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이 호랑이를 누른다고?

나의 동네문화유산 답사기

등록 2002.06.28 16:41수정 2002.06.2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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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압사에 가는 길은 굉장히 순탄했다. 재개발로 인해 산중턱까지 도로가 깔려 있어, 호암산 입구까지 마을버스가 다녔기 때문이다. 집 근처에 있으면서도 가보지 않았던 길이라 초행길과 다름없었을 뿐 아니라, 평소에 산을 싫어하기 때문에 버스타고 갈 수 있다는 사실에 즐거웠다.

그러나 버스를 타고 올라가면서 이건 아닌데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산주위의 도로도 도로지만, 그 주위로 즐비한 고층건물들이 관악산의 전경을 해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실상 도로는 산꼭대기를 제외한 부분까지 깔려 있어 마치 관악산이 동네뒷산, 아니 언덕같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산에 올라가는 길은 산길 같지도 않았다. 도로가 끝난 산길은 이미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어서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했으며, 여전히 공사는 진행중이었다. 아무리 산을 싫어하는 나이지만,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길에는 다람쥐도 풀도 무엇도 없었다. 그냥 시멘트 위를 지나가는 한 줄의 개미떼만이 있었을 뿐이다.
산은 그냥 산으로 내버려두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산에 올라가는 길이 편하지 않았다.

호압사는 생각보다 ‘너무나도 훨씬’ 작은 곳이었다. 겨우 조촐한 법당 두 개. 그게 호압사의 전부였다. 작은 절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볼 것은 많았다. TV에서만 보던 절 처마에 달린 물고기가 달린 풍경, 금색 옷을 입고 앉아있는 불상, 하얀 소를 타고 피리를 불며 지나가는 동자….

법당 주위에는 호압사의 창건설화를 나타내는 듯한 그림이 둘러져 있었다. 포효하는 호랑이 앞에서 인자하게 웃고 있는 스님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법당 옆에는 작은 또다른 법당이 있었는데, 그 곳의 스님에게 들으니 삼신을 모시는 곳이라고 한다. 법당 안에는 스님 한 분과 관복인 듯한 옷을 입은 사람이 모셔져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바로 이 곳을 지키는 신이라는 것이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법당 밖으로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조선시대 불교를 탄압하면서 불교가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토속신앙과 결합했다는 말을 들었는데(물론 그 이전에도 종교의 특성상 토속신앙적인 요소가 묻어났겠지만), 이런 모습에서 그런 사실들을 확인 할 수 있는 것 같다. 법당안에 매달려 있는 생년월일과 이름, 그리고 계단마다 새겨져 있는 이름들을 보면서 자신의 소원을 이루고자 했던 많은 사람들의 염원을 느낀다.

한참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스님이 사진 자꾸 찍으면 기가 빠져나간다고 웃으시면서 장난을 치신다. 적막한 사찰에 오랫만에 사람들이 놀러와서 반가워서일까? 나 역시 절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에 스님과의 대화에 흔쾌히 응한다.


스님의 나이는 29살인데, 11년 전에 불교계에 입문했다고 하니, 정말 어린 나이이다. 그런데 그 스님이 살아온 길이 파란만장하다. 중학교 다니던 시절 패싸움에 이끌려 다니면서 스님의 표현을 빌자면 온갖 나쁜 짓 다 하고 다니다가 결국 중학교를 중퇴하고, 무술을 배우겠다고 온 곳이 바로 절이다. 3년만 배울 무술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스님까지 된 것을 보면 정말 사람의 삶이란 예측할 수 없는 것 같다. 게다가 그 스님의 가족은 모두가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라는데 말이다.

과일까지 얻어먹으며 관악산의 등산로에 대한 특강도 듣고, 호압사에 자주 놀러오겠다는 말도 하는데 평소 생각했던 스님의 인상과는 정말 다르다. ‘허허허~’하고 웃는 기분 좋은 너털웃음을 제외하고는 전혀 스님답지 않은 것이다. 축구에 흥분하고, 8강을 기원하는 너무나도 인간다운 모습. 술과 고기를 먹고 게다가 나이트클럽까지 간다는 스님이라니!


