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그리고 우리가 잊은 것들

우린 붉은악마 이전에 한국인인데…

등록 2002.06.30 20:57수정 2002.06.2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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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일의 20세기 첫 번째 월드컵인 2002 한·일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30일 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우리 국민들은, 아니 전세계의 지구촌 식구들은 한국의 기적을 볼 수 있었다. 월드컵 전까지만 하더라도 개최국 최초로 16강에 들지 못하는 나라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언론의 질타도 있었지만 히딩크가 이끄는 한국의 23인 청년들은 FIFA랭킹 5위의 6위의 8위의 팀을 만나도 결코 주눅들지 않았다.

폴란드를 상대로 월드컵 첫 승을 따냈으며, 그것도 모자라 16강에 진출을 했다. 이탈리아를 다시 한 번 꺾어내고, 8강을 진출했지만 히딩크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I'm still hungry)라고 하였다. 결국 한국은 승부차기 혈투 끝스페인을 꺾고 4강에 진출했다. 비록 4강에서 독일에 아쉬운 1점차 패배를 하였지만 이 작디작은 반도에서 분단된 조그만 나라 대한민국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48년만의 첫승을 기록한 한국팀이 4강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감독이 훌륭했다. 선수들도 훌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2번째 선수'붉은악마의 힘이 매우 컸다. 요 30여일 동안은 우리나라 4800만이 모두가 붉은악마가 되어 한국팀을 응원했다. 한 달 동안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축구의 거부할 수 없는 짜릿한 유혹에 빠져나오지 못한 채 기적에 현장에 함께 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기적을 벌였고, 완벽한 월드컵을 이루어냈지만 우리는 많은 것을 잊었다. 6월 한 달 동안 이렇게 역사적인 날들, 그리고 명절 또한 있었지만 이것을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온 국민이 축구에 빠져 살았다고 할 지라도 언론에서도 이런 날들에 대해서 한 한 번쯤 되새겨 볼만한 기사나 사설 따윈 거의 없었다.

이 기사를 빌어 6월에 있었던 우리가 잊었던 중요한 날들에 대해 되새겨 볼까 한다. 들어가기 전 6월 6일, 6월 10일, 6월 14일, 6월 15일, 6월 25일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주기 바란다.

6월 6일 : 현충일

현충일은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애국 선열들과 국군 장병들을 위로하고 추모하는 날이다. 이날을 공휴일로서 대통령 이하 정부요인들, 국민들까지도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오전 10시에는 전국민적으로 호국영령을 위한 묵념을 한다. 1970년 6월 15일 대통령령으로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을 공포하여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우리가 잘 알고 있고 의미를 잘 기억해야 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날을 쉬는 날로만 좋아하지 않고 그 의미에 대해 되짚어 봤을까?


6월 10일 : 6·10만세 사건

1926년 6월 10일 조선의 마지막 임금 순종의 인산일(태상황과 그 비, 임금과 그 비, 황태자와 그 비, 황태손과 그 비 등의 장례)을 기하여 일어난 독립운동이다. 병인만세사건 이라고도 한다. 주동자는 연희전문의 이병립·박하균, YMCA 영어과의 박두종, 중앙고보의 이선호·이황희, 경성대학의 이천진 등이다. 이들은 순종의 국장일인 6월 10일에 많은 민중이 참배할 것을 예상하고 이를 계기로 3·1운동과 같은 대일항쟁운동을 유발하고자 격문을 인쇄하고 태극기를 만드는 등 사전준비를 하였다. 오전 8시 30분경 종로 3가 단성사 앞을 지나면서 중앙고보생이 주창하여 독립만세을 부르며 격문을 뿌렸고, 이어 관수교·경성사범학교앞·훈련원·동대문·청량리에 이르는 연도에서도 만세와 격문을 뿌려 많은 민중이 이에 호응하였다.


이 사건으로 이날 200여 명이 붙들렸고, 그 영향은 전국적으로 파급되어 순창·정주·군산·울산·평양·홍성·공주 등에서도 만세운동이 일어나 전국에서 1,000여 명이 체포·투옥되었다. 이 밖에 사회주의계열의 권오설·박내원·민창식 등도 6월 10일을 기하여 전국적 규모의 민족운동을 전개하고자 사전에 상하이의 여운형 등과 연락하여 격문 10만 장을 인쇄하는 등 준비를 하다가 사전에 발각되어 6·10만세에 합세하지 못하였다.

