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사내가 가르쳐준 삶의 지혜 1

이제 변화의 중심에 한국인이 서자

등록 2002.06.26 12:48수정 2002.06.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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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는 4강 신화를 창조했다. 먼 나라 이야기로만 알았던 4강의 대열에 합류하며 우리는 올바른 가치와 실천이 앞서면 기적은 거짓말처럼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걸, 네덜란드의 한 사내로부터 배웠다.

사내는 한국팀에 대한 "첫인상을 로봇처럼 입력된 프로그램대로만 축구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딱딱한 사고와 경직된 시스템, 변화를 두려워하고 안주하려고 하는 가치가 우리에게 있었다. 사내는 로봇에게 생기를 불어넣었고 영혼을 심어주었다. 선수들은 자신들의 판단과 의지에 따라 창조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사내가 한국팀을, 한국을 바꾼 것이다. 나는 사내를 비단 축구감독에 국한하고 싶지 않다. 그의 정신과 가치는 축구를 넘어서 인생에 관한 지혜로 읽힐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나는 사내의 가치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바란다. 이 글을 읽으며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길… 그래서 변화의 중심에 네덜란드인이 아닌 한국인이 서기를.

1. 평등 (Impartialness)

모든 선수는 실력 앞에서 평등하다.
All players are equal under the ability.

붉은 악마를 보며 사람들은 '레드 컴플렉스'를 떠올리는 언론의 보도를 보았다. 빨간 옷을 사람들이 입으면 그것이 콤플렉스로 다가오는 나라, 그것이 대한민국이다. 우리는 그만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레드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겐 붉은 악마의 옷 색깔이 '빨갛다'는 게 중요하고, 일부 기독교 신자들에겐 그들의 이름이 '악마'라는 게 중요하다. 왜 우리는 현상의 핵심을 파악하지 않을까?

사내는 말했다.


"저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아나요? 열렬했던 응원이 끝나면 그들은 자신이 응원했던 자리를 깨끗이 치웁니다. 나는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그렇다. 붉은 악마의 핵심은 그들의 '붉은' 옷 색깔도 아니고 '악마'라는 그들의 이름도 아니다. 그들의 핵심은 '축구'이며 '응원'이다. 이토록 단순한 사실이 왜 왜곡될까?

붉은 악마를 바라보는 관점들에서도 드러나지만 우리는 사람을 평가할 때 실력 외에 다른 조건들을 무척이나 중요하게 여긴다. 그 사람이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그가 어느 지역 출신이며 차기 대통령에서 누구를 찍을 것인지, 그의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영어를 얼마나 잘 하는지, 그의 종교가 무엇인지…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성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평가, 편애, 차별하거나 혹은 무작정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을 별 생각없이 따라간다.

사내는 자신의 팀원을 뽑을 때 오직 하나를 보았다고 했다. 그게 바로 '실력'이다. 그리고 사내는 실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체력'을 꼽았다. 독일과의 경기로 체력을 최우선으로 꼽은 사내의 선택이 정확했다는 건 분명해졌다. 그는 여론의 포장이나 인기, A매치 출전경력, 축구인의 분위기… 그 어떤 것도 고려하지 않았다. 사내가 선택한 단 하나의 기준은 실력이었다.

냉정하게 물어보자. 당신은 이을용과 최진철을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에도 알고 있었나?

2. 지도력 (Leadership)

나는 전적으로 그를 믿는다.
I have full confidence in him.

카리스마, 리더쉽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혹시 최민수나 박정희는 아닐까?

진정한 리더쉽은 선수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용기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것은 원활한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감독은 절대권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감독은 선수를 납득시킬 필요가 있고 선수는 감독에게 절대 복종할 필요가 있다. 쳐져 있을 때는 용기와 위로를 주고 자만할 때는 바로 잡아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리더쉽이다.

한때 유럽팀에게 연달아 5:0으로 대패하면서 유행했던 농담이 있었다. 사내가 귀화하면 지어줄 한글 이름이 '오대영'으로 결정됐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 기자회견에서 "이길 수 있다"라고 말하던 사내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사내는 그말을 TV를 보고 있는 시청자나 기자들에게 하고 있지 않았다. 그 말은 선수들에게 하는 말이었다. 사내는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폴란드를 2:0으로 이기고 승리감에 차있을 때, 사내는 미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다시 말한다. "사우디아라비아처럼 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겠다" 사내는 선수들의 들뜰 수 있는 마음을 다시 잡아주고 있었다.

사내는 선수들을 함부로 대하거나 무시하지 않았다. 그대신 사내는 선수들을 격려하고 진정시켰다. 그 마음의 그릇을 부르는 다른 이름이 바로 '리더쉽'이고 '카리스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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