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사내가 가르쳐준 삶의 지혜 3

자신의 선택을 믿을 줄 아는 용기, '모험정신'

등록 2002.06.27 12:59수정 2002.06.2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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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모험정신 (The spirit of adventure)

그는 위험천만한 선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He is not afraid of a risky choice.

2002년 6월 18일 한국 대 이태리가 16강에 만났다. 팔꿈치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크리스티안 비에리가 선취골을 넣은 후 경기는 내내 지루했다. 수비를 중심으로 펼치는 이태리의 빗장수비…게다가 반칙. 경기가 조금씩 늘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날 나는 사내의 모험정신을 훔쳐 보았다. 사내는 마치 엄청난 해일을 향해 배를 몰아가는 선장처럼 경기를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우선 김태영을 빼고 황선홍을 넣었다. 그 다음 부상당한 김남일을 이천수로. 마지막 홍명보를 빼고 차두리를… 전술적인 면을 길게 이야기할 수 없어서 아쉽지만 아무리 냄비축구팬이라고 하더라도 눈치채지 않았을까?

"홍명보를? 그래!! 1:0으로 지나, 10:0으로 지나 마찬가지야."

나는 사내의 마지막 패에 희망을 걸었다.

설기현, 황선홍, 안정환, 차두리, 이천수. 후반 37분 홍명보가 나가고 그렇게 우리 팀의 공격수는 5명이 되었다.


기적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기적은 모험정신으로 똘똘 뭉친 과감한 영혼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승리의 여신이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아름다울 정도로….

반면에 이태리의 수비 축구를 보았는가. 그들은 모험이 뭔지 몰랐다. 그들은 정해진 플레이로 승리를 얻으려고 애를 썼다. 모험은 커녕 구태의연했고 곰팡이가 쓸 정도로 오래된 방식이라고 해도 이기기만 하면 돼. 수비만 하는 게 뭐가 나쁜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과연 승리일까. 이게 과연 축구일까'하는 울화가 치밀어오르고 있었다. 결국 승리의 여신이 이맛살을 살짝 찌푸렸다.

경기 종료 3분을 앞둔 상황.
설기현이였다.
우리의 냄비들이 그렇게 구박을 하던 설기현. 하지만 사내는 한번도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설기현의 왼발이 커다란 반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골네트가 출렁거렸고 붉은 악마들은, 거리 응원을 나온 350만의 인파들은, 아니 모든 대한민국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안정환. 이태리의 빗장 축구의 구태의연함을 부셔버렸다. 사내의 모험정신과 우리의 영웅들이 이태리를 쓸어버린 것이다.

이태리의 '오래된' 전략을 파악하고 던진, 사내의 마지막 패는 그들을 그라운드에 눕혔다. 나는 보았다. 사내의 골세레모니인 어퍼컷 제스추어에 나가 떨어져 있는 이태리 선수를 헤비급 권투 선수 출신이었다던 비에리가 큰 대자로 드러누워있는 걸.

사내는 도전하는 자만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만이, 안주와 타협하지 않는 자만이 승리의 월계관을 쓸 자격이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물론 그날의 승리는 철저한 파워프로그램과 멀티플레이어의 육성이라는 사내의 훈련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 가지 포지션을 전문성을 가지고 해도 해낼까, 말까 인데… 무슨 멀티 플레이어는 얼어죽을…'하고 사내의 훈련에 참견하던 언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사내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거나, 누군가의 입 맛에 자신을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걸 보여주었다. 그건 신념이었다.

사내는 꾸준한 훈련으로 모험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선택을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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