이 독립운동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 바로 6·10만세 사건이다. 사실 이 날에 대해서는 필자도 자세히는 알지 못했고 이번 계기로 자세히 알게 되었다. 몇 년 전 신문을 보면 그때만 하더라도 6·10만세의 중요성에 대해 피력한 사설을 간간히 보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것 또한 없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6월 14일 : 남북 정상회담

지난 2000년 6월 14일은 휴전선이 세워진 이래 처음으로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난 감동적이고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2박 3일 동안 가진 정상회담으로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긋는 순간이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공항에 나와 김대중 대통령을 맞이하는 모습의 감동은 온 나라를 휘감았다.

필자 또한 학교에서 TV로 이 장면을 보면서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과 북의 화해물결이 잇따랐고 이산가족의 만남도 이루어졌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이 때의 감동을 기억하는 이는 많이 사라졌고 정치권 사람들마저 북한을 멀리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로 옥신각신 하고 있다.

6월 15일 : 단오

6월 15일은 음력 5월 5일로서 단오였다. 단오는 한국·중국·일본 등에서 지키는 명절이다. 수릿날 또는 천중절 이라고도 한다. 음력으로 5월은 오월에 해당하며 기수의 달과 날이 같은 수로 겹치는 것을 중요시한데서 5월 5일을 명절날로 하였다.

이 날은 '단오비음’이라 하여 나쁜 귀신을 쫓는다는 뜻에서 창포를 삶은 물로 머리를 감고 얼굴도 씻으며, 붉고 푸른 새 옷을 입고 창포뿌리를 깎아 붉은 물을 들여서 비녀를 만들어 꽂았다. 남자들은 창포뿌리를 허리춤에 차고 다녔는데 액을 물리치기 위해서라고 한다. 단옷날 아침 이슬이 맺힌 약쑥은 배앓이에 좋고, 산모의 약, 상처 치료에 썼다. 또 단옷날 오시에 목욕을 하면 무병한다 하여 ‘단오물맞이’를 하고 모래찜을 하였다. 이 밖에 단오 절식으로 수리취를 넣어 둥글게 절편을 만든 수리취떡과 쑥떡 ·망개떡 ·약초떡 ·밀가루지짐 등을 먹었고, 그네뛰기 ·씨름 ·탈춤 ·사자춤 ·가면극 등을 즐겼다. 단오 라는 날을 달력에서 발견한 건 학교에서 였다. 쉬는 시간 달력을 보니 6월 15일이 단오라 써 있었고 나는 지금까지 그 날이 단오였었는지 몰랐다는 자책감 + 놀라움으로 반 친구들에게 이야기 했지만 아이들은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관심을 가진 몇몇의 아이들은 단오를 '호두 먹는 날'이라고 잘못 기억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가슴이 아픈 순간이었다. 또한 이 날은 6·15공동선언문이 쓰여진 날이다.

6월 25일 : 6·25사변일

6월 25일 또한 긴 말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모두가 잘 아는 날이다. 하지만 신문지상에서도 6·25사변일 이었다는 것에 대해 강하게 피력한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을 기해 북한 공산군이 38선 전역에 걸쳐 불법남침 함으로써 야기된 한국에서의 전쟁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야말로 민족의 비극이었다. 형제가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많은 희생이 있었다. 부산까지 밀리던 남한군은 맥아더 장군의 UN군과 합세하여 인천 상륙 작전으로 기세를 역전시켜 계속해서 북으로 진출했으나 중공군에 밀려 다시 내려왔다. 지금의 휴전선을 경계로 공방전을 펼치던 두 군대는 결국 휴전에 체결했고 그 자리엔 휴전선이 세워졌다. 휴전선은 두 민족을 갈라놓는 아픔의 원천이었고 지금도 그때 가족을 잃은 많은 사람들이 아픔에 있다.

기사를 마치며

이렇게 6월 한 달 동안 역사적인 일들이 많았다. 필자의 짧은 식견으로 많은 것이 부족했던 기사였지만 중요한 것은 6월 한 달 동안 우리는 월드컵이라는 잔인한 유혹에 많은 것을 잊었다는 것이다. 붉은악마의 4천 5백만 국민이 세계를 놀라게 한들 우리가 우리 것을 모른다면 그것 또한 부끄러운 것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번 6월에 실망했던 건 언론이었다.

월드컵 기사는 1면을 항상 장식했지만 지금까지 이 기사에서 야기 시킨 날들에 대해서 한 번쯤 심층 있게 보도한 적은 거의 없었다. 한국인의 냄비근성이 심각한 문제라 하지만 언론에서까지 냄비근성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 월드컵도 끝났으니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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