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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태경씨가 가로 2m, 세로 1m 가량의 널빤지에 의지한 채 '절벽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 녹색연합 정연경 |
한 환경운동가의 목숨을 건 60m 절벽 시위가 한 방송사에 의해 '기인의 취미활동'으로 왜곡 보도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새만금 방조제공사 중지를 외치며 지난 14일부터 1주일 동안 변산반도 내 해창석산의 60m되는 절벽에 매달린 채 '절벽 시위'를 벌였던 녹색연합 회원 조태경(31)씨가 '자연을 사랑하는 한 기인이 절벽에 매달려 목욕, 요가, 독서하는 기이한 인생'으로 비춰진 것이다. 이에 조씨는 물론 환경단체 관계자들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주목된다.
<오마이뉴스>는 새만금 방조제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해창석산 절벽 시위에 들어간 조태경씨의 사연을 6월 17일 보도한 바 있다.
23일 기자는 한 네티즌으로부터 한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한 방송사의 '절벽시위' 왜곡 보도에 항의하는 글이다.
"목적이 확실한 한 운동가의 묵묵한 항의를 가십거리로 전락시켜버리는 공중파의 행태. 운동가의 행동과 취지를 제대로 알리진 못할망정 그런 식으로 왜곡하고 어릿광대 마냥 만들어 버리는 공중파-언론의 행태에 너무 화가 나더라구요. 이거 어떻게 정식으로 항의하거나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정말 갑갑하고 화가 납니다."
이 네티즌이 문제삼은 프로그램은 MBC에서 매주 월요일∼금요일 8시에 방송되는 '아주 특별한 아침'이다. '아주 특별한 아침'은 지난 21일 방송 말미에 '절벽 위의 남자'라는 제목으로 조태경씨의 사연을 방송했다. 방송은 "위험한 생활을 즐기고(?) 있는 남자를 만나러 가 보자"는 멘트로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조태경씨를 '절벽생활을 즐기는 기인'으로 묘사했다. 방송에 의하면 조씨는 절벽에 매달려 한 평 밖에 안 되는 공간에서 운동하고, 명상하고, 독서하는 '기인'이었다. MBC는 조씨가 '자연이 좋아서' 절벽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리포터는 "참 여유로워 보인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사회자인 이재용씨는 웃으면서 "굉장히 편해보이시는데"라고 말했다.
조태경씨가 왜 절벽생활을 시작하게 됐는지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게다가 국립공원의 해창석산이 새만금 방파제를 쌓는 재료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매달려 있다는 사실을 이 프로그램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이민수 PD는 "프로그램에 '새만금 반대를 위해 절벽생활을 한다'는 내용이 빠진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취재 전 조태경씨에게 프로그램 성격상 새만금에 관한 내용은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고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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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건 시위를 '취미활동'으로 왜곡보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아주 특별한 아침'. ⓒMBC 홈페이지 |
하지만 조태경씨의 말은 달랐다. 조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새만금 문제가 방송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면서 "새만금 문제가 언론에 보도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인터뷰를 응했던 것이고, 만약 새만금 내용이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 취재에 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조씨는 "새만금 반대 이유에 대해 방송해 줄 것을 PD와 약속한 뒤 10분 동안 새만금 사업 반대 이유에 대해 설명했지만, 그 내용은 쏙 빠지고 농담으로 주고받은 얘기와 연출된 행동(목욕, 독서, 명상 등)만 방송에 나갔다"며 억울해 했다.
조태경씨를 옆에서 보호해 주는 친구로 나온 신명철(31)씨도 "새만금 사업 반대를 위해 절벽시위를 하고 있는 친구를 지지해 주기 위해 간 것인데, 방송에는 할 일 없는 사람이 그냥 친구를 도와주고 있는 것처럼 나와 상당히 불쾌했다"면서 "뿐만 아니라 리포터도 현장에 오지 않았는데 온 것처럼 방송하고, 인터뷰 내용도 기획 의도에 맞는 말만 편집해서 내 보내는 등 이번 방송은 전형적인 왜곡방송"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조씨는 "방송이 나간 이후 주변 사람들로부터 '방송에 나오려고 절벽 시위에 나섰냐'는 힐난에 시달려야 했다"면서 "MBC에 항의문이나 사과문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선태 '아주 특별한 아침' 담당 PD는 "짧은 시간에 새만금 문제를 소화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해 다루지 않았다"면서 "마지막 부분에서라도 조태경씨가 왜 절벽시위에 나섰지는 지를 밝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기인'으로 비쳐진 것은 우리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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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태경 씨에 관한 방송이 나간 뒤 시청자 의견 게시판에는 항의성 글들이 올라왔다. ⓒ MBC 홈페이지 |
방송이 나간 후 '아주 특별한 아침' 시청자 의견 게시판에는 '절벽시위'와 관련 방송 내용에 항의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네티즌 조향씨는 "귀사의 방송에서는 조태경씨가 왜 절벽에 매달려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고 그를 마치 희한한 취미를 가진 기인처럼 보도하기만 했다. 이같이 사실을 지나치게 축소하고 각색해 보도하는 것은 시청자들을 기만하는 것이고, 시청자들의 알권리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정연경 부장은 "이번 방송이 새만금 사업 반대 운동 취지를 모르는 시청자에게 '절벽 위에서 저렇게 여유롭게 생활하고 있구나' 하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나중에 시청자들이 조태경씨가 새만금 반대를 위해 절벽 시위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절벽 시위의 '참뜻'을 파악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며 "이번 방송이 조태경씨 뿐만 아니라 새만금 반대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심한 모욕감을 안겨준 것이라고 생각해 MBC에 정식으로 항의공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언론시민운동연합 최민희 사무총장은 "방송을 제작하는 사람들이 사건의 본질적인 측면을 드러내려고 고민하기보다 표피적으로 드러나는 '신기함'만을 보여주려고 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면서 "방송인들이 어떤 사건을 다룰 때 그 사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사건의 본질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조태경씨는 절벽 시위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절벽에서 내려왔다. 조씨는 "햇볕과 모기 때문에 고생스러웠고 좁은 공간에서 지내는 일이 어려웠다"면서 "비록 절벽에서 내려왔지만 앞으로 다른 형태의 시위를 통해서 계속 새만금사업 반대 운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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