“스님하면 원래 말도 잘 안하고 자신과의 싸움을 위해 참선하면서 살생도 하면 안되는 그런 모습만 생각했는데, 너무 다른 것 같아요”라고 물으며 의아해 하는 우리에게 스님은 짧고도 명쾌한 해답을 준다.
“깨달음이란 배를 깎는 그 안에도 있는 것이지요.”

한참 배를 깎고 있는 나에게 하는 말이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손오공은 하도 싸움을 많이 해서 투견성불을 했다고 한답니다. 깨달음이란 길에도 있고 바위에도 있지요. 한 스님은 10년 동안 나무만 끌어안고 있다가 깨달음을 얻었어요.”

그 때 교수님께서 강의 시간에 하신 계란에도 불성은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어느 곳이나 어느 사람이나 열의만 있다면 깨달음은 자연적으로 얻어지는 것인가 보다. 하긴 겉모습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중요한 것은 결국 마음 아닐까?

산이 훼손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 하다가 절 앞에까지 있는 시멘트 길 얘기가 나온다.
“어차피 산은 좋아하는 사람만 오면 되는 건데 이렇게 시멘트 길이 깔려 있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것 같아요”라는 말에 스님의 말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쉽게 올 수 있으니 좋은 일이지요.”
생각하지 못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절에 와야 한다는 것을…. 다만 내가 산을 보고 즐기고만 싶었을 뿐. 산은 산답게 힘들게 와야 제 맛이라는 생각 속에 묻혀서 말이다.

이 것이 바로 불교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을 끊임없이 바라보고 반성하는 겸허한 모습. 그렇기 때문에 산 속 깊은 곳까지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을 갖는 것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금천구 시흥동. 과연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은 동네이지만, 이 곳에는 호랑이를 눌러 놓았다는 엄청난 뜻을 가진 절이 하나 있다. 바로 호압사. 호압사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유래가 전해진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경복궁을 창건하는데, 자꾸만 경복궁이 무너졌다. 그래서 걱정을 하던 도중 꿈을 꿨는데, 호랑이가 경복궁을 들이받더니 무너뜨리는 것이다. 깜짝 놀란 태조가 잠에서 깨어나 근심에 잠겨 있으니, 한 노인이 홀연히 나타나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런데 그 곳에서는 호랑이가 경복궁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자세히 바라보니 그것은 호랑이가 아니라 마치 호랑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산이었다. 그 산의 이름이 바로 관악산이었다.
  태조가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그 노인은 ‘호랑이는 꼬리를 눌리면 힘을 쓰지 못하는 법’이라며 호랑이 꼬리에 절을 지을 것을 명했고, 그 절이 지금의 호압사(虎壓寺 : 호랑이를 누르는 절)인 것이다.

이렇게 잘아는 이유는 바로! 우리 동네에 있기 때문이다.
동네에 있으면서도 그다지 가본 적이 없던 이곳! 학교 숙제로 인해 가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너무나도 아늑한 분위기와 멋진 경관에 이렇게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금천구 시흥동. 과연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은 동네이지만, 이 곳에는 호랑이를 눌러 놓았다는 엄청난 뜻을 가진 절이 하나 있다. 바로 호압사. 호압사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유래가 전해진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경복궁을 창건하는데, 자꾸만 경복궁이 무너졌다. 그래서 걱정을 하던 도중 꿈을 꿨는데, 호랑이가 경복궁을 들이받더니 무너뜨리는 것이다. 깜짝 놀란 태조가 잠에서 깨어나 근심에 잠겨 있으니, 한 노인이 홀연히 나타나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런데 그 곳에서는 호랑이가 경복궁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자세히 바라보니 그것은 호랑이가 아니라 마치 호랑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산이었다. 그 산의 이름이 바로 관악산이었다.
  태조가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그 노인은 ‘호랑이는 꼬리를 눌리면 힘을 쓰지 못하는 법’이라며 호랑이 꼬리에 절을 지을 것을 명했고, 그 절이 지금의 호압사(虎壓寺 : 호랑이를 누르는 절)인 것이다.

이렇게 잘아는 이유는 바로! 우리 동네에 있기 때문이다.
동네에 있으면서도 그다지 가본 적이 없던 이곳! 학교 숙제로 인해 가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너무나도 아늑한 분위기와 멋진 경관에 이렇게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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