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법원 "하나님이 보호하는 우리나라"라는 문구에 대해 위헌 판결

등록 2002.06.29 06:30수정 2002.06.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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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회에는 이른바 '문화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 몇 가지 전선(戰線)이 형성되어 있어 구체적인 사건을 계기로 하여 그들 이슈를 가지고 정치적 논쟁들이 격렬하게 일어나곤 한다.

이른바 낙태논쟁, 게이권리논쟁 등이 그중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공립학교에서 기도를 하는 문제 등을 놓고도 분명하게 결정되기 어려운 논쟁들이 때때로 일어나곤 하는데, 지난 26일 샌프란 시스코에 위치한 9번째 연방순회법원에서 '하나님의 보호 아래 있는 우리나라(One Nation Under God)'라는 문구가 들어간 국가 혹은 국기에 대한 다짐이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판결을 내려 이를 둘러싼 논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3의 다수판결로 이루어진 이번 판결에서 다수의견을 쓴 알프레드 굳윈 (Alfred T. Goodwin) 판사는 그러한 문구는 '제우스의 보호아래 있는 우리나라' 혹은 '아무신도 보호하지 않는 우리나라'라고 하는 것과 다름 없이 종교편향적인 것으로서 개인의 종교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국가 혹은 주정부는 어떤 특정 종교를 지지할 수 없다"고 한 첫번째 수정헌법의 내용을 강조하며 공립학교에서 학생들로 하여금 그러한 다짐을 하도록 하는 것은 '정교분리'라는 대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이번 판결은 공립학교에 다니는 자신의 딸이 학교에서 그 같은 내용의 다짐을 하도록 강요받음으로써 종교의 자유 등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한 마이클 뉴도우라는 한 의사에 의하여 제기된 소송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이같은 내용의 기사를 상세히 다룬 뉴욕타임즈에 의하면, 무신론자라고 밝힌 그는 그 같은 다짐이 '신의 존재'를 믿도록 강요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는 또한 이번 소송을 제기한 이후 그의 가족들이 그와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로부터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ㅅ다.

이번 판결로 일단은 9번째 연방순회법원의 관할 아래 있는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알라스카, 아리조나, 하와이, 아이다호, 몬타나, 네바다, 오레곤, 위싱턴 주의 학교들이 영향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상하원을 비롯한 워싱턴 정가에서는 즉각적으로 이 판결을 비난하고 나섰다. 상원의원들은 이미 만장일치로 이 판결이 잘못되었다고 하였으며, 일부 하원의원들은 그 같은 판결이 있은 날 국회의사당 앞 계단으로 나와 그 같은 다짐을 암송하며 'God Bless America'라는 노래를 부르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즈도 사설을 통하여 이번 판결은 이미 동전에도 'In God We Trust'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고, 대부분의 공식연설이 'God Bless America'라는 문장으로 마치는 현실을 볼 때 너무 경직된 판결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뉴욕타임즈는 이 같은 문구가 들어간 국가 혹은 국기에 대한 다짐은 1954년 미국과 소련이 냉전관계에 있을 때 '무신론'을 주장하는 소련에 대항한다는 의도를 가지고 시작된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결국 이번 판결은 항소과정을 거쳐 연방대법원으로 넘어갈 것이 확실한 것으로 보이는데 대법원에서 이에 대한 판결을 어떻게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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