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사세요! 꽃사세요!"

<최현숙기자의 베이징돋보기>

등록 2002.06.25 15:07수정 2002.06.2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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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파는 어린 소녀를 보신 적 있나요?”
늦은 밤 식당이나 술집, 나이트클럽 등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 일정한 시간이 되면 어린 꼬마들이 나타난다.

그 시간이 몇 시인지는 확실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처음에 그 꼬마들을 만났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다. 늦은 시간 식사를 하고 간단히 맥주를 한잔하던 음식점은 유리로 되어 있어 밖에서도 내부가 너무 잘 보이는 구조였다.

한참 이야기에 파묻혔다 우연히 유리벽 쪽으로 돌리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바로 옆 유리에 꼬마들이 매달리듯이 붙어 나를 쳐다보고 있던 것이다. 7살 정도 됐을 소녀가 왼손엔 꽃이 담긴 바구니와 오른손엔 장미꽃 한 송이를 든 채로.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맥주를 마신 뒤 그 자리를 마무리짓고 일어섰다.

계산을 하고 식당 밖으로 나가자 유리에 붙어 있던 그 소녀는 옆에 착 달라붙어 꽃을 사주길 간절히 바라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 조그만 손으로 옷자락 하나를 잡고는 애절하게 외쳐댄다.
“우콰이, 우콰이”. 5위안(한화 약800원) 이란다.

그 조그만 아이가 외친다고 해봤자 얼마나 클까. 얼마를 씻지 않았는지 지저분한 모습을 하고 말이다. 반응이 없자 다시 옆에 있는 사람이 연인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여자친구한테 한송이 사주세요. 5원이에요.”한다. 그 소녀는 취객과 연인을 타깃으로 꽃을 판다.

취객이야 뭘 알겠는가. 10위안을 줬는지 100위안을 줬는지. 워낙 끈질기게 붙어서 강매를 하니 취객들은 ‘알았어, 알았어’하며 꽃도 받지 않은 채 돈만 주고 가기도 한다. 비싸다고 사지 않으면 그때부터 중국 특유의 상술로 들어간다. ‘쓰콰이!’ 고개를 돌린다. ‘싼콰이!’ 더이상 가격을 흥정할 수 없었던지 다시 옷자락 붙들고 떼쓰기 작전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어린 아이가 옷자락을 붙들고 애원해 결국은 사지 않을 수 없다. 그냥 우콰이(5위안)을 주고 만다. 그 돈이 저 꼬마에게 돌아가지 않음을 알면서도, 사주지 않으면 돌아가서 맞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에이 몰라’하면서 그냥 꽃을 산다. 꽃이라봐야야 며칠 지난 듯한 빨간 장미 한 송이다.


노천 식당이 많은 곳에선 어린 소년, 소녀들이 기타를 들고 와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노래 한곡 불러 드릴까요?” 간혹 얼른 쫓아내는 주인도 있지만 보통은 그냥 놔둔다. 눈요기도 되어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노래를 듣고 돈을 주면 “쎄쎄, 쎄쎄”를 연발하며 옆 테이블로 이동한다. 사실 멀리서 보면 꼬마 키가 테이블과 비슷해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 꼬마를 보고있자니 80년대 영국 뒷거리를 리얼하게 그린 찰스디킨스의 장편소설 ‘올리버트위스트’가 떠오른다. 후에 연극과 영화로 만들어져 더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한동안 그 녀석들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며칠 전 일부러 밤늦게 약속을 잡아 예전의 그 식당으로 갔다. 11시, 12시가 넘어갔다.

피곤함에 눈이 감기기 시작했고 몸도 천근만근이었다. 게다가 출장을 다녀온 여파가 아직도 남아 허리까지 아팠다. 12시 30분! 그만 그 자리에 누워 자고 싶었다.

‘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더니…’ 다시 그 꼬마들이 보고 싶었다. 그런데 한 명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너무 이른 시간인가. 친구녀석은 새벽 3, 4시에 그 꼬마들이 길거리에 누워 자는 모습도 보았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걸으면서 여기저기 살펴보았으나 역시 찾지 못했다. 시간은 1시에 가까워졌다. 풀이 꺾인데다 요통이 더 심해져 참지 못하고 그냥 택시에 올랐다.

“젠장, 아픈 허리 잡고 왔더니만.” 덕분에 걷기 운동은 많이 된 것 같다. 집에 도착하고 나서는 ‘조금만 더 기다릴걸 그랬나. 조금만 더 있었으면 어디선가 꼬마들이 기타들고, 꽃 들고 나타났을 텐데’하는 아쉬움마저 들었다.

요즘 베이징시의 보안이 점점 강화돼 곳곳에 공안들이 휘젓고 다닌다. 이제 점점 길거리 판매상은 물론이고 불법이 성행하는 이곳에서 정의만이 존재하게 되려나 보다.

괜히 죄진 것도 없이 경찰을 보면 두려운 것은 왜일까. 꼬마들이 공안들의 단속에 숨어버린 것인지, 어찌된 일인지 궁금하다. 혹시 착한 부자의 양자가 되어 올리버 트위스트처럼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닌지. 꼬마들이 보이지 않는 이유가 후자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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