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의 신화를 이뤄내던 한국의 태극전사들의 승승장구가 독일의 전차군단에 의해 처참하게 무너졌지만 경기를 지켜본 온 국민들은 새로운 축구 역사를 써 내려간 대한민국의 태극전사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격려를 보냈다. 한달 가량에 거리응원전을 펼쳐온 시민들은 3, 4위전 대구경기를 앞두고 후유증이 심했는지 직장에서도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으며 동네 꼬마들은 벌써 축구열풍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나 역시 응원 현장에서 자주 들었던 '대~한민국'이라는 그 단 한마디의 함성과 전율을 쉽사리 잊지 못한 채 일상의 생활 속에 다시 적응을 하느라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한국과 독일전이 펼쳐지는 당일 범어로터리에는 10여만 명의 인파가 길거리를 가득 채운 채 한국의 선전을 기원했고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이하 광장), 시민운동장, 두류공원 야외공원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응원했다. 오랜만에 자동차 없는 거리를 만들어낸 범어로 일대는 구경나온 시민들의 해방구로 변해버린 채 월드컵의 축제를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또 범어로 일대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출동한 경찰 병력과 119대원들이 대기해있는 모습도 보였다. 한국과 독일전이 펼쳐지기 전 서너 시간 전부터 온통 거리는 붉은 물결로 넘실거렸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은 마치 소풍 나온 사람들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축구경기를 관전했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도 일찍부터 거리를 메운 응원 인파와 장사진으로 가득 찼는데 장사꾼들은 오랜만에 매상이 올라서인지 '싱글벙글' 반가운 기색을 띠면서 손님을 맞는 모습도 이색적으로 비쳐졌다. 태극기를 두른 채 김밥, 음료, 아이스크림 등을 판매하는 상인들의 독특한 옷차림도 응원 나온 시민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거리에 나온 사람마다 저마다 다른 바디 페인팅, 페이스 페인팅을 한 채 응원전에 열을 올리고 있었고 오랜만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깨를 맞대고 흥을 돋구는 시민들은 '아리랑'과 '대~한민국'을 목청껏 부르면서 신명난 응원전을 펼쳤다.
한 시민단체의 간사는 직접 응원현장에 나와 '오, PEACE OF COREA'라는 글귀가 씌여진 종이를 들고 시민들과 함께 열띤 응원전을 펼치기까지 하였고 어떤 시민은 '남북통일'이라고 적은 글귀를 준비한 채 거리응원에 몰입하는 광경이 기자의 시선을 끌었다.
응원전에 참여한 시민들은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광장에 둘러앉아 모두가 혼연일체로 '오, 대한민국'을 연호했고 삼삼오오 짝을 이룬 채 태극기를 흔들면서 한국을 응원하던 열정이 자랑스럽게 보여지기까지 했다. 한국과 독일전이 펼쳐지는 순간 내내 '남북통일'의 바램을 전하려던 어느 시민의 바램이 우리의 바램으로 전환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도 가져본다.
비록 우리가 준결승전에 쓰라린 패배를 맛보았지만 우리가 얻은 소중한 경험과 젊은이들의 생동감 넘치는 열정과 응원 열기를 모아 분단된 조국에 화해의 무드와 평화의 분위기가 조성되는데 가교역할을 해내는 분수령이 되길 고대해 본다.
우리가 16강, 8강, 4강의 신화를 만들어내면서 혼연일체가 되어 보여준 응원의 열기와 애국심이 우리의 응원문화를 더 한층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까지 한다. 반면 일부에서는 "애국심의 발로이다", "일상적인 파시즘이다"는 논란이 분분하지만 "스포츠를 정치적, 경제적 굴절의 시각이 아닌 스포츠 그 자체에 즐거움을 두고 바라보자"는 시각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비록 우리가 독일과의 승부에서는 패배의 쓴잔을 마셨지만 대구에서 있을 3,4위전에 태극전사들이 유감 없는 페어플레이로 유정의 미를 더해갈 수 있길 고대해 본다.
또 한가지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제 우리는 열광적으로 '대~한민국'을 외쳤던 지난 시간들을 한 템포씩 늦춰 우리 일상을 돌아볼 시간이 한층 가까워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시민들의 바램처럼 우리가 한 달여 동안을 거리를 누비면서 한국팀을 응원했던 그 열정과 바램으로 우리의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데 그루터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월드컵의 응원문화로 생겨난 'W세대'라는 말이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과 도전, 희망을 안겨준 것과 정치권에도 적지 않는 자극과 충격을 던져주었으리라 생각된다. 이제는 우리가 흥분과 감동의 도가니에서 여전히 열기에 젖어들기 보다는 자신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추스르는 연습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길거리 응원을 통해 국민들이 보여주었던 일치된 단결심과 열정, 경기가 끝난 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거리에 뒹구는 휴지조각과 응원도구를 자신의 일인 것처럼 청소를 해나가던 성숙한 시민의식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정치권이 해내지 못한 감동과 감격의 순간을 우리가 오래 오래 간직하는 것 이상으로 이제 우리가 경기장이나 거리응원전을 통해 쏟아 부었던 에너지를 자신이 속한 직장이나 사회 속에서 유감 없이 발휘해 가는 자세가 우리에게는 더욱 절실한 것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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