이다.

김 편집인은 IPI 총회에서 “조선·중앙·동아는 좌편향적 신문들에 의해 공격받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있고 독립적인 신문 가운데 하나인 <동아일보>의 편집인이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정부주장때문에 사임했으며 그는 비윤리적인 언론인으로 낙인찍혔다”, “집권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가 한 신문의 국유화에 관해 말했으나 후에는 그에 대해 기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언론사주와 광고주들에게 받는 압박은 정부압력에 비하면 거의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의) 현 정부는 한국 역사상 가장 가혹한 언론탄압을 한 정부로 기록될 것이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이런 김 편집인의 발언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은 이미 <오마이뉴스>를 비롯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한 예로 이현락 전 <동아> 편집인의 사퇴는 정부의 주장 때문이 아니라 아파트 특혜분양 의혹 등 잡음을 우려해 본인이 자진사퇴한 것으로 이미 밝혀진 바 있다.

또 김 편집인이 지목한 대선후보와 관련한 발언도 현장에 있었던 기자 5명을 상대로 <한겨레> 등에서 후속취재를 통해 해당 기자들이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고 말한 내용을 보도했는데도 그는 이를 무시한채 왜곡해 발언했다.

정부의 언론탄압 문제도 마찬가지다. 최근 언론비평전문지 <미디어 오늘>이 창간기념 특집기사로 현직기자 4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기자들이 외부로부터 받는 압력의 순위는 ‘광고주-언론사주와 경영진-권력’임을 보도했는데도 이런 결과를 왜곡한 발언을 한 것이다.

한편 김 편집인은 지난 18일자 <김대중 칼럼>을 통해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이 자국의 언론 <엘 나시오날>을 비판한 것을 두고 이것이 마치 언론탄압인 것처럼 언급하며 한국의 언론상황과 교묘히 연결지어 표현했다.

이 칼럼이 나간 후 <프레시안>은 기사를 통해 “나라를 망쳐놓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대표적인 언론이 ‘엘 나시오날’이기도 하다. 이런 ‘엘 나시오날’을 핍박받고 억압받는 신문으로 김 편집인은 은근히 묘사하고 있다. 그것도 베네수엘라의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신문임을 강조한다”라며 비판했다./김지은 기자

이날 집회에는 언론노조 <한겨레>·<경향신문>·<대한매일> 지부와 <조선>의 위장폐업으로 해고된 조광출판 광주지부 등 노조원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 언론개혁시민연대 회원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조선일보 입구에서 연좌시위를 하고 있는 언론노조 조합원들 ⓒ 오마인뉴스 안현주
이날 집회에서 김용백 언론노조 위원장은 “오늘 대회는 단지 김대중 편집인만을 겨냥한 것이 아닌 한국사회의 기득권 세력과 그들의 앞잡이인 <조선일보>를 규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IPI 총회에서 김 편집인의 발언은 기득권 세력을 옹호하고, 그 세력의 대표격인 이회창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일임을 드러냈으니 단연 응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언련의 성유보 이사장도 “친일언론의 대표신문이자 독재·군사정권을 미화했던 <조선일보>의 과거청산과 개혁은 민주언론을 확립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며 “이런 <조선일보>가 거듭나기 위해서라도 김대중 편집인은 물러나야 한다”며 강력한 지지의 뜻을 표했다.

언론노조는 성명발표 후 조선일보사로 들어가 경영진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전경들에 의해 저지당해 대표 5명만이 서한을 전달키로 결정했다.

이에 한상용 언론노조 부위원장 등 5명이 대표로 김대중 편집인을 만나려했으나 1층 로비에서 신분을 밝히지 않은 기자에 의해 또 저지당했다. 결국 항의서한은 <조선일보> 강천석 논설위원실장이 김 편집인에게 전달키로 하고 사태가 마무리 됐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한편 <조선일보>와 김대중 편집인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들에 대해 정작 <조선일보> 기자들은 여전히 무관심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태다. <조선일보>의 한 기자는 “내부에서 특별히 이렇다할 움직임이나 의견은 없다”면서 “김대중 편집인 개인의 생각인데 굳이 다른 데서 그런 방식으로 문제 삼을 필요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조선일보> 기자들의 이런 반응에 대해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기자는 “참담한 심정이다. 적어도 양심이 있는 언론인이라면 아무리 조선일보사 기자라 하더라도 자사 이해차원을 떠나서라도 문제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태도 아니냐”라며 “동시대 언론인으로서 분노를 넘어서 자괴감을 느낀다. 이미 언론인으로서 기본적인 생명 포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오는 29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세계신문협회 회장으로 취임하는 것에 맞춰 <중앙일보> 사옥 앞에서도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현업 언론인들, 언론자정에 팔 걷었다

“김대중 언론계 퇴출 운동을 필두로 언론개혁에 앞장서겠다”

최근 <조선> 김대중 편집인의 왜곡발언에 대해 언론노조 뿐 아니라 현직기자들도 조직적인 반발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문화일보>, <대한매일>, <한겨레> 등 일부 언론사 기자들과 직원들이 주축이 된 ‘언론의 정도를 걷고자 하는 일선 언론인들’모임은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언론개혁의 첫걸음으로 김대중 편집인의 퇴출운동을 벌일 방침이다.

이 모임의 한 관계자는 “김대중 편집인의 왜곡발언·곡필·망언 행태를 후배언론인의 입장에서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는 일”이라며 “이 땅의 언론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 그리고 제2, 제3의 김대중 편집인과 같은 언론인이 나오게 하지 않기 위해 우리 스스로 개혁하자는 의미에서 이 운동을 시작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언론 내부의 썩고 청산돼야 할 요소와 곡필을 일삼는 사이비 언론인의 부도덕한 행태를 계속 방치하는 것은 우리의 양심에 반하는 일이며 이러한 언론 자유의 참뜻을 모독하고 있는 불의(不義)에 맞서지 않는다면 이 시대 언론인으로서 역사적 죄악의 공범이 될 뿐”이라고 밝히고 “이는 언론인으로서 스스로 자정하기 위한 실천적 노력의 첫걸음”이라고 선언했다.

이들은 앞으로 전국 신문·통신사 기자 등 현역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김대중 편집인 퇴출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다음은 21일 발표된 '성명서' 전문이다


언론개혁의 실천적 걸음, 조선일보 김대중 편집인에 대한 언론계 퇴출 촉구 서명운동에 나서며

오늘 우리는 언론인 본연의 역할과 언론의 시대적 소명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실천적 행동에 나설 것을 결의한다. 언론 내부의 썩고 청산돼야 할 요소와 곡필을 일삼는 사이비 언론인의 부도덕한 행태를 계속 방치하는 것은 우리의 양심에 반하는 것이다.

언론 자유의 참뜻을 모독하고 있는 불의(不義)에 맞서지 않는다면 이 시대 언론인으로서 역사적 죄악의 공범이 될뿐이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언론인 스스로의 실천적 노력,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언론자유의 수호를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 언론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권력화된 일부 언론의 농단을 좌시해서도 안되며 허명(虛名)과 신문사 간판을 내세운 거짓 언론인들의 왜곡과 망언을 방치해서도 안된다.

언론개혁과 언론자정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을 다짐하면서 먼저 여론을 호도, 왜곡하는 대표적 언론인인 조선일보 김대중 편집인의 언론계 퇴출을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하고자 한다.

우리는 무릇 기자란 객관성을 기초로 독자들이나 시청자들에게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본다. 기명 칼럼이나 시론 등의 경우에도 이같은 원칙의 토대위에 건전한 상식에 기초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언론인의 정도(正道)라고 선배들로부터 배웠다.

그러나 조선일보 김대중 편집인은 이같은 정도를 우롱하듯 참으로 오랜기간 끊임없는 사실 왜곡과 뒤틀린대로 뒤틀린 시각의 표출로 일그러진 언론인의 표상이 돼버린지 오래다.

해방후 가장 뛰어난 논객으로 한 평생 참언론인의 삶을 견지하다 타계하신 청암 송건호 선생이 우리 후배 언론인들의 좌표였다면 김대중 편집인은 현 시기 언론계 전체를 욕보이고 있는 거짓 언론인의 전형으로 가장 본받아선 안될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끊임없이 곡필의 언론사를 장식해온 김대중 편집인은 최근 열린 국제언론인협회( IPI ) 총회에서의 거짓말과 망언, 이후 관련 칼럼을 통한 여론 왜곡 등을 일삼고 있다. 그동안 양심을 저버린 김 편집인의 행태에 대한 언론계 내부의 충고, 학계와 시민단체 등의 숱한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전혀 반성하거나 사과하는 태도를 찾아볼 수가 없다.

이번 IPI 총회에서도 언론계 내부의 건전한 상호 비판에 대해 “좌파적인 언론이 조선 중앙 동아일보를 공격하고 있다”고 호도, 그에게 이성적 판단을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입증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김대중 편집인의 더러운 작태를 '언론계 대선배'라는 이유로 묵인하거나 이성 회복 요구라는 메아리 없는 구호를 외칠 생각이 없다. 전체 언론계와 사회에 미치는 그의 해악이 상습적이고 파괴적이라는 점에서 사이비 언론인의 퇴출을 통한 언론자유의 본령을 지키려는 후배 기자들의 결연한 뜻을 행동에 옮기고자 한다.

우리는 앞으로 김대중 편집인과 같은 가짜 언론인이 언론을 좌지우지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불행한 일이 없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일선 언론인들의 뜻을 모아 김대중 편집인의 퇴출 촉구 운동을 벌여나가고자 한다.

이와 함께 권력화된 일부 수구 보수언론의 부도덕한 행태, 김대중 편집인의 아류(亞流) 언론인들이 자행하고 있는 곡필에 대해서도 엄정한 내부 비판자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2002년 5월21일

언론의 정도를 걷고자 하는 일선 언론인들





관련기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버이날 딸이 건넨 '5천만원', 10년째 고이 모셔두고 있습니다 어버이날 딸이 건넨 '5천만원', 10년째 고이 모셔두고 있습니다
  2. 2 "이런 사람 처음 본다" 재판장도 경악한 임성근 태도, 징역 3년 부메랑 "이런 사람 처음 본다" 재판장도 경악한 임성근 태도, 징역 3년 부메랑
  3. 3 백제 시대 변기 보고 '빵' 터진 이유, 보시면 압니다 백제 시대 변기 보고 '빵' 터진 이유, 보시면 압니다
  4. 4 개헌안 상정 포기 우 의장 조롱한 국힘..."외교결례, 사과하라" 개헌안 상정 포기 우 의장 조롱한 국힘..."외교결례, 사과하라"
  5. 5 젊은 층 대거 유입된 신도시에 우뚝 솟은 인물 젊은 층 대거 유입된 신도시에 우뚝 솟은 